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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광주대교구 나주 다시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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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5-12 ㅣ No.637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광주대교구 나주 다시성당


공소시절부터의 신앙 새 성당에 고스란히 이어져

 

 

광주대교구 나주 다시성당 전경. 사방 십자가 형태의 옛 종탑 모양을 새 성당 종탑에도 그대로 살렸다.

 

 

5월 3일 광주대교구 나주 다시성당, 새 단장한 주방에서 쾌활한 자매님 두 분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모레 주일 본당 식구들을 먹일 음식들,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찬거리들이지만 정성이 깃들어 맛나 보인다. 매월 한 번씩 ‘한솥밥나누기’로 식사를 함께한다. 

 

“전에는 그냥 마당에서 식사 준비도 하고 밥도 먹고 했지요. 그러다 보니 춥거나 더운 날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새 성당도 짓고 교리실과 식당도 새로 마련해서 전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좋지요. 성당에 오는 게 더 신이 나요.”

 

30년이 넘게 몸담았던 다시본당 토박이 신자 이경숙(소피아·68)씨는 새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마냥 재미나다. 공소시절에 지어졌던 옛 성당은 건물 밑으로 물이 차서 항상 눅눅했다. 그래서 새 성당을 땅 위로 조금 올려 지었다.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려 둔 옛 성당의 종탑. 1969년 영상포본당 관할 다시공소 건립 당시 세워진 것으로 네 방향 모두 십자가의 형태를 갖고 있다.

 

 

새 성당을 꿈꾸다

 

다시본당은 나주 영산포본당 관할 공소였다가 1998년에 본당으로 설립됐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과 문평면, 공산명, 동강면 일대를 관할 구역으로 한다. 한때 주민 수가 2만여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빠져 나가면서 지역 인구 자체가 반토막났다. 덩달아 본당 신자 수도 적어졌다. 

 

교적상으로는 500가구 720여 명, 매주일 미사 참례 신자 수는 150여 명 남짓이고, 관할 동강공소 신자 수는 60여 명 정도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넉넉지 않은 시골본당 살림으로 새 성전 건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공소시절 건물을 헐고 새 성전을 지으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농사를 짓는 신자들이 성전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서 집에서 지은 보리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뜻 있는 이로부터 옛 항아리 100여 개를 기증 받았다. 산과 들에 지천이었던 약초들을 캐서 3년 동안 숙성시켜 효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파나무를 이용한 효소도 만들었다. 

 

무를 수확해 처음에는 무말랭이를 만들어 팔기로 했었는데, 무차가 ‘가성비가 갑’이라는 제안으로 차를 만들었다. 그것이 크게 인기를 끌어 무차로만 무려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덕분에 성전 건축에 크게 힘이 실렸다. 

 

 

기금 마련을 위한 노고

 

그러다가 토하젓을 만들기 시작했다. 토하젓은 전남 지역의 논이나 저수지에서 잡히는 민물새우인 ‘토하’를 소금에 절여 담근 젓갈이다. 원래 본당 관할 동강공소에서 먼저 시작했다. 공소 식구들이 본당으로 맛난 젓갈을 담그는 비법을 전수해 줬다. 그 레시피에 따라서 각자 집에서 토하젓을 담갔고 그렇게 담근 물품을 성당으로 모아 판매했다. 토하젓은 지금까지도 기금 마련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새 성전을 세우기 위해서 안 해 본 것이 없다. 역대 주임신부들과 사목회 임원들은 물론 모든 신자들이 짬을 내 수없이 이웃 본당들을 돌며 성전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특산물 판매에 여념이 없었다. 건축위원장 오세각(가롤로·71)씨는 “제 트럭 타이어가 가라앉을 정도로 쌀을 실어 날랐다”며 웃었다.

 

오 위원장은 걸핏하면 20㎏짜리 쌀 포대를 50여 개 이상 싣고 달렸다. 전라남도에 지천인 섬들로, 판매할 소금을 받으러 간 적도 부지기수다. 섬들을 달린 차의 바닥은 온통 소금끼로 버석버석했다. 

 

주임신부를 비롯해서 다시본당 식구들은 근 20여 년을 오로지 새 성전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형편 닿는 대로 신립금을 약정하고 물품을 판매하는 등, 한푼 두푼 기금 마련을 위해 헌신해 왔다. 동시에 묵주기도 150만 단 바치기 등 기도운동을 통해서 모두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기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새 성전을 갖게 됐다.

 

 

깊은 신심

 

오랜 시간을 지치지 않고 애쓰기가 쉽지 않았을 건 분명한 일이다. 박우정(아가다·69)씨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본당 신자들은 씩씩합니다. 지구 모임이나 교구 행사에 가서도 보면, 기운도 좋고 씩씩해서 다른 본당 신자들과 쉽게 구분이 됩니다. 새 성당 짓는다니까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애쓰는 게 당연하지요.”

 

본당 사목회장 김정회(비오·65)씨는 “신부님들은 물론이고 본당 평신도들 모두 수고가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며 “누구나 자기 집안 일처럼 나서서 애를 썼다”고 말했다.

 

신앙의 연륜이 오래된 구교우들이 많은 다시본당 공동체의 신앙심은 깊다. 미사 때마다 아직 성당 문도 안 열었는데 문 앞에는 신자들이 줄을 이뤄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수요일마다 봉헌되는 동강공소 저녁미사 때에도 공소 신자들 대부분이 참례한다. 

 

공소시절부터 간직해 온 깊은 신앙, 새 성당은 그 뿌리를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옛 성당 종탑의 모습을 새 성당으로 이어 왔다. 이 종탑은 1969년 영상포본당 관할 다시공소 성전 건립 당시 세워진 것으로 네 방향 모두 십자가의 형태를 갖고 있다. 옛 성당을 허물고 새 성당을 지었지만 옛 종탑은 그대로 살려 뒀고, 그 종탑 윗부분의 십자형 모습을 새 성당 종탑의 형태에 그대로 담았다. 

 

- 새 성당을 짓기 이전, 공소 시절부터 사용해 오던 옛 성당 건물의 모습이 새 성당 입구에 걸려 있다.

 

 

한마음으로

 

오랜 노고 끝에 다시본당이 새 성전 건축을 본격화한 것이 2017년의 일이다. 그해 하반기에 건축 기본 설계 공모 후 이듬해인 2018년 2월 ‘에이작 건축설계사무소’를 최종 선정했다. ‘배’를 모티브로 해서 외관은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내는 배의 모양으로, 내부는 노 젓는 형상을 구현했다. 

 

‘남도건설’을 시공사로 2018년 6월에 시작된 건축 공사는 8개월이 지난 2019년 2월 끝났다. 새 성당은 연면적 249.1㎡ 크기의 1층 구조이고, 그 옆으로 사무실과 교리실, 소강당, 사제관 등이 자리한 연면적 325㎡ 규모의 2층 건물이 세워졌다. 

 

오랫 동안 정성 들여 준비했던 새 성당 봉헌식은 5월 12일 열린다. 행사 준비로 한동안 더 분주해지겠지만 다시본당 신자들은 새 성당 건축까지 기꺼이 감수했던, 그간의 노고를 생각하면 즐겁기 그지없다. 

 

본당 주임 김선웅 신부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성전을 건립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성전 건축을 위해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일들은 본당 공동체가 한마음이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성전을 짓는다고 그동안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차분하고 충실하게 다시 시작할 생각”이라며 “특히 본당 신자 어르신들이 일상과 신앙의 기쁨들을 누릴 수 있도록 나들이나 성지순례 등의 행사도 계속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19년 5월 12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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