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새해를 성모님과 함께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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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05 ㅣ No.665

[레지오 영성] 새해를 성모님과 함께 시작하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기념하며 우리는 새해를 성모님과 함께 시작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돌보시던 성모님의 사랑스런 손길이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 레지오 단원 모두에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첫 날은 성모님의 축일인 동시에 성탄의 기쁨이 충만한 성탄 8일 축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새해 첫날이 성탄 팔일 축제로 연결된 것은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셨다는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또한 성모님 대축일을 함께 지냄으로써 겸손한 신앙으로 주님을 받아들이고 함께 하신 성모님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회의 모습이라는 ‘성모공경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을 낳으시고 기르셨을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협력하시며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신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자녀인 우리들이 악의 유혹을 물리치고 올바른 신앙의 길을 가도록 새해에도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으실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사도로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연결된 다른 모든 형제자매들도 어둠의 세력에 굴복하지 않도록 약해지는 믿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누룩의 역할을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빛이 세상의 어두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충실히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공의회보다 앞서 평신도 사도직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공의회는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을 공인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보완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는 보다 완전한 레지오 마리애가 되도록 공의회의 정신이 교본에 반영되도록 자발적으로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근래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이 움츠려 드는 현상에 대하여 시대에 맞지 않은 교본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나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공의회에서 제시한 방향이 신자들의 신앙생활 속에는 물론 교회 운영에도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아직까지 들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레지오 마리애가 침체되어 가는 현상에 대하여 조급하게 교의적인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약해지는 믿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누룩

 

물론 교본을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먼저 교본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레지오 단원의 의무 가운데 “해마다 한 차례씩 봉쇄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적 생활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단원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년 전에 안동교구는 레지오 도입 60주년을 맞아 레지아 차원에서 피정프로그램을 만들고 한 해 동안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프로그램에 참가한 레지오 단원들의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었는데, 아쉽게도 참가자는 전체 단원의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참가한 단원들도 레지오 단원으로서 처음 피정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세나뚜스 차원에서 모든 단원들에게 교본에 지시된 피정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또 피정 프로그램에 레지오의 소명을 일깨우는 시간을 마련하여 실천하게 한다면 단원들의 내적 생활이 성장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소명의식과 관련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레지오 단원들에게 말씀하신 ‘누룩이 되는 소명’을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교본에 수록된 교황님의 말씀에 따르면 레지오 단원들이 맡고 있는 특별한 역할은 “믿음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로써 개인의 성화를 이루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세속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동정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셨습니다. 그래서 성모신심을 통하여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알리고 확산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단체인 레지오 마리애가 성모님께 대한 사랑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널리 알리고 사랑받으시게 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권고하셨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믿음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천주교 신자라도 성모신심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 요구하시는 것과 같이 성모님과 일치하고, 의탁하며, 헌신하려고 노력하는 실천적인 신심을 지닌 신자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열심한 신자일지라도 성모신심에 있어서는 실천적이라기보다는 감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한 프랭크 더프조차 청년시절 빈첸시오 회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면서도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이 쓴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라는 책을 만날 때까지 자신의 신심이 단지 감상적인 차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프랭크 더프는 감상적인 차원에서, 즉 교리문답서에서 성모님에 대해 배운 매우 피상적인 지식만으로 ‘참된 신심’을 읽었을 때, 그 책을 모순투성이라고 생각했고, 두 번 다시 펴보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를 회고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정녀 성모 마리아와 관련하여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이 표현한 성모님의 지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전체적인 지식의 체계가 나에게는 결핍되어 있었다. 성모님에 대하여 진실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감상적인 성모신심에서 실천적인 성모신심으로 성장해야

 

프랭크 더프는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라는 책을 통해 성모님께 대한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감상적인 성모신심에서 실천적인 성모신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체험한 것을 레지오 교본에 ‘상징적 행위’라는 항목으로 정리하였으며, 아울러 실천적인 성모신심에 필요한 지식도 충분히 반영하였습니다. 그는 ‘상징적 행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우선 첫걸음을 내디뎌야 하고 비록 실제적인 가치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지정된 목적을 지향하거나 그 목적과 관련된 연속적인 행동을 ‘상징적 행동’으로 계속한다면, 우리의 힘만으로 불가능한 영신적 문제와도 극적인 싸움을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징적 행위는 인간적인 노력에 속하는 것이기에 노력을 으뜸가는 원칙으로 삼는 것을 레지오 사도직에서에 주요한 원리 중 하나로 간주하였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자신의 신심으로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예언도 실현하였습니다. “장차 다가오는 시대에 세속과 악마와 부패된 본성과 맞서 싸울 예수 마리아의 군단인 용감무쌍한 남녀 군사들이 일어나리라.”(114항) 여기서 언급된 마리아의 군단, 곧 레지오 마리애는 이 예언이 기록된 뒤 200년이 흘러 프랭크 더프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어느덧 창설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프랭크 더프를 감성적인 성모신심으로부터 일으키시어 당신의 일에 협력하는 사도직 단체를 창설하도록 이끌어주신 성모님께서 새해 모든 레지오 단원들에게 소명의식을 새롭게 일깨워주시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길 기원합니다. 단원들도 성모님께서 맡기시는 사도직에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신념으로 상징적 행위를 계속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당부하신 누룩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결심을 굳게 다지시기 바랍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월호, 권용오 마티아 신부(안동교구 상주 가르멜 여자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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