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마음의 심폐소생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1-26 ㅣ No.1996

[영성심리] 마음의 심폐소생술

 

 

영성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그것을 방해하는 그릇된 죄책감과 죄의식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건강한 죄책감을 만나려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비뚤어진 애착’과 ‘애착에서 비롯된 행위 자체’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드렸죠. 결국, 마음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마음의 움직임을 경험합니다. 기쁘고 좋을 때도 있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죠. 밝고 선한 마음은 우리를 건강한 생각, 선한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큽니다. 반면에 어둡고 악한 마음은 우리를 왜곡된 생각, 그릇된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크죠.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일의 시작이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심리학의 용어로 표현하면, 외부의 자극에 대해 우리 안에 먼저 ‘정서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정서 반응에 더해서 자극에 대한 해석, 기억, 판단 등의 ‘인지 작용’이 이어지죠. 인지 작용은 다시 새로운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 반응과 인지 작용에 ‘의지와 태도’라는 일종의 경향성(습성)이 합쳐져 실제로 구체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가 참으로 행복하기를, 자유롭기를 바라십니다. 그것이 우리가 현세에서 경험하는 구원의 상태죠. 이런 하느님의 바람을 따라 우리 스스로 행복하려면, 먼저 우리 마음을 돌보아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이 마음의 충동이나 애착을 무턱대고 따라가지 않게 하려면,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잘 다독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부족해 아파하는지를 들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입니다. 마음 돌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우 일상의 삶과 하느님을 생각하는 ‘영적인 삶’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내 안에서 요동치는 여러 힘든 마음(자책감, 무력감, 실망, 외로움 등)은 별개이고, 하느님 앞에서는 찬미와 감사, 기쁨 등을 ‘마땅히’ 느껴야 하는 마음으로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또 되지 않으니, 다시금 스스로 탓하게 되죠.

 

처음부터 말씀드렸듯, 영성은 삶이고, 우리 삶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영성심리’입니다. 심리 차원을 잘 돌보지 않고서는 하느님과의 참된 영적 삶으로 온전히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떠세요? 나의 마음을 잘 돌보고 계십니까?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에제 36,26)

 

[2023년 11월 26일(가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109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