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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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45: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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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29 ㅣ No.726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45)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


눈앞 결과만 좇다 보면 추수철 가라지 된다



교황은 이어서 ‘공동선과 사회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가난한 이들, 모두를 위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날마다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임시방편의 거짓 평화

“모든 이의 온전한 발전이 담보되지 않은 평화는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고, 늘 새로운 분쟁과 온갖 폭력을 낳을 것이다”(219항).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임시방편으로 가난한 자들을 구슬리고 침묵하게 만드는 평화는 거짓 평화이다. 부의 재분배와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 그리고 인권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의 추구라는 대전제 하에 모든 이를 위해 실현될 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황은 이를 위해 위정자들을 비롯해 관계자들 모두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적용하도록 촉구한다.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


즉각적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의 의미는 눈앞의 즉각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확실하게 일하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공간’의 의미는 시간적인 제한성 속에 놓인 고정된 세상을 의미한다. ‘시간’의 의미는 우리의 최종 목적인 낙원에까지 열려있는 지평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의미는 순간의 득실에 연연하지 말고, 최종 목적지까지 펼쳐진 지평을 염두에 두라는 뜻이다. 즉 옳다고 여기는 대전제를 실현하기 위해 확고한 신념과 끈기를 가지고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순간순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불편함 때문에 당황하여 공간 속에서 현재 눈앞의 안위만을 추구한다면, 진전의 과정을 고착시킬 수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시간이 공간들을 지배하고, 밝혀 주며, 쉬지 않고 확장하여 결코 퇴행할 수 없는 사슬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 안에서 새로운 진전의 과정들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들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 안에서 열매 맺도록 다른 사람들이나 단체들과 함께하는 활동들을 우선시하는 것이다(223항).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말은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거듭거듭 읽다 보면 그 의미가 추려진다. 다른 곳에서 이를 설명하신 교황님의 말씀을 옮겨보겠다.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치빌타 카톨릭카」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가라지는 마지막 날 뽑힌다

“하느님은 시간 속에서 역사적인 계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시간은 역사의 과정들을 진행시키고(역자 주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게 하고), 역사의 무대는 그것들을 투명하게 보여 줍니다. 하느님은 시간 속에 자리하시며, 진행 중인 시대의 과정 속에 존재하십니다. 따라서 그것이 긴 시대이건 혹은 과정 속에 있는 시간이건 간에, 시간보다는 힘(권력)이 행사되는 영역(분야)에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 힘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힘쓰기보다는 이 역사의 과정들을 진행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시간 속에서 당신을 드러내시고, 역사의 과정들 속에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인내와 기다림이 요구됩니다”(「두 분 교황님과 함께」 63쪽).

교황은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서 몰이해가 보일 때, 성령을 기다려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요한 16,12-13).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복음화의 중요한 측면을 설명해 준다. 가라지는 결국 마지막 날에 뽑히기 마련이다.

Q>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라는 규칙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교회 안에서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보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포기한 계획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확고한 신념과 끈기 그리고 인내로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키 위해 지금 많은 사람의 몰이해를 극복하고 추진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일 수 있을까?

[평화신문, 2015년 11월 29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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