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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교회 건축물, 지진에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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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8 ㅣ No.292

[특별기고] 교회 건축물, 지진에 안전한가?


비정형 벽돌조 구조… 지진에 취약해 보강 시급

 

 

- 9월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 성동성당의 종탑 벽돌이 무너져 내렸다. 성동본당 제공.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진원에서 약 10㎞ 떨어진 경주 성동성당의 종탑 벽돌이 무너져 내리는 등 교회 시설도 일부 피해를 봤다. 첫 지진 이후 수백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경주를 비롯, 부산ㆍ경남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성당과 같은 교회 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기 전에 건축된 경우가 많아 지진에 취약한 실정이다. 본지 취재 결과, 관할 지역 내 성당의 내진 설계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교구는 거의 없었다. 성당이 지어질 당시 건축법에 따라 지어졌을 것으로만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다. 

 

과연 국내 성당들은 지진에 얼마나 안전할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지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의 특별기고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진하중에 대한 이해

 

건물이 지진으로 인해 큰 재해를 입는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이번 경주 지진에서 직접 느껴봤다. 다행히 건물 붕괴와 같은 큰 피해는 없었으나 건물의 마감재가 떨어지고, 일부 건물의 뼈대에 균열이 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고 그 파괴 규모도 예측 범위를 곧잘 넘어서곤 한다. 

 

지진은 지반이 주로 수평 방향으로 건물을 흔드는 것이다. (가끔은 작은 규모로 수직 방향으로도 흔든다). 건물은 땅을 기반으로 서 있다. 그런데 땅이 갑자기 옆으로 움직이면(갑자기 움직이는 것을 물리학에서는 가속도(a)라고 표현) 거대한 중량(m)의 건물은 횡력 즉 지진하중(F=mⅹa)을 받게 된다. 즉 지진이 건물에 작용하는 하중은 바람과 같이 횡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지진하중의 크기는 지반가속도(a)와 건물의 중량(m)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지반가속도는 지진 규모와 관계가 있고, 건물의 중량은 건물의 규모와 관계한다.

 

 

내진 설계에 대한 이해

 

 내진 설계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진에 대해 구조물이 안전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안전’이라는 의미는 일반이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6.0~6.5)에서 구조물이 전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설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공학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경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건물의 중요도와 기능의 수행 등을 그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정해 건축주ㆍ설계자와 협의해 구조설계자가 현행의 법규 안에서 구조설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즉, 내진 설계는 지진에 대한 건물의 재해보험 성격을 가진다. 건물 거주자의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에 대비한 선 투자적 성격을 갖는다. 사실 국가가 정한 내진 설계란 기본적인 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 정도의 성격이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보험(내진 성능 설계 등)은 건축주가 건물 설계 시 선택적으로 요구하고 반영돼야 한다.

 

 

우리나라 내진 설계법의 변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8년부터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다.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계기는 1978년 홍성 지진과 1985년 멕시코 지진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국가는 진도 7.0 이상의 지진에 건물의 인명 안전을 목표로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대상 건물은 6층 이상 또는 전체 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고, 2000년에 부분 개정돼 6층 이상 총면적 1만㎡ 이상, 2005년부터 3층 또는 1000㎡ 이상으로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다.<표 참조> 따라서 2005년 이전에 설계된 대부분의 성당 및 교회는 법적인 내진 설계도 반영이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지진에 취약한 건물

 

내진 설계를 할 경우 고려되는 사항들로는 지진 위험도, 건물의 주기, 지반의 특성, 구조물의 연성이 있다. 지진에 견디기 위해서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물이 큰 연성을 가지도록 해 지진에너지를 소산시키는 방법이다. 외국의 지진 피해 건물을 조사해 본 결과 지진에 취약한 건물은 △ 지반이 약한 대지에 얹힌 건물, △ 비정형 건물, △ 연성이 취약한 부위가 있는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시설은 건물의 용도상 건축 외형적, 구조적으로 비정형 건물로 돼 있고, 또한 연성이 취약한 구조 재료(벽돌조)를 사용한 건물이 많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지반이 약한 곳에 지어진 벽돌조 건축물은 지진에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준비와 대책

 

지진에 따른 피해 가운데 건물의 직접적인 붕괴에 따른 피해는 17% 정도고, 비 구조체의 탈락에 따른 원인이 25%, 나머지는 가구 및 가전제품의 전도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일단 가구 및 가전제품의 전도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고, 그다음에 비 구조체(천장, 창문, 외장재)의 고정 여부를 확인하고 탈락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성당과 교회는 회당 내부 높은 천장부의 탈락이나, 벽돌 내장재의 탈락이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내진 설계 여부를 확인하고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건물에 대해서는 구조 전문가의 도움으로 차례대로 내진 보강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진대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는 지진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그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도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밖에는 없다. 천재(天災)야 우리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과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얻은 문명은 우리에게 준비한 자와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 극명히 다른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제 오만한 문명은 자연을 존중하는 겸손한 문명으로 바뀌어야 한다. 오만한 문명에는 자연의 재해를 재난으로, 곧 인재로 결론을 짓게 된다. 이제 겸손한 자세로 대비하자.

 

[평화신문, 2016년 10월 9일, 정광량 회장(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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