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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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공정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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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14 ㅣ No.998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3) 공정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성당 구역장으로 봉사하던 베드로씨는 구역반원들이나 상임위원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성당에서 주최한 구역별 친목 운동회가 열리게 되었다. 본당에서는 각 구역에 똑같이 보조금 30만 원을 지원해 주기로 하고 나머지 모자라는 경비는 구역원들이 알아서 충당하도록 하였다.

 

베드로씨는 이 결정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의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신자 수가 많은데 성당에서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베드로씨는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자신의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지원금을 더 주셔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본당 신부님은 이 말을 듣고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베드로 구역장의 말을 참고해서 배려해 보겠다고 대답하였다. 베드로씨는 본당 신부님이 자신의 말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실을 구역원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막상 지원금을 받고 보니 다른 구역과 같은 금액이었다. 베드로씨는 본당 신부님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거나 기만했다고 생각하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내 베드로씨는 봉사를 그만두고 냉담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실오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상담을 신청하였다.

 

공평하다는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가? 과연 나의 공평성의 기준이 객관적이라는 사실을 어디에서 확인받을 수 있는가? 공평한 세상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수 있다. 하지만 공평하다는 개념과 기준이 서로 다르다면 공평한 세상은 한낱 신기루일 뿐일 것이다.

 

베드로씨의 공평한 지원금에 대한 개념은 인원수에 비례해서 지원금의 액수도 비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당 신부님은 구역의 인원수와 상관없이 각 구역을 똑같은 단위로 생각하여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베드로씨는 이런 셈법이 구역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이 의견을 제시하고 방법도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제가 그것을 무시했다는 것은 의지적으로 불의를 선택한 것이기에 더더욱 이해가 될 수 없었다.

 

공평함의 기준은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본당 신부님은 인원수가 많은 구역원이 오히려 인원수가 적은 구역원들보다 행사를 치르는 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성당에서 구역별 행사를 치르는 데 들어가는 경비는 인원수와 상관없이 100여만 원 정도로 산정되었다. 그렇다면 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경비를 구역원들이 감당할 때는 인원수가 많은 구역이 훨씬 더 적은 금액을 분담하게 된다. 사실 베드로씨의 구역은 상대적으로 배려를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배려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사제는 공동체의 화합과 일치를 위한 기준을 두고 공평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베드로씨의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경제적인 수준이 높은 구역에 속했다. 따라서 본당 신부님은 이 구역에 지원금을 준다면 구역장 주도하에 다른 구역을 위해 지원금을 반납하는 미덕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사건을 이해하는 관점이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베드로씨는 본당 사제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점차 송구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베드로씨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감정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베드로씨의 관점에서는 누구도 그러한 감정을 지니게 될 것이며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다양한 관점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베드로씨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겸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2월 15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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