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8일 (토)
(녹)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으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전례ㅣ미사

[전례] 전례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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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13 ㅣ No.1608

[빛과 소금] 전례의 아름다움

 

 

어떻게 하면 전례를 잘 거행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믿음과 삶의 일치 안에서 전례를 아름답게 거행할 수 있을까? 무엇이 전례를 아름답게 하는가?

 

사목자만이 아니라 전례에 관심이 있는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 보았을 이 같은 물음에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함을 인정하면서도 실상 외적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을 더 우선시하는 사회적 풍토와 문화적 흐름을 동시에 마주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례 거행에 있어서도 외적인 형식과 아름다움에 먼저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웅장한 성당 안에 조화롭게 배치된 제단과 회중석,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전례 기물과 성상들 그리고 형형색색의 빛으로 전례 공간을 수놓는 스테인드글라스는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가시적 표지이다. 또한 올바른 전례 규범에 따라서 전례 봉사자와 성가대를 잘 조직하고 신자들을 준비시키며 전례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표현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분명 전례를 잘 거행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임에 틀림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헌장」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전례헌장」, 7항)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례를 거행하는 공동체가 우선적으로 신앙 안에서 깊이 일치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외적 형식의 치밀함이라든지 거행 방식(ars celebrandi)에 있어서 완벽함의 추구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전례 거행에 앞서 복음선포와 신앙과 회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례는 신앙 공동체가 거행하는 예식 행위이다. 따라서 전례에서 거행되는 신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신앙의 바탕을 이루는 하느님 체험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회개의 정신으로 인도된 내적 준비를 요구한다. 그럴 때 전례 거행, 특히 성찬례 거행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영적 여정에서처럼 하느님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탁월한 장이 된다. 지난 몇 주간 우리는 이 여정을 따라가면서 십자가 사건으로 절망에 빠져있던 제자들이 어떻게 말씀의 빛으로 마음이 뜨거워져 삶의 의미를 되찾고, 빵을 쪼갤 때 주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하였으며 종국에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사도로 변모될 수 있었는지를 묵상해 보았다.

 

‘말씀’ - ‘성찬’ - ‘삶’으로 이어지는 이 역동적이고 점진적인 과정 안에서 ‘빵을 떼어 주는 행위’와 같은 일상적인 표지와 상징이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관계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체험이 참으로 필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침묵 가운데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시간을 갖는 내적 준비를 포함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자기 삶 속에서 살아내려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미사의 거룩한 신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전례 안에서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하느님의 행위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의 본질을 두려움 없이 세상에서 구원을 선포하는 교회의 모습에서 찾으셨다. 무엇보다 복음의 기쁨으로 충만한 교회는 첫걸음을 내딛고, 뛰어들고, 함께 가며, 열매 맺고, 기뻐하는 제자들의 선교 공동체이다. 특히 교황은 그 열매가 크던 작던 간에 이 여정 가운데 맺는 하느님 사랑의 결실이 바로 전례 안에서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는 기쁨으로 가득하고, 언제나 기뻐할 줄 압니다. 또 작은 승리를 거둘 때마다, 곧 복음화의 활동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기뻐하며 경축합니다. 기쁨에 찬 복음화는 우리 일상의 요구 안에서 선을 키우며 전례 안에서 아름다움이 됩니다. 전례의 아름다움을 통하여, 교회는 복음화하고 복음화됩니다. 전례는 또한 복음화 활동을 경축하는 것이며 자신을 내어 주는 새로운 힘의 원천입니다”(「복음의 기쁨」, 24항).

 

[2017년 2월 12일 연중 제6주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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