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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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교회법 해설: 교회법은 하느님이 만드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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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28 ㅣ No.102

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2)


교회법은 하느님이 만드셨나?

교회법 안에는 하느님이 만드신 것도 있고 교회가 제정한 것도 있다. 하느님이 만드신 것들이라 함은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영원한 법 중 일부가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하느님이 만드셨다(신법)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계시의 일부는 하느님께서 피조물의 본성에 새겨주신 법 가운데 약간을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데 이것을 자연법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하느님의 법 외의 교회법은 모두 인간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제정하고 수정한 것이다.

따라서 교회법 안에는 많은 경우 인간이 제정한 것들이 많으며, 이러한 인정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에 시대의 변화나 신학의 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개정과 보완할 수 있고 또 고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교나 사제들의 은퇴문제나 사제독신에 관한 문제, 여성사제직에 관한 문제 등은 인간이 정한 법이기에 필요에 따라서는 조정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1917년의 법전에 따르면 교회내의 교계제도가 엄격해서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구분이 계급적 관계로 규정되었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이들의 관계는 계급이 아니라 하느님의 여러 지체라고 규정하였으며, 따라서 더 이상 종속적인 관계로 교계제도를 바라보지 않게 된 것이다.

한편 교회법에는 전세계 교회들이 공통으로 지켜야하는 보편교회법, 지역교회에 필요한 것들을 지역교회의 유일한 입법자인 주교회의에서 정한 지역교회법, 그리고 각 개별교회의 유일한 입법자인 교구장 주교가 정한 교구법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1995년 성청의 인준을 받은 지역교회법인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가 있다. 보편법과 지역교회법은 상호보완작용을 하지만 둘 사이의 상충이 있다면 지역교회법이 보편법에 우선한다. 또 지역교회법과 교구장 주교가 제정한 교구법에 상충이 있다면 역시 교구법이 지역교회법에 우선한다(교회법 12조 3항, 13조, 20조 참조).

이러한 교회법은 일반규범과 하느님의 백성(각각의 신분과 교계제도를 규정)에 관한 부분, 그리고 수도회, 교회의 교도권과 성사에 관한 규정, 교회의 재산, 형법, 소송법 등을 포함하여 1752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교회내의 법들은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하지만 한편으로 율법주의자처럼 법규정에만 매달려 모든 것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코 하느님의 뜻은 아닐 것이다. 교회내의 질서는 오로지 하느님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인 사랑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교회법도 영혼의 구원(salus animarum)보다 앞서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라면 모든 법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예외적인 법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듯 교회법 역시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일 뿐이다. 법을 위해 신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법은 어떤 의미에서 커다란 테두리를 정한 것이고 그 안에서의 구체적인 행동은 신자들의 윤리적, 신앙적 판단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법이 모든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또 그래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法은 말 그대로 물 흐르듯 해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복음에서 법조항에 매달려 근본주의자처럼 행동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아니 지킬 수조차 없던 사람들을 죄인 취급했던 바리사이들을 수차례나 나무라시며 법의 정신을 지키라고 일갈하셨다. 법해석학적 관점이 아니라 법철학적 관점에서 법을 바라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무엇이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일일까 생각하며 사는 것이 법대로 사는 사람일 것이다. 교우 여러분들에게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2011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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