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금)
(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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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들여다보기: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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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28 ㅣ No.99

[교육, 들여다보기]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해

 

 

선생님이 울다

 

교직 생활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로하고 가슴으로 보듬고자 심리 상담과 교육 철학, 수업 기술 등을 공부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0여 년을 보내다 보니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에게 전수해 준다면 후배 교사들이 사람을 상대로 실수를 줄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장이나 교감이 아닌 수석 교사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런데 후배 교사들과 동료 교사들을 상대로 수업 컨설팅과 지도를 하다 보니 의외로 ‘울고 있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가슴이 많이 아파졌습니다.

 

남자들이 여성으로서 가장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직업군이 교사 집단이라고 합니다. 교사는 그 누구보다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망이 강해 ‘철 밥통’ 이라는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생계(?)형 직업인으로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끊임없이 연수와 학습 공동체 모임 등을 통해 배우고 연구하여, 최소한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자긍심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교사들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신규나 저경력 교사들은 직업에 대한 회의에 몸서리치기 시작했고, 중견 교사들은 병 휴직이나 명퇴를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었고, 교사로서의 삶이 지식을 파는 수능 일변도의 가르침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하고, 결국은 그러한 모든 것이 자신의 무능에서 비롯되었다는 자책감으로 병들어 갑니다.

 

 

교사, 벼랑 끝에 서다

 

며칠 전 다른 학교의 신규 교사와 상담을 했습니다. 선배 수석 교사와의 첫 만남은 ‘기대’보다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괜히 상담을 신청했다는 후회막급을 억누르며 찾아온 그 교사는 학급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모두 자기 탓이라며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최근에 상담을 통해 만난 선생님들의 사연을 몇 개 적어 봅니다.

 

- 신규 교사 사례

 

“요즘 가장 힘든 부분은 학생 부모님 때문이에요. 그 학생은 학교에 오면 존재감이 전혀 없는 아주 조용한 남자아이인데, 그 아이를 날마다 데려다주어야 해요. 아침에 학교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 아이의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은 엄마가 만나 주지 않는다고 그 아이를 자꾸 데려가려고 해요. 물론 엄마를 겁주려는 단순한 협박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때는 보안관 몰래 교실에 들어와 복도를 헤집고 다니기도 해요. 그럴 때는 얼마나 무서운지…. 또한 그 학생의 엄마하고 이런 상황에 대해 협조를 구하려고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무조건 비밀을 보장해 달라고만 해요.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큰일 난다고요. 전과자 출신이라는 그 남자와 자꾸 부딪치는 이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 아이가 불쌍하기도 해요. 이게 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중견 교사 사례

 

“학생이 무단결석을 해요. 학교에서는 삼일 이상 무단결석을 하면 가정 방문을 해야 한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정말 끔찍한 집이었어요. 엄마, 할머니와 같이 산다고 했는데 엄마는 집을 나가서 생활하는 것 같고,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분이어서 집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심하게 난 것인데 우리 반 아이들은 그 아이가 옆에 오면 코를 막고 피하기 일쑤였지요.

 

그 아이는 가끔 엄마한테 용돈을 받게 되면 그 돈으로 피시방에 가서 살다시피 하면서 학교에 오지 않죠. 그래서 제가 아침마다 그 아이 집에 가서 학교로 데리고 옵니다. 지금이 두 달째인데,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아이한테서 너무 냄새가 나니 짝이 될 경우 바꾸어 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쳐요.

 

그 아이를 건사하는 것도 힘들지만, 학부모들이 그 아이에 대해 항의하는 전화에 응대하는 것도 견디기 힘듭니다. 제가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건지 정말 하루하루가 힘드네요. 그 아이와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 문제도 답이 안 나오고요. 올해는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 쉰이 넘은 고경력 교사 사례

 

“교직 경력이 30년인데 이런 일로 상담을 하게 되다니 우습네요. 예전에는 학부모들이 나이 든 교사를 대할 때는 좀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는데 요즘 젊은 엄마들은 너무 안하무인이에요.

 

1학년 담임은 아이들 똥오줌을 가려주는 일부터 우유 급식 등으로 토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교에서도 경험이 많은 고경력 교사를 담임으로 배정해요. 새카맣게 젊은 1학년 학부모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거기서 뒷공론(이른바 ‘뒷담화’)을 하나 봐요. 자기 아이에 대해 서운함이 생기면 담임인 나한테 와서 자초지종을 묻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나이 든 선생이라 고지식하다는 등 말을 만들어 퍼뜨리나 봅니다.

 

왕따 문제가 비단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 교사도 학부모들에게 왕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급 일에 학부모의 협조를 구할 수도 없고요. 심지어는 그렇게 단체 카톡방에서 끼리끼리 어울리다 엄마들끼리 다투게 되면 다투던 상대방 엄마의 자녀를 왕따를 시키는 경우까지 생기곤 해요. 결국은 담임 교사가 학부모들의 싸움에 휘말려 학부모 싸움 중재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뭐 하는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런 사례를 통해 보면 요즘 교사의 상처는 아이들로 말미암아 생기기보다는 주로 학부모들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또한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보다는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인적 환경과 물리적인 환경에 상처를 받습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교육이 지나치게 학부모 일변도의 서비스 산업화가 되면서 교사의 권위가 바닥까지 추락하고 오직 임무와 책임만이 가득해져서, 이제는 정년퇴직을 꿈꾸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합니다.

 

 

도전과 응전

 

교사는 올바로 지도하려고 학생을 둘러싼 총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총체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예전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사랑과 전쟁’ 시리즈의 연속인 부모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해야 하고, 이혼한 가정의 경제력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엄마들의 과욕이 불러일으키는 카카오톡과 누리소통망(SNS)까지 관리해야 하고, 옷 속에 도청 장치를 넣고 꿰맨 옷을 입고 온 아이들의 감시도 견디어야 합니다.

 

맘에 들지 않는 짝을 바꿔 달라고 항의하는 학부모의 이기주의와도 상대해야 하고, 학생의 안전사고가 났을 때 4만 원짜리 진료에 대해 120만 원을 청구하는 질 나쁜 학부모들에게도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한 학부모의 하소연을 2시간 30분씩 날마다 들어주기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교사들은 하루하루 지쳐 갑니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 일방적인 항의에 대해 변명을 해야만 하는 나약한 존재로 전락해 가는 교사에게 아이들은 더 이상 예뻐 보이지 않게 됩니다. 저 아이들의 학부모들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에게 비수를 꽂을 것이라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학생들에게 눈길도 주고 싶지 않게 됩니다.

 

또한 망나니짓을 한 학생에게 훈계를 하려다가도 도청이 될까 싶어 참습니다. 짝에 대한 불만이 생길까 봐 공동체 생활이나 협력 학습이 주는 이로운 점 따위는 제쳐 두고 책상을 떼어 혼자씩 앉게 합니다. 핸드폰을 두 개씩 만들어 학부모 상대 전화는 가급적 퇴근 뒤에 받지 않으려고 하는 교사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교사 치유

 

이에 대해 김현수 원장은 교사가 상처를 치유하도록 다음과 같이 하자고 제안합니다. 김 원장은 ‘빵과 영혼’이라는 상담 센터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과 아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성장학교 별’을 설립하여 치유와 복지, 교육과 영성이 함께하는 대안 학교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는 신경과 의사입니다.

 

• 자기 개방하기, 곧 어려움 털어놓고 고백하기. 

• 내가 부족해서라고 자책하지 말기. 

•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을 느끼기. 

•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 혼자 있지 말고 모이고 참여하기. 

• 상처를 치유하고자 고백하고 스스로 성찰하기. 

• 학생들과 함께 연대하기. 

• 교사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존중하기. 

• 서로 돕는 교사 문화 만들기. 

• 남에게 칭찬받기를 바라지 말고 자화자찬하기. 

• 긍정의 자기 검열을 하기.

 

또한 연수원에서도 최근에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본업 외에도 감정 노동으로 심신이 지쳐 가는 것을 경계하여 ‘교사 힐링’ 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그동안의 지쳐 온 시간에 대해 교사에게 묻습니다.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몸이 힘들지는 않은가?” “아이들을 보면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받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었는가?”

 

가르침을 잠시 쉬고 이와 같은 물음과 명상으로 교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여 그들을 위로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연수로 교사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어서 교권 보호 단체를 앞세워 법적인 대응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를 알려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거나 배의 돛을 보라고 합니다. 교사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알려면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말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친 교사들이 가르친 아이들이, 과연 학교에서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 3년 동안 다달이 ‘교육, 들여다보기’를 훌륭히 집필해 주신 김미자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김미자 유스티나 - 서울 반원초등학교 수석 교사로 서울시 교육청 학습상담심리지원단과 행복독서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와 교육 컨설팅을 하며 다수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2월호, 김미자 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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