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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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제 영혼이 더러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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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9 ㅣ No.64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29) 제 영혼이 더러워 보여요

 

 

Q. 성경을 보면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저를 두고 한 것 같아 마음이 찔리곤 합니다. 기도하면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 있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게다가 성적으로 아주 불결한 생각마저 들어서 저 스스로 놀랍니다.

 

제 안에 ‘무슨 악마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사귀면서 자주 갈등을 겪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편안하게 사귀는 것 같은데 저는 늘 마음이 개운치 않고,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자주 바뀌곤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요? 인생을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A. 저 역시 젊었을 때는 ‘인생을 산다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가, 마음만 먹으면 인생 정도는 쉽게 바꿀 수 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교육과 기도 모임을 찾았고, 이름 난 스승들을 찾아 마음을 바꿀 방법을 배우려 했습니다. 그때 생각에는 그렇게 몇 년만 노력하면, 무엇인가 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도 마음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치고 싶은 결점은 더 많아지고 바꿔야 할 결함도 늘어만 갔습니다. 왜 도인들처럼 되고 싶어 노력했는데 왜 내 마음은 바뀌지를 않고, 그야말로 만신창이와 시궁창같이 돼가는 것일까요?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주 오랜 뒤에 알게 됐습니다. 누가 ‘사람의 마음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갈등’ 그 자체라고 말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보기에 아주 믿음이 깊고 강직한 분이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일대기를 듣다 보면, 그렇게 험한 일을 많이 당하셨는데도 끄떡없이 순탄치 않은 인생길을 가신 그분의 마음은 늘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변함없는 믿음으로 꽉 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가끔 기록된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보면 그렇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솔직히 고백하기를 “자신은 인생에서 더 선한 것을 보고 인정하면서도 마음은 더 악한 것을 따른다”고 했습니다. 내 안의 선하지 않은 부분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옛날의 신학자들은 그것을 원죄라고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더러운 영처럼 사는 것인가요? 왜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갖기 어려운 걸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내 안의 자아 중에서 아주 고약하고 사악한 자아 때문입니다. 어느 사회이건 간에 범죄자가 없는 사회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나라이건 간에 감옥은 늘 있기 마련이고, 이것은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는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같이 울어주고 선행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는가 하면, 이기적인 것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사악한 마음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그 사악함이 내 안을 점령하지 못하게 늘 마음을 살피고 있어(자아 성찰) 기승을 부리지 못할 뿐입니다. 마치 감옥 안의 죄수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듯, 그렇게 내 안의 어둠은 늘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때로 내 마음의 절제력이 떨어졌을 때 그 어둠이 밖으로 나와 내 영혼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복음에 나오는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말입니다.

 

두 번째는 병적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는 암 덩어리 같은 병적인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위에서 던지는 병적 말들이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주인행세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한 말들은 아이에게 치명적입니다. 무관심을 넘어서 무시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한 아이들은 평생을 ‘열등 콤플렉스’와 ‘적개심’을 가지고 살면서 파괴적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병적 콤플렉스가 사람으로 하여금 소위 예쁜 짓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운 짓만 골라 하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인정받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관점에서 내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 합니다. 보지 못하면 나가라고 할 수 없고, 나가지 않으면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닌 종살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마귀는 그를 사람들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치기는 하였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갔다”(루카 4,35).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15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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