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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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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22 ㅣ No.150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동향

건축구조와 융합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요하네스 슈라이터, 아우크스부르크 대성당, 2010, 데릭스 스튜디오 제작.


20세기 들어 유럽의 현대 스테인드글라스는 독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유럽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발전의 중심에 서 있던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훼손된 교회들의 수많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롭게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대적인 개념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1920년대에 근대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건축 재료로서 유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기도 하였으며, 요셉 알버스(Joseph Albers, 1888~1976)와 같은 작가에 의해 실험적인 작품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전후에 활동했던 독일의 작가로는 게오르그 마이스터만(George Meistermann, 1911~1990), 루드비그 샤프라스(Ludwig Schaffrath, 1924~2011), 빌헬름 부슐트(Wihelm Buschulte, 1923~ ), 요하네스 슈라이터(Johannes Schreiter, 1930~ ), 요켐 펜스겐(Jochem Poensgen, 1931~ )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작가들은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운동의 선구자인 얀토른 프리커(Jan Thorn Prikker, 1868~1932)의 영향을 받아 각기 개성 있는 양식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자신의 회화적 성격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건축구조의 일부로 융합된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독일 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동향은 당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다. 경향잡지에는 1976년 5월부터 12월에 걸쳐 부슐트, 마이스터만, 샤프라스 등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화보로 실려 있어 동시대에 유럽에서 일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양상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에 있어 1930년대와 1950년대의 가교역할을 했던 작가 마이스터만은 프리커의 기하학적인 표현을 무의식적이고 표현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마이스터만은 스테인드글라스의 폭넓은 예술적 표현을 위해 꾸준히 회화작업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건물이라는 몸체에 지나친 양분을 공급하거나 혹은 부족하게 하여 본래 지녔던 빛의 수준을 파괴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실패작이다”라고 하면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유입되는 빛이 건축 공간에서 더함도 덜함도 없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마이스터만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부슐트, 샤프라스, 슈라이터 역시 스테인드글라스와 건축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건축의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다.

이와 같이 독일의 작가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창에 그려진 그림으로서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건축 공간과 한 몸이 되어 빛의 질과 양을 조율하는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납선(lead came, lead line)의 기능적인 면을 넘어서 조형적인 가능성에 대해 탐구했다. 이러한 경향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요하네스 슈라이터를 들 수 있다. 그는 색유리 조각의 프레임 역할이 주를 이루었던 납선의 기능을 보다 폭넓게 제시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슈라이터의 선들은 건축적 예술이자 순수예술로서의 스테인드글라스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25일, 정수경(카타리나 · 인천가톨릭대학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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