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사회교리 문헌 해설: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Gaudium et Spes)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15 ㅣ No.1394

[사회교리 문헌 해설]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Gaudium et Spes)

 

 

사회교리를 다루는 문헌이 교황님의 회칙(回勅) 뿐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푸에블라 문헌」같은 대륙 주교회의 문헌, 각 나라 주교회의에서 사회 문제에 대하여 가르친 문서도 포함합니다. 이와는 다른 범주에 속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도 사회교리 문헌에 속합니다.

 

 

『사목헌장』의 명칭과 반포 시기

 

교회문헌의 이름을 어떻게 붙이는가는 이미 알려드렸습니다. 이 명명법에 따르면 이 문헌의 본래 이름은 ‘기쁨과 희망’입니다.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은 별칭이지요. 그러나 이 별칭에는 현대 세계를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실천하는데 필요한 권위 있는 가르침이라는 문헌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이 문헌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나는 시점인 1965년 12월 7일 제9차 공개회의에서 공포되었습니다. 공의회 문헌에 수록된 13개 문헌 가운데 가장 늦게 발표되었지요. 변화하는 현실의 문제들을 주로 다루다보니 토의할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목헌장』의 배경

 

세계는 제1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렸던 1869~70년 이후 정치적, 문화적 격변을 경험합니다. 제국주의, 경제 대공황, 두 차례 세계대전, 공산혁명과 냉전, 제3세계의 등장, 과학기술 혁명, 매스 미디어의 등장과 대중화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변화들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일어난 사회질서의 변혁은 인간의 심리적, 도덕적, 종교적 태도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 결과 인간과 세계의 균형이 깨지고,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회적, 도덕적 질서 대신 끊임없는 실패와 파괴의 위험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당시 공의회 교부들이 파악한 현대 세계의 실상이었습니다. 이에 교부들은 이 세계를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으로 빛과 힘을 주고 최종 목적인 그리스도께 인도할 필요를 느낍니다. 이 필요에 충실히 응답한 결과가 공의회이고, 공의회에서 교부들이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 문헌입니다.

 

 

『사목헌장』의 특징

 

이 문헌의 이름에 ‘사목’이라는 이름을 붙인 점이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좁은 의미의 사목은 사제가 신자들을 돌보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이 문헌에서 사목은 평신도를 비롯해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세상 전체를 살피고 보듬는 일이라는 넓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그 이전을 생각하면 혁명적 변화에 가깝습니다. 사실 교회는 그 이전까지 세상을 적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은 신자들을 죄에 빠트리는 악한 공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세상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훌륭한 신앙생활이요, 훌륭한 신자로 여겨졌습니다. 그런 세상이 이제는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살아내고, 또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할 곳으로 등장하였습니다.

 

당연히 이 세상의 주역은 평신도가 되어야 했습니다. 평신도들이 이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하려니 평신도의 혼인성사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야흐로 평신도도 세례를 통해 부르심을 받은 신원으로 적극 평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평신도의 역할 변화는 ‘평신도 사도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준비에 맞갖게 교회는 이 세상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는 일을 중요한 임무로 여기게 됐습니다. 밤에 달무리가 지면 다음날 흐리거나 비가 오는 걸 예측할 수 있듯이, 세상일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을 통해 이 시대에 교회의 관심이 필요한 일들을 알아내고 그에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공의회는 이를 ‘대화’라 불렀습니다. 대화는 상대방을 전제합니다. 훌륭한 대화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를 제대로 대접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세상을 상대로 인정하고 제대로 대접해야 훌륭한 복음화의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라 했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신자들의 고민’입니다. 신자들은 세상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신자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이러한 고민들에 합당한 답과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신자들이 고민하는 배경을 이해하고, 이를 신앙의 눈으로 해석하여, 바람직한 신앙생활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는 일이 교회의 현실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과제 앞에서 교회는 과거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필요를 느꼈으며, 또 적극적으로 행동하였습니다. 이 점이 공의회 정신을 ‘쇄신과 적응’ 두 단어로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특히나 ‘사목헌장’은 사회현실에서 신자답게 살아가는 방향과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하였습니다. 이 문헌을 사회교리 문헌으로 분류하는 이유입니다.

 

 

『사목헌장』의 의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문헌은 교회가 세상 안에 존재하고, 무엇보다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의식을 표현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이 세상을 하느님 구원의 신비가 드러나고 실현되는 무대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이들을 그리스도의 생명(초자연적 생명)으로 불러 모으는 일을 기본 사명으로 합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역사 안에 존재하면서 그 시대와 문화에 고유한 구체적 생활양식, 사고체계를 가지고 그 모든 요소를 복음화 하는 일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 때 중요한 태도가 대화입니다.

 

사목헌장은 이 세계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자유와 겸손, 존경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와 도움을 주고받기위해 노력하려는 교회의 자세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의 태도

 

사목헌장 2부에는 현대 세계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이 실려 있습니다. 세세하진 않아도 잘 읽고 숙고해보면 쉽게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답이 상식적입니다.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겠지요? 교회의 사회참여가 비상식적이라 생각하는 신자분들에게 필독을 권합니다.

 

[2017년 5월 14일 부활 제5주일 의정부주보 5-6면, 박문수 프란치스코 박사(사목연구소)]



1,67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