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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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12: 백태원의 성서대(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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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31 ㅣ No.617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 (12) 백태원의 ‘성서대’(1954)


전통 나전기법과 현대적 표현 어우러진 성서대

 

 

실용성과 예술성 겸비한 성서대

 

1954년 성미술 전람회에 다양한 분야의 작품이 출품되었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출품 분야가 여러 장르를 아울렀음에도 조각 3점, 공예 2점, 건축 설계 1점이었으니 출품작 중 회화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중 공예 분야에는 이순석의 ‘십자가와 촛대’(案)와 백태원의 ‘성서대’가 출품되었다. 두 작품 모두 실용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지만 하나의 예술품으로 제시된 만큼 전례 공간의 여러 요소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흑백사진상으로는 정확한 재료와 표현 기법의 세밀한 부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공을 많이 들인 품위 있는 성미술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점의 공예 분야 출품작 가운데 백태원(白泰元, 1923~2008)의 ‘성서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목공예가인 백태원은 1923년 평안북도 태천군에서 출생했다. 1941년 태천 칠공예학교를 졸업하고 중앙시험소 도안과 교습 연구생을 지내며 공예가의 길을 택한 그는 1957년 신세계백화점 전신인 동화백화점에서 공예가로서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한국 최초의 공예 개인전이었다. 백태원은 한국 근현대 공예사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수공예와 산업공예의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백태원은 가리개, 장과 같은 실용성을 겸비한 작품과 장식용 기물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에 몰두하는 한편 청와대 본관의 실내 장식, 대한항공 747 점보여객기 제1호기 실내 장식 등 디자인과 실내 장식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이렇게 포괄적인 공예 작업을 선보인 백태원은 “평생을 지켜온 신조가 있다면 실용과 예술성이라는 공예의 양 측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한국미술협회 공예분과 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디자인포장센터 창설에 깊이 관여했으며 서라벌 예술대학,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

 

- 백태원의 '성서대'는 전통 나전기법과 현대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품위 있는 성미술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 인물의 팔 위치와 방향, 각도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표현으로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나전기법 고유의 질감 살려 공간감 부여

 

백태원의 출품작 ‘성서대’는 흑백사진으로만 관찰했을 때도 나전기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색감은 작품 하단에 흑색과 백색, 그리고 붉은색이 어우러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작품의 크기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큼직한 성경을 여유롭게 올려놓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을 때 길이는 40㎝ 정도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경을 기대어 놓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기울기를 주어 턱을 만들었고 윗부분은 완만하게 둥글려주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작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중앙에 예수 성심 십자가가 놓여 있고 그 아래로는 격정적인 동세를 보여주는 네 명의 인물이 표현되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십자가를 향해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린 인물 세 명이 자리하고 있다.

 

왼편에 양팔을 V자로 들어 올리고 상체를 뒤로 젖힌 인물, 십자가를 향해 두 팔을 모아 올린 인물 그리고 역시 십자가를 향해 두 팔을 사선방향으로 쭉 뻗은 인물이 화면 전면에 나란히 배치되었다. 언뜻 보면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 구도인 것 같지만 각 인물의 팔의 위치와 방향, 각도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표현으로 완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앙의 두 인물은 머리에 베일을 드리운 한복 차림의 여인을 연상시키며 좌우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인물은 양팔에 천을 드리운 채 몸을 활처럼 젖히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화면에 표현된 네 인물은 누구일까? 한국의 여인상을 담은 성모 마리아일까? 양팔에 천을 드리운 인물들은 작가가 재해석하여 한국적으로 표현한 천사의 모습일까? 4라는 숫자는 혹시 성경의 네 복음사가를 상징하는 것일까?

 

작품의 배경은 첩첩산중인 것 같기도 하고 파도에 휩싸인 바다인 것 같기도 하다. 화면 중심에 놓인 예수 성심 십자가를 에워싼 운무(雲霧)의 표현은 작품의 긴장감을 더해주며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나전기법의 고유한 질감에서 나오는 음영의 표현은 작품 속 3차원의 공간감을 부여하며 자연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성서대’는 전통적인 나전기법으로 제작되었지만 생략적으로 단순하게 묘사된 인물들과 간략한 선들로 이루어진 산세의 모습 그리고 화면을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운무의 표현 등에서 작가의 현대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백태원의 ‘성서대’는 전통 나전기법과 현대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품위 있는 성미술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실용성과 예술성이 한데 어우러진 공예작품 ‘성서대’를 실제 색감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24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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