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40: 사람은 신뢰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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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3-15 ㅣ No.2016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40) 사람은 신뢰로 산다


신뢰와 사랑이 우리를 춤추게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을 듣고 ‘갑자기?’라고 되물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언젠가는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 아닐까. 이 질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겠지만, 사람이 사는 데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일 것이다.

 

신뢰는 사전적 의미로 ‘믿고 의지함’을 뜻한다. 여기에는 인간이 본래부터 믿고 의지하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신앙인에게 신뢰란 인간이 하느님께 갖는 기본적인 태도이지만, 신뢰는 모든 인간 삶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신뢰는 인간 삶에서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으로 작용한다.

 

먼저 신뢰는 가정생활의 근본 바탕이다. 혼인 예식에서 신혼부부가 반지를 끼워주며 서로 주고받는 말은 혼인이 사랑만이 아닌 신의(믿음과 의리)를 통해 이루어짐을 말해준다. “나의 사랑과 신의의 표지로 당신께 드리는 이 반지를 받아주십시오.” 부부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형제 사이의 신뢰 관계는 가정을 떠받쳐 주는 바탕이다. 물론 인간의 신뢰는 매우 연약하며, 깨지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가족들끼리 서로를 향한 신뢰가 깊은 만큼 신뢰가 깨짐으로써 받는 상처는 깊고 크다. 깨진 관계를 돌이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기다림,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

 

학교나 사회의 대인관계에서도 신뢰는 중요하다. 신뢰가 가득한 곳에서는 매일의 생활이 기쁨이요 축제지만, 불신이 만연한 곳만큼 지옥 같은 곳도 없다. 믿고 기다려줄 때 사람은 자기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성장하고 많은 것을 성취해내지만, 반대의 경우 자신감을 잃고 주눅 들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기 마련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신뢰는 사람을 춤추게 하고, 죽어가는 사람도 되살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한편 신뢰의 중요한 가치를 나중에야 깨닫는 건, 인간 삶의 아이러니다. 특히 인생의 큰 위기나 시련을 겪으며 자신이 얼마나 큰 신뢰를 받고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평생 자기 멋대로 살다가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사람은, 어느덧 자기 삶이 허망하고, 평생 헛된 것을 찾아 헤맸다는 것을 깨달으며 후회한다. 그리고 자기를 향한 가족들과 지인들의 신뢰가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그 신뢰를 배신하며 살아왔는지 인정하며 가슴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수년 전, 큰 병에 걸려서 큰 수술을 앞둔 형제님께서 필자에게 기도를 청하셨다. 그분은 평생 누구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고 자신 있게 살아왔는데, 막상 병에 걸려 죽음이 가까워져 오니, 자기 삶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허망하게 삶을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가족들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아 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못되게 그 사랑을 대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하셨다. 이제 수술이 코앞인데, 만약 살아남게 된다면, 남은 생을 그동안 받았던 사랑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도 덧붙이셨다.

 

신뢰는 사랑과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다. 신뢰는 사랑과 함께 서로에게 전해지며, 서로를 살게 한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가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얼마나 큰 신뢰와 사랑을 받고 살고 있는지 헤아려보자. 나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며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신뢰와 사랑 없이 우리가 한순간도 살 수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3월 10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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