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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1) 평화와 평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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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14 ㅣ No.1463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1) 평화와 평화학 - ‘평화’를 배우며 살자


가면을 쓴 거짓 평화… 이 세상의 참 평화는 무엇인가

 

 

왜 평화학인가

 

당신이 지으신 세상에 대한 하느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다. 가장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셨던 주님 스스로 답이 되셨다.

 

“보시니 좋았다.”(창세 1,3-31) 하신 세상은 흠 없으신 당신 사랑의 완전한 구현, ‘평화’ 그 자체였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한처음’(창세 1,1)부터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기까지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랑의 완전한 모습이 바로 ‘평화’다.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소명은 당신 외아드님을 내놓으시면서까지 전해주고자 하신 사랑, 사랑의 구현인 평화를 이루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세상에는 ‘평화롭지 못한 평화’가 횡행하고 있다. ‘평화’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어둠이 세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는 그리스도인들의 책임도 적잖다. 주님으로부터 ‘평화의 사도’로 불림 받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잃어버린 채 오히려 어둠 속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주신 참 평화를 모르기 때문이다. ‘주님의 평화’를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맛들이지 못했다. 평화에는 많은 이들의 삶과 미래뿐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희망이 달려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가톨릭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향한 대장정에 나서며 1월 1일자 보도를 통해 특별기획 ‘평화’의 시작을 알렸다. 평화의 길을 향한 첫걸음으로 독자 여러분과 평화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주님께서 몸소 걸어가신 평화의 길을 넓히고자 한다.

 

 

평화는 정의의 결실

 

“모든 사람의 어머니인 교회는 그 누구보다 평화를 염원한다. 교회는 평화에 대한 사랑, 평화에 대한 의지를 끊임없이 선포해왔다. 언제나 평화를 위한 모든 진지한 노력에 온 마음으로 협력해 왔다.”(성 요한 23세 교황, 1962년 9월 11일 라디오 담화 중)

 

인류 역사 한가운데서 교회가 평화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주님께서 평화 그 자체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님께서 ‘평화’를 남기고 가신 세상에서는 ‘평화’의 탈을 쓴 거짓 평화가 득세하고 있다. 

 

‘주님의 평화’만이 참 ‘평화’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는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할 때에 비로소 회복될 수 있고 견고해진다.”(「지상의 평화」(1963. 4. 11.) 제1항)고 밝혔다. 나아가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지상의 평화」 제113항)고 강조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평화 건설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들 사이에서 전쟁을 키우는 분쟁의 원인, 특히 불의를 뿌리뽑아야 한다”(제83항)면서 ‘불의’의 형태로 ▲ 과도한 경제적 불평등 ▲ 지배욕 ▲ 인간 경시 등을 꼽았다. 평화를 위해서는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회는 ‘평화’와 ‘정의’를 분리시키지 않고 평화를 정의의 열매로 이해한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성 요한 23세 교황의 뒤를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무리 짓고 1967년 교황청에 정의평화평의회를 설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평화학의 연원

 

평화학(Paxology, Peace Studies)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인류의 자기반성에서 비롯됐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파괴와 고통을 겪으며 이성에 난 상처를 체험한 인류가 전쟁이 일어나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면서 북미와 유럽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1957년 캐나다에서 러셀(Bertrand Russell)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중심으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린 뒤 북미와 유럽에 평화연구 기관들이 잇달아 세워지고 평화연구 학술지가 발간되기 시작했다. 1959년 미국에서 볼딩(Kenneth E. Boulding)과 라포포트(Anatol Rapoport) 주도로 미시건 대학에 갈등해결연구센터(CRCR:Center for Research on Conflict Resolution)가 창설됐다. 같은 해 노르웨이에 요한 갈퉁(Johan Galtung·1930~) 주도로 오슬로평화연구소(Peace Research Institute, Oslo)가 창립되고 평화연구 학술지 「The Journal of Peace Research」가 발간되면서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인도에서 가장 먼저 평화학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평화학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84년 경희대학교에 평화복지대학원이 설립되고 부설 연구소로 국제평화연구소가 세워졌다. 1989년엔 고려대학교에 평화연구소가 설립됐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14일, 서상덕 기자]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평화학’ 전공한 활동가 손서정씨


“학문으로만 접근하기보다 평화, 삶과 결합시켜야”

 

 

손서정(베아트릭스 · 45 · 서울 후암동본당) 평화활동가는 국내에서는 ‘평화학’(Paxology, Peace Studies)을 전공하고 실무에 적용시키고 있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평화학 전공자로서 그는 한반도야말로 평화학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평화학은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인권 등 모든 이슈와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망라합니다. 현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특정 시야에 매몰되지 않는 포용력을 필요로 하는 학문이 평화학이라는 면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학의 국내 저변이 넓어져야 합니다.” 남북이 70년 넘게 분단된 채 대립하고 있고 남한 내부에서도 지역 간, 이념 간 ‘남남 갈등’이 심각한 현실은 평화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손 활동가는 2014~2015년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에서 국제평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교회와 시민단체 통일, 대북 지원 분야 등에서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인턴으로도 근무하며 일선에서 뛴 적도 있다. 

 

노르웨이 출신 요한 갈퉁 박사가 1960년대에 창시한 평화학은 유럽에서 시작돼 현재 서구 400개가 넘는 대학에서 강의를 개설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학위과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소, 시민단체 등이 평화학을 활용해 청소년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평화교육을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손 활동가가 국내에서는 용어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평화학 연구에 뛰어든 것은 기도와 우연의 결합에 따른 결과였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며 정말 열심히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와 원리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고 그 마음이 더욱 강해지던 중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모집 공고를 보고 덜컥 지원했습니다. 영국의 교육자이자 성직자였던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1801~1890) 추기경이 쓴 「대학의 이념」이라는 저서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국제평화학’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자마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손 활동가는 평화학은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결합될 때에만 가치 있는 학문이라고 규정했다. 

 

“평화학을 학문으로만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만났던 평화학 교수들은 평화학의 가르침을 삶 안에 포용력 있게 결합시키는 자세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습니다. 아일랜드에 장구한 세월 동안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추구하는 국민적 전통도 평화학이 삶 속에 투영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14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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