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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돈과 행복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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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54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34) 돈과 행복의 관계는?

 

 

Q. 제 시아버지는 아주 돈이 많은 분이십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십니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신념이 강한 분이셔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돈 돈’ 하시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아버지의 과거를 저는 잘 알기에 시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시아버지는 어린 시절 집안이 너무 가난해 공부를 못하시고 평생 장사를 해서 돈을 모으신 분입니다. 늘 자린고비 소리를 들으면서도 먹지도 입지도 않으시고 저축해 부자가 되셨지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에게 인색하기 그지없으십니다. 쓰지 않고 모으시고, 모은 돈을 볼 때만 행복해하시는 시아버지가 안쓰럽기도 하고, ‘저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말을 다른 사람에게 했더니 “배부른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돈이 없으면 무시당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요. 제가 배부른 생각을 하는 걸까요?

 

 

A. 사람은 여러 가지 욕구를 가진 존재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하위 욕구는 ‘생리적 욕구’입니다. 잘 입고, 잘 먹으며, 잘 살고 싶은 욕구이지요. 그런데 생리적 욕구는 어떤 다른 욕구보다 강력합니다. 이 욕구가 충족돼야만 사람은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종을 번식하고, 창조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진국 독재자들이 예전에는 매로 국민을 다스리려 했는데, 지금은 국민을 배고프고 가난하게 만들어 자기들의 지배 방식에 길들여지게 한다고 합니다. 즉, 정부가 국민의 기본 욕구를 적정 수준보다 약간 높게 채워줄 때 국민들은 그 정부를 하느님처럼 여기기에 아예 처음부터 국민이 부자가 되지 못하게 제도화하고, 그 밑바닥에 자기들이 먹다 남은 찌꺼기를 던져줌으로써 자신들을 신격화합니다.

 

이처럼 기본 욕구가 충족될수록 사람들의 주관적 안녕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은 거의 정설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은 ‘돈’입니다. 현대인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돈이 있어야 장사를 하고,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하며, 돈이 있어야 교육을 받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돈이 없으면 어디를 가고 먹고 입거나 할 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돈은 사람에게 연료 같은 필수품입니다. 사람은 돈이 떨어지면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폐차가 돼버릴 운명에 처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사람 대접을 받으며 살고 싶어 돈을 벌려고 하기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까지 나온 것이지요.

 

그렇다면 돈이 많을수록 행복 수준이 높아질까요? 이 물음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의견은 반반입니다. 우선 찬성하는 심리학자들은 소득이 늘어난 만큼 주관적 만족감이 커진다고 주장합니다. 돈이 있으면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감소합니다. 돈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돈이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에 돈이 많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또 돈이 있으면 선택의 기회가 많아집니다. 돈이 없으면 외줄 타듯 인생을 살아야 하지만, 돈이 많으면 여러 가지 선택할 기회가 많아지지요. 그래서 돈이 많아야 하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반대 측 주장은 어떤가요? 돈이 많아지면 처음에는 행복한데, 그 감정이 오래가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금방 그런 현실에 적응돼 심드렁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아무리 예쁜 부인을 얻어도 몇 년 지나면 시들해지고, 아무리 좋은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입니다. 

 

갈증 날 때의 맥주 한 잔과, 계속해서 마시는 맥주의 맛이 같지 않은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래서 직장에서 높은 보수를 받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환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심드렁해지고 더 높은 보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성심리에서는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도 없고, 돈으로 행복을 사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설교 때 돈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 것일까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행복의 원칙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떤 일을 할 것.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어떤 일에서든지 희망을 가질 것.”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행복이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옛사람들 말처럼 의미 있는 삶에 몰두할 때 사람은 가장 행복감을 느끼고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어 외롭지 않은 것입니다. 자매님 시아버지께서 지금처럼 돈을 제일 중요한 것으로 알고 사람들을 무시하고 멀리한다면, 나중에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고려장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평화신문, 2014년 1월 26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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