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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참된 희생과 용기(퍼스트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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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07 ㅣ No.612

[레지오와 마음읽기] 참된 희생과 용기(퍼스트 펭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13살의 에이미는 이혼으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버지와 생활하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야생 기러기 알들을 발견하고 그 알들이 깨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새끼들에게 어미로 각인되어 새끼들은 그녀만을 따라다니게 된다. 어린 기러기와의 생활로 아빠와의 갈등을 풀어가던 어느 날, 한 경관이 찾아와 야생 기러기를 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이에 에이미와 아빠는 철새인 야생 기러기들이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야 함을 깨닫고, 기러기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에이미만을 따라하는 기러기들을 위해 아빠가 에이미에게 맞는 경비행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에이미는 그 비행기로 나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러기들은 에이미를 따라 날아 우여곡절 끝에 철새 서식지에 도착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1996년 제작된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줄거리이다.

 

어미나 동료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많은 동물에게서 발견되지만 특히 펭귄에게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행동이 있다. 무리지어 사는 펭귄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할 때 바닷속 천적이 무서워 머뭇거리게 된다. 이때 어떤 펭귄 한 마리가 용감하게 바다에 뛰어들면 그것을 확인한 주변의 펭귄들도 차례로 따라 뛰어드는 행동이다.

 

이런 펭귄의 행동에 빗대어 “펭귄 효과”라는 것이 생겨났다. 이는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가 남들이 구입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구매하는 현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평소에 잘 아는 사람이나 연예나 스포츠 분야 등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면, 망설임 없이 그것을 따라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SNS 발달로 유명인의 물품 사진이나 영화나 드라마의 소도구가 자주 노출되면서 그것의 구매력을 높이는 경향으로 이어져, 이 효과를 마케팅에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 있는 행동으로 다른 이도 도전할 수 있게 해

 

그런데 펭귄효과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든 펭귄, 즉 “퍼스트 펭귄”이다. 아무리 먹이가 많은 곳이라 해도 천적이 있어 죽을 위험이 분명한 곳에 뛰어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생존을 위한 행동이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스트 펭귄”은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 있는 행동으로 다른 동료들도 뒤따라 도전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먼저 도전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참여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선발자’를 “퍼스트 펭귄”이라고 일컫는다.

 

이 단어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 ‘랜디 포시’가 죽기 몇 달 전인 2007년 10월에, 자신의 대학 강의에서 “퍼스트 펭귄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크게 알려졌다. 그는 평소에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비록 실패하여 결과가 없을지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시도해본 이들에게 그 용기를 칭찬하기 위해 “퍼스트 펭귄상”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적이 잠복해 있을지 모를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 반드시 누군가는 ‘퍼스트 펭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강의록인 ‘마지막 강의’는 사후에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H자매는 명예퇴직 후 봉사를 위해 레지오에 입단하였는데 그 Pr. 단장은 매우 적극적이고 창의적이어서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고 실행하였다고 한다. 사람 통행이 많은 길에서 차를 주며 선교를 하거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이삿날에 일일이 찾아가 커피를 주며 성당을 안내하는 등, 다소 소심한 H자매에게는 힘겨운 활동이었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속하기 힘들어져 그 Pr. 단장은 Cu.에 협조를 요청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H자매가 입단한지 1년도 안되어 단장의 이사로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다.

 

H자매는 말한다. “단장님이 계실 때는 너무 적극적이어서 부담이 되었는데, 막상 가시고 나니 제가 안일하게 활동을 하는 듯 하여 좀 불안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모범을 보이려고 해요. 힘들어도 묵주를 배꼽 높이로 들고 한다던가, 미사 내내 복사들처럼 두 손 모으기를 하는 태도에서부터 성당행사로 모두 지쳤을 때 상가방문을 가거나 새로운 활동에 주저하지 않고 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입니다. 이게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주 영향이 없다고도 생각되지 않아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Pr. 간부들, 선배 단원들은 ‘퍼스트 펭귄’으로서의 역할 커

 

우리들에게는 이미 “퍼스트 펭귄”이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온전히 그리스도를 따르신 분’(교본 462쪽)이신 성모님과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활약한 에델 퀸, 라틴 아메리카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활동한 알퐁소 램,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 순교했거나 활동 전선에서 산화한 수천 명의 레지오 단원들’(교본 17쪽)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 힘이 나지 않는가! 또한 퍼스트 펭귄의 진정한 의미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자’이니, 우리가 ‘어머니이신 레지오의 모후께 확실한 신뢰심을 갖고 도움을 청하면 승리로 이끌어 주신다.’(교본 318쪽)는 말을 믿고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 있게 활동에 임한다면, 우리 모두는 또 다른 “퍼스트 펭귄”이 되는 것이다.

 

특히 평의원 및 Pr. 간부들, 레지오에 오래 몸담은 선배 단원일수록 더욱 퍼스트 펭귄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퍼스트 펭귄처럼 이미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리의 가장 앞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감명을 받았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도 그 행동을 따라 해보려는 속성’(교본 450쪽)이 누구에게나 있기에, 이들의 행동은 사소한 것이라도 단원들에게 모범이 될 것이다.

 

한편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느님 사업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할 때, 그것이 레지오 정신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격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표적은 겨누고만 있으면 결코 맞출 수가 없으며, 모험 없이는 성공도 없다.’(교본 286쪽)는 뉴먼 추기경의 말에 힘입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거창한 행동을 시도하는 것만이 용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실 대부분의 레지오 단원들의 활동에서 용기가 필요한 부분은 ‘얼마 전까지 교도소 방문 활동의 대상자였던 사람을 점잖은 자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던가,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과 함께 걸어야 한다던가, 때가 묻은 손을 다정하게 잡아 주어야 한다던가, 매우 가난하고 누추한 집에서 대접하는 음식을 함께 먹어야 한다던가’(교본 31쪽) 하는 일상에서의 희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행동 하나 말씨 하나와 같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남들에게 좋은 표양이 될 때, 우리 모두는 퍼스트 펭귄인 것이다.

 

“만일 그들이 참된 희생과 용기로써 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랑도 충성도 규율도 결국 아무 쓸모가 없이 되고 만다.”(교본 426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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