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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왜곡된 성 문화와 생명 경시 풍조, 올바른 성교육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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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182

[복음살이] 왜곡된 성 문화와 생명 경시 풍조, 올바른 성교육으로 대응해야



2008년 중앙일보는 ‘감기 치료만큼 쉬운 낙태’, ‘낙태 합작, 사회도 병원도 모르는 척’이라는 제목과 함께 낙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쉽게 행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집중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낙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늘어나는 10대 임신과 함께 청소년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이들을 대상으로 광고까지 하는 산부인과가 있다는 기사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원장은 인터넷 포털 등에 낙태 시술 광고를 올렸다가 경고를 받았고, 대구의 한 산부인과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약국 가서 창피하지 않게 약도 병원에서 준다” “원장이 알아서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라고 진료기록에 써준다”는 식의 낙태 후기를 올려서 청소년들의 불법 낙태를 유인하기도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전국 중고등학생 8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한 결과 5.1%가 성경험이 있으며 성관계 시 피임했다는 응답은 38.1%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사는 결국 한국에서 낙태가 많은 이유로 “낙태에 무감각한 사회 분위기와 수익을 위해 낙태를 권하는 의료계의 ‘합작품’”이며 “청소년의 잘못된 성 지식도 원치 않는 임신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오늘날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상업적이고 향락적인 성문화로 인해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되고 음란물과 같은 성에 대한 자극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무책임하게 성적 욕구에 휩쓸려 갖는 성관계로 말미암은 미혼 임신과 낙태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학교와 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사랑과 존귀한 생명을 전달하는 성의 참된 가치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쳐 줄 성교육은 많지 않습니다.

몇 년 전부터 ‘미디어 속에서 왜곡된 성문화’를 주제로 연구와 강연에 매진해온 생명문화연구가 이광호 박사는 아이돌 그룹, 걸 그룹의 뮤직 비디오 안에 심어진 포르노의 요소들을 조사하면서 성적 코드 및 선정적인 장면과 대사들이 무의식중에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전파하고 모방하게 만든다는 것과 여기서 파생되는 심각한 결과에 대해 경고해 왔습니다.

그는 또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의 대부분은 피임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피임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였습니다. 그는 쾌락 중심으로 왜곡된 성문화와 미디어 환경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주어 사제 수도자 성소마저도 크게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올바른 청소년 성교육을 위한 관심과 대처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은 가정이 가장 알맞은 곳

이런 현실에서 교회는 청소년 성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청소년들의 왜곡된 성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교회는 우선 젊은이들에 대한 정결과 참된 부부사랑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 교육을 위해 가정이 가장 알맞은 곳임을 지적합니다(사목헌장 49항). 요한바오로 2세는  1981년에 반포한 <가정공동체>에서 “사랑과 자기 증여에 대한 교육은 자녀에게 명확하고 섬세한 성교육을 시켜야 하는 부모들이 뺄 수 없는 전제 조건”임을 지적한 후 “인간의 성을 단지 육체와 이기적 쾌락에만 결부시켜 왜곡되게 해석하고 행사함으로써 성을 진부한 것으로 축소시키려는 이 문화 앞에서, 부모는 성교육을 실시할 때 참되고 완전한 인격 훈련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성은 인간 전체를, 곧 인간의 육체와 감성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며 인간에게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도록 이끎으로써 그 가장 심오한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참된 성과 사랑에 대한 교육은 본질적인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부모의 동의하에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성교육 가운데 자기통제와 성적 본능의 조절을 포함하는 “정결 교육은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며 정결은 “인간의 진정한 성숙을 촉진하며 육체의 ‘혼인적 의미’를 존중하고 육성하게 하는 미덕”이라고 하였습니다(37항).


또한 교황은 성교육이 “인간의 성적 차원과 윤리적 가치관의 밀접한 관련성을 고려하여 도덕규범”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도덕규범은 성에 대하여 책임질 줄 아는 개인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교회는 도덕 원리에 어긋나는 성 지식을 널리 보급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는데, 도덕 원리에서 벗어나는 성 지식은 때 묻지 않은 시기의 어린이에게 죄악의 길을 열어 줌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잃게 하는 쾌락과 충동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37항).


성과 관련한 올바른 덕목은 ‘정결’

한편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십계명 중 여섯째 계명 “간음하지 말라”를 설명하는 2331항부터 2400항까지 성과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상세히 전해줍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태초에 섭리하신대로 자신의 성별(sexual identity)을 받아들이고 “남녀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차이와 상호보완성”을 통해 “행복한 혼인 생활과 풍요로운 가정생활을 지향”하고 “부부의 화합과 사회의 화합”을 추구해야 합니다(2333항).


성과 관련하여 인간이 갖추어야 할 올바른 덕목인 정결(chastity)은 “성이 인격 안에 훌륭히 통합되어 있음과 그 때문에 육체적이고 영신적인 존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내적 통합”을 말합니다. 즉 남녀가 인격 대 인격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영혼과 육신의 모든 측면에서 서로를 온전히 내어주는 헌신 안에서 정결의 덕을 이루게 됩니다(2337항).

정결의 덕은 생명과 사랑의 능력을 온전히 보전하며, 인격에 손상을 주는 언행을 배제합니다(2338항). 정결은 “자제력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데, 이 훈련은 맹목적 본능, 외적 강박, 정욕으로부터 해방되고 인격적인 내적 동기를 따르는 자유를 배우는 교육입니다(2339항).

유혹에 대항하려는 사람은 “자아 인식, 그가 직면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에 알맞은 금욕 실천, 하느님 계명에 대한 순종, 도덕적 덕의 실천과 기도에 충실함”과 같은 정결을 위한 수단을 신중하게 선택합니다(2340항).


정결한 사람이 되려면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문화적 노력”도 필요하므로 사회 발전을 통해 “인간 생활의 도덕적 정신적 차원을 존중하는 정보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2344항). 또한 정결은 “하느님의 선물이요 은총이며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열매”입니다(2345항).

정결을 지키는 사람은 이웃에게 하느님의 신의와 사랑을 증언하는 증인이 됩니다(2346항). 정결은 이웃과 나누는 우정으로 표현되며, 우정은 영적인 친교로 발전합니다(2347항).


세례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정결한 사람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2348항). 수도자처럼 봉헌된 독신생활을 하는 정결의 형태도 있고, 혼인한 사람은 부부로서 정결을 지켜야 하고, 다른 이들도 금욕으로서 정결을 실천합니다(2349항). 약혼자들도 혼인할 때까지 정결을 지킴으로써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의를 배우게 됩니다(2350항).

무질서하게 성적쾌락을 탐닉하는 음욕(lust), 자위행위(masturbation), 혼인하지 않은 남녀의 육체 결합인 사음(fornication), 춘화(pornography), 매춘(prostitution), 강간(rape)은 모두 정결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혼인 생활에서 부부의 육체관계는 정신적 일치의 표징과 보증”(2360항)입니다. “부부에게만 허용된 고유하고 배타적인 행위를 통하여,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성은 결코 순전히 생물학적인 것만은 아니고 인간의 가장 깊은 존재와 관련됩니다.

성은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바치는 그 사랑의 일부일 경우에만 진정으로 인간적”입니다(2361항, 가정공동체 11항).

부부의 육체 결합은 혼인의 두 가지 목적, 곧 부부의 선익(일치)과 생명의 전달(자녀출산)을 실현하며, 이 두 가지가 분리될 때 부부의 영적 생활이 변질되고, 혼인과 가정이 위태롭게 됩니다(2363항).


올바른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에 관심 가져야

이처럼 교회는 올바른 성교육을 강조하고, 참된 성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가르치고 있지만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이 성당이나 가톨릭계 학교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지는 의문입니다.

성의 본질은 온전히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과 일치, 그리고 생명의 전달입니다. 따라서 남녀의 책임 있는 성적 결합은 본성적으로 창조주께서 제정하신 혼인의 유대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이렇게 성의 본성, 심리적 성숙, 영성적 가치 등을 육체적, 사회적 측면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총체적으로 전달해주는 가톨릭교회의 성교육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이 ‘틴스타’(Teen STAR)입니다. 틴스타는 학교나 본당에서 전문교사가 소그룹으로 14-16주 동안 지속적으로 만나며 청소년들이 서서히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오늘날의 왜곡된 성문화와 생명경시풍조에서 자녀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성숙한 성적 존재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 부모, 교사, 본당의 어른들은 틴스타와 같은 올바른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6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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