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르망대성당 예수 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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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30 ㅣ No.238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4) 르망대성당 ‘예수 승천’


그들 시선 따라가면 예수 승천 보인다

 

 

114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르망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예수 승천’. 해외도서 「Stained Glass」

 

 

중세 고딕 건축과 함께 본격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창들이 출현하기에 앞서 프랑스에서는 지역의 특징적인 양식을 담아낸 스테인드글라스들이 제작됐다. 그중 프랑스 서부 푸아투(Poitou) 지역의 양식을 보여주는 르망대성당의 ‘예수 승천’을 함께 감상하고자 한다.

 

르망대성당 네이브 남쪽 측랑에 위치한 이 창은 현재 프랑스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창 중 하나로, 1140년쯤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서로 교차하여 배치된 배경에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광경을 지켜보는 성모 마리아와 12사도의 모습이 표현된 이 작품은 같은 로마네스크 시기의 작품임에도 지난주 살펴봤던 아우크스부르크대성당의 ‘예언자’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다.

 

3개로 나뉜 색 면이 상하로 배치되어 총 6개로 구획된 화면에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다양한 자세로 하늘을 응시하는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상단 정중앙에 성모님이 자리하고 있고, 좌우로 각 3명의 사도가 중앙을 향해 서 있다. 하단에는 각 두 명의 사도가 서로 마주 보는 자세로 쌍을 이루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 위쪽에는 예수 승천 장면이 있었으나 소멸되고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르망대성당 ‘예수 승천’은 우선 표현된 인물들의 비례나 자세 등에서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변화가 느껴지는 대담한 구성을 보여준다. 실제 비례보다 길게 늘여서 표현된 인체와 칼로 잘라 표현한 듯한 ‘V자’의 날카로운 옷 주름 등은 당시 프랑스 서부 지역 스테인드글라스의 특징적인 양식으로 알려졌다.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역시 섬세한 페인팅과 색 면의 배치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붉은색과 푸른색의 배경을 교차해 배열한 것과 사도들의 의복에서 황색과 올리브그린 색을 부분적으로 상호 교차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해 리듬감을 준 것이 눈길을 끈다. 세세한 옷 주름 표현과 안면 묘사, 그리고 납선의 경계를 지나가며 완성된 곱슬머리를 표현한 부분이 자칫 경직되어 보일 수 있는 화면을 한층 자연스럽고 회화적인 느낌으로 탈바꿈시켜 주고 있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예수 승천의 구체적인 장면이 생략된 상황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천상을 응시하며 실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예수 승천 광경을 감각적인 것을 넘어 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르망대성당의 ‘예수 승천’은 빛과 색채의 유희로 표현된 인물들의 놀라움과 기쁨을 전해주고 나아가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31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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