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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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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05 ㅣ No.110

[평신도 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10)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앞 못 보는 이들을 주님께로 이끄는 ‘흰 지팡이’

 

 

7월 22일 서울 강남 성라파엘사랑결준성당에서 봉헌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주일미사에서 신자들이 점자 성경책을 짚으며 기도하고 있다.

 

 

‘흰 지팡이’는 시각장애인들의 자립을 나타내는 대표 상징물이다. 시각장애인들이 흰 지팡이를 들고 길에 나서는 것은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흰 지팡이를 따라 스스로 보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전국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 가운데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흰 지팡이가 돼 주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회장 양지수, 담당 김용태 신부, 이하 한가시)다.

 

한가시는 시각장애인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서울 강남 성라파엘사랑결준성당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윤익성(니콜라오·33·서울 성산동본당)씨도 자신은 “점자가 없으면 무엇도 하기 어려운데, 한가시가 만든 점자 성경책이 있어 주님 말씀도 읽을 수 있고 이를 다른 시각장애인 신자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윤씨는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에서 거행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주일미사에서 독서 봉독을 맡았다. 한 문장 안에서도 더듬더듬 끊어 읽거나 같은 문구를 반복해 읽기도 했지만 윤씨는 무리 없이 독서 봉독을 마쳤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또 다른 시각장애인 이미희(소화데레사·42·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씨도 여러모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한가시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일반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려면 택시를 잡아타 성당에 가는 것도, 점자 성경책이 없는 것도, 미사 중 성체를 모시러 나가는 것도 모두 심적 부담이 된다”며 “여기에는 매주 봉사자도 있고 점자책도 구비돼 있어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윤씨와 이씨 외에도 시각장애인 190여 명은 한가시가 만든 점자 성경·성가책, 전례서 소프트웨어 ‘온소리 로고스’를 통해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점자 성경책을 짚고 있는 한 시각장애인 신자의 손.

 

 

시각장애인 복음화와 복지증진

 

한가시는 시각장애인들의 복음화와 복지증진을 위해 설립된 전국 평신도 사도직 단체다. 사회는 물론 교회에서도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무관심하던 1970년대, 시각장애인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설립했다. 서울맹학교 가톨릭학생회인 ‘인왕셀’에서 활동하던 청년들은 졸업 이후에도 시각장애인 신자들 간의 정보교류와 친목·단결 도모의 필요성을 느꼈다. 1979년 4월 13일 이들은 현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의 모체인 한국가톨릭맹인선교회를 창립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1983년 광주대교구와 대구대교구에도 가톨릭맹인선교회가 설립되면서 서울·광주·대구 등 3개 교구 선교회는 1984년 4월 22일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해 ‘한국가톨릭맹인선교회전국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부산·인천 등 각 교구에서 가톨릭맹인선교회가 설립됐고, 한국가톨릭맹인선교회전국협의회는 1986년 3월 13일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전국 사도직 단체로 인준을 받는다.

 

2002년 3월 21일에 단체명이 지금의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로 바뀌었다. 맹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현재까지도 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가시에는 서울·광주·대구·부산·인천·대전·춘천·수원·원주·청주 전국 10개 교구 13개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가 소속돼 있다.

 

 

시각장애인 선교는 시각장애인 스스로

 

‘시각장애인 스스로가 시각장애인 선교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구성된 한가시는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의 복음화와 복지증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성경과 가톨릭성가, 예비신자 교리서 등을 점자책이나 녹음 도서로 제작해 보급하는 것은 물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전례서 소프트웨어 ‘온소리 로고스’도 개발했다. 각 교구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주일미사와 교리교육, 각종 세미나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한가시는 복음화와 복지증진뿐만 아니라 전국 가톨릭 시각장애인들의 친교에도 힘쓰고 있다. 한가시 소속 전국 10개 교구 13개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와 그 회원들 간의 활발한 정보교류와 의견 나눔을 돕고, 친목 도모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한 차례씩 총회와 회장단 피정, 전국 레지오마리애 피정을 진행하고 있고, 두 차례씩 전국 회장단 회의도 마련한다.

 

특히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하계수련대회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가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을 도모하는 소통의 장이다. 오는 8월 13~15일에도 전국 시각장애인 신자 450여 명이 충북 보은군 속리산 유스타운에 모여 친교를 나눌 예정이다.

 

전국 평신도사도직 단체들 가운데 한가시가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주체성에 있다. 한가시 담당 사제인 김용태 신부는 “보통 교회 활동은 성직자나 수도자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한가시에서는 모든 활동이 평신도 시각장애인들을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찍부터 이런 단체를 평신도 시각장애인들 스스로 구성해 이끌어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신부는 “한가시는 시각장애인들도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 평신도들도 선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모범이 되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한가시 회원이 되려면 전국 10개 교구 13개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중 한 곳의 회원이 되면 된다.

 

※ 문의 02-451-0333~4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 양지수 회장

 

양지수 회장은 “더 많은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와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일궈나가는 단체라 보람이 크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많습니다. 갈수록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교회에서도 장애별 특성을 고려한 사목이 필요합니다.”

 

7월 22일 서울 강남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양지수(미카엘·70·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회장) 회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교회에서는 행정적 편의성에 의해 장애인사목을 포괄적으로 펼치는 경우가 있지만, 각각의 장애마다 신앙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양 회장은 미사 참례에 있어 시각장애인 신자들에게는 점자 성경책이나 성체를 모시러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시각장애인들이 일반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본당에서부터 점자책을 몇 권씩 마련해두거나 미사 중 시각장애인 신자들을 안내해주는 등의 사목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양 회장은 중도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생적인 시각장애인도 그렇지만,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 중도 시각장애인 신자들의 경우 더욱 큰 좌절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양 회장은 시각장애인 신자들에게 한가시에 가입해 회원으로 함께할 것을 권유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정말 많을 것입니다. 한가시 회원들은 여러 신앙 활동을 통해 직접 빛과 사명이 돼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한가시 활동으로 마음에 위안을 얻고, 장애를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8월 5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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