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항상 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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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52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32) 항상 외로워요

 

 

Q. 늘 외롭습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나름의 방법을 찾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곤 했는데, 저의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은 없네요. 여자친구도 저를 떠났습니다. 아무리 만나도 제 마음을 알 수가 없다면서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보다 수준 낮은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싫고, 그렇다고 혼자 외롭게 살자니 힘이 드네요.

 

 

A. 형제님 사연을 보면서 저절로 혀가 차는 소리가 납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어떻게 상담해줘야 하나 막막하기도 하고요. 형제님은 마태오 성인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루카복음 5장 27-32절을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는 밖에 나가셨다가 레위(마태오)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마태오는 그 당시 사람들이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외톨이에 외로움에 찌들어 살았을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마치 반전 같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레위가 자기 집에서 예수님께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함께 식탁에 앉았다”(루카 6,29).

 

세리가 외로움에 찌든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마태오가 대인관계가 좋았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었음을 입증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마태오를 제자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형제님은 마태오 성인처럼 자신의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외로움이란 감정은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불나방처럼 일시적 해소를 위한 위험한 처방들을 남용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외로움에 깔려 자신의 인생을 일찍 마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왜 생기며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영성심리에서는 외로움은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아닌 ‘결핍의 문제’라고 합니다. 항상 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던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외로움의 근원이란 것이지요. 그래서 외로운 사람끼리 서로 보듬어주고 살자고 결혼하거나 친구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그런다고 바로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은 기대고 한 사람은 받아줘야 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에 늘 기댈 자리가 돼줄 수는 없지요. 그래서 급기야는 결별을 선언하게 됩니다. 건강한 사람들이란 적당히 기대고, 적당히 기댈 자리가 돼주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적당량의 외로움은 홀로 견디면서 또 때로는 주위 사람들이 바람막이가 돼줘서 심리적 추위를 달래가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리인 마태오는 바로 그런 삶을 사신 분입니다. 세리라는 직업 때문에 주위 사람들 눈총을 받으며 외롭게 살면서 그 외로움에 치여 죽음의 길을 가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 바람막이로 삼고 살았던 지혜로운 분입니다. 

 

그런데 유난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외로움이란 모자관계에서 이뤄지는 원초적 감정의 세계입니다. 모자간에 충분하고 풍요로운 감정의 교류가 이뤄질 때 사람은 안심하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성적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사무치는 그리움과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자신에게 작은 애정이라도 보이는 사람에게 집착을 보입니다. 혹은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거절당해 외로움이 더 커질까 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지요. 소위 ‘애정결핍증’에 걸리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세리 마태오를 본받아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서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마태오 성인처럼 소속감을 느껴야 합니다. 어딘가에 소속돼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보고 싶은 존재가 된다면 웬만한 외로움은 달래가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외로움의 문제는 외로움 자체가 아닙니다. 외로움에 젖어 있는 자신을 탓하고, 자신을 외롭게 내버려둔 세상을 원망하는 삶의 자세가 문제입니다. 외로움을 달래려면 자존심을 버려야 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대개 외로움 속에 사는 사람들은 ‘너희가 내 마음을 알아’ 하는 속 좁고 교만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형제님 역시 외로움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평화신문, 2014년 1월 12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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