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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13: 장운상의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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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31 ㅣ No.618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 (13) 장운상의 '성탄'


토속적이고 정감있는 화풍으로 그려낸 주님 탄생

 

 

장운상 화백의 ‘성탄’.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은 빛이다. 소는 마치 빛 속에서 자취를 감추듯 그려졌고, 주변의 별들은 화면에 빛을 더하고 있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스승 화풍 계승하면서도 개성 살려

 

우리나라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성인의 모습을 한복 차림의 우리 모습으로 재현한 최초의 성화는 어떤 작품일까? 한국 최초의 성화 작가로 일컬어지는 우석 장발이 1920년에 완성한 ‘김대건 신부’가 첫 한국 성인화일 것이다.

 

그러나 김대건 신부와 같은 한국 성인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한국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1930년대 배운성 화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앞서 살펴본 장우성 화백의 작품 역시 한국화법으로 표현한 성모자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장운상(1926~1982) 화백의 ‘성탄(聖誕)’은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으로 함께 출품했던 장우성 화백의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완성한 한국화풍의 성화 작품이다.

 

장운상은 1926년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전통회화를 연구하고 1951년 졸업했다. 재학 시절 1949년 제1회 국전부터 응모하여 특선을 거듭했다. 이후 1961년 국전 추천작가가 되던 시기까지 비사실적인 현대적 화면 구성으로 ‘여인상’ ‘연못 풍정’ ‘학과 달’ 등의 채색화 작품으로 전통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노력했다.

 

장 화백은 이같이 현대적 감각의 한국화를 계속 지향하면서 1970년대부터는 전통 옷차림과 우아한 표정의 전형적인 한국 여성상을 섬세한 필선과 맑고 선명한 채색으로 묘사한 작품을 주로 발표해 세칭 ‘미인화가’라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장운상은 미인도와 풍속화 외에도 여러 점의 성화를 남겼다. 그의 호가 목불(木佛)이어서 불교 신자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그의 부친은 목사였고 자신도 개신교 신자로서 성화 제작에 많이 관여했다. 장운상의 화풍은 스승인 장우성의 수묵 인물화를 계승하면서도 도회적인 감성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인 장운상의 ‘성탄’은 한복을 입은 성가족의 모습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복하는 소박한 목동들의 모습을 담은 수묵채색화이다. 이 작품은 장운상 화백의 다른 한국화풍의 성화에서 느껴지는 간결함과 세련미보다는 다소 투박하고 소탈한 느낌이 강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기창 화백의 ‘아기 예수 탄생’.

 

 

장 화백의 ‘성탄’은 화면 중앙에 소를 크게 배치했다. 이런 작품 구성은 앞서 1952~1953년에 제작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아기 예수 탄생’과 유사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 화백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는 구체적인 묘사가 생략돼 빛을 발하는 배경 역할을 하며 수직적 구조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면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소와 닭으로 종교적 의미와 토속성 드러내소는 어린 양과 함께 희생 제물로 바쳐진 대표적인 동물로 십자가에 못 박혀 희생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리고 나귀와 함께 예수 탄생 장면에 등장하는 소는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임에도 구세주를 알아보았음을 상징하는 이사야서 1장 3절(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제 주인이 놓아 준 구유를 알건만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구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 화백의 그림에서는 나귀 없이 소만 강조되어 표현되고 있는데 소의 그리스도교적 의미와 함께 한국의 향토색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화면 오른쪽 아래에 등장하는 닭들은 한국 농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베드로의 배신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흑백사진 자료이지만 장 화백의 ‘성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은 바로 빛이다. 화면 중앙에 빛을 가장 밝게 발하며 자리하고 있는 소는 마치 빛 속에 사라져 자취를 감추듯이 그려졌다.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빛의 실루엣으로만 그려진 소는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다가오는 듯하다. 여기에 소의 등줄기 위로 크게 떠오른 별과 그 주변의 작은 별들 역시 화면에 빛을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장 화백의 ‘성탄’에서 상반된 인물들의 표현도 눈길을 끈다. 후광을 드리운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세련되고 깔끔하게 표현된 것과 달리 성 요셉과 목동들은 추위로 발개진 두 볼과 콧등 그리고 손 곳곳에 음영이 강조되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장 화백의 ‘성탄’은 한국의 정서를 담은 배경과 인물들을 토속적으로 그려내면서 자신만의 성스러움을 개성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늘 같은 궁금증이 생기곤 하지만 장운상 화백의 여느 성화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하는 ‘성탄’을 원화로 마주한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홀로 상상해보게 된다. 특히 화면의 중심에 있는 빛을 발하는 소와 하늘의 별들이 화폭에 어떻게 전개되어 있을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31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제보를 기다립니다

 

※ 가톨릭평화신문과 정수경 교수는 숨은 성미술 보물찾기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의 소재나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찾아 나서는 진정한 성미술 보물찾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제보 문의 : 02-2270-2433 가톨릭평화신문 신문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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