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 (화)
(백)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남북통일 기원 미사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성소 감소, 수도회 성소담당자에게 듣는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5-12 ㅣ No.621

수도성소 감소, 수도회 성소담당자에게 듣는다


세상의 가치보다 더 소중한 가치… 수도생활로 보여줘야

 

 

수도자는 가난, 정결, 순명의 세 가지 복음적 권고를 지키기로 서원하고 그 의무에 따라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완전히 봉헌하는 사람을 말한다. 교회 안에서 수도자는 교계제도에 속하지 않지만 교회의 완전성을 위해 필요하며,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보여주는 표상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수도성소를 비롯해 교회 전체적으로 성소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감소 추세에 대해 교회의 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성소 주일을 맞아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수도성소가 줄어드는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수도회 성소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수도성소 현재 상황 진단

 

윤주현 신부(가르멜수도회 한국관구장)는 “성소의 감소 추세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수도성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1970~1980년대에 비하면, 수치상으로만 본 오늘날의 수도생활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성소계발 담당 정흥용 신부(말씀의 선교 수도회)는 “실제로 젊은이들이 성소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뚜렷이 느낀다”며 “젊은이들의 관심이 멀어졌다는 것은 수도회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교회 역사와 함께하는 수도생활에서 성소는 결국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신앙과 직결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2일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반포하고 현대교회 안에서 젊은이들 위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권고에서 ‘특별한 축성의 성소’를 언급했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그 부르심을 따르면 이로써 여러분 삶이 더욱 충만해지리라는 확신을 가지십시오”라며 수도성소의 부르심에 용기를 갖고 응답하기를 촉구했다.

 

부르심에 있어 시대변화에 따른 젊은이들의 응답이 주목받는 가운데, 수도회의 내적 쇄신 또한 강조된다. 「수도생활의 재발견」 저자 펠리시시모 마르티네스 디에스 신부(도미니코회)는 “수도생활의 가장 큰 위기는 의미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윤주현 신부는 “수도생활의 관건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에 있다”며 “수도생활의 본질을 살기 위해 목숨 걸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수도자가 단 두세 명이라도 있다면 수도회는 미래가 있다”고 밝혔다. 

 

수도생활 신학을 전공한 윤진 수녀(거룩한 말씀의 회 총원장)는 “교회 초기부터 하늘나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그 나라로 인도하는 그리스도를 따라 더 없이 자유롭게 자기 봉헌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들이 교회 안에 존재하는 한 수도생활의 생명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수도자로서 본연의 정체성을 살아가는 것이 수도성소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뜻이다.

 

 

수도회 성소담당자들 이야기

 

현대 청년들의 성향에 관심을 갖고 수도회 내적인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오늘날 수도성소를 살리는 중요한 축이 된다. 현장에서 직접 청년들을 만나고 각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살아가는 성소담당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소담당 최정규 신부는 “성소 모임에 나오는 성소자나 입회하는 지원자 숫자가 예전보다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며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풍토에서 젊은이들이 수도원을 답답한 곳으로 인식하고 기피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성소담당 최상희 수녀도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 음성에 귀 기울이기보다 세상의 소리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며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의 목소리는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성소담당 정종훈 신부 역시 “예전에 비해 성소가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며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성소자의 연령대가 많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성소자 감소를 몸으로 체감하고 교회에 대한 청년들의 시선을 직면하는 성소담당자들은 “오늘날의 성소계발은 수도성소로 이끌기 이전에 일상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신앙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수녀는 “성소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을 넘어 일상 안에서 만나는 모든 젊은이들과 다양한 친교를 통해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 수녀가 속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는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신앙토론, 영화포럼 등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삶 깊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도록 돕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젊은 남녀 모두에게 전례피정, 수도생활 체험학교 등을 홍보하고 참여하도록 이끈다. 최 신부는 “남녀 모두를 참석하게 하는 것은 성소계발 이전에 피정과 수도생활 체험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청년들을 위한 떼제모임과 여러 기도모임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 신부는 “꼭 성소계발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힘든 청년이 있으면 신앙상담도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동반자

 

성소담당자들은 수도회를 위한 성소계발을 하기 이전에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건강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동반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은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위해 수도자 본연의 정체성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 신부는 “여러 신부, 수사들과 함께 성소자 각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은총이 어떤 점인지 식별하고 동반한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위해 먼저 수도원에서 끊임없이 기도한다고 했다. 정 신부도 “성소자들을 동반하기 위해 6명이 팀을 이뤄 최대한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며 “성소자들을 만나기 전 팀원들이 먼저 하느님 앞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최 수녀는 “교회가 교회로서의 진정한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더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에 매력을 느끼고 자신들이 하느님 도구로 쓰이길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자, 하느님의 나라를 미리 보여주는 사람들

 

정 신부는 필리핀에서 만났던 수녀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필리핀 빈민촌에서 얼마간 살았는데, 그곳에서 70대 노 수녀 두 명이 판자촌에서 그곳 주민들과 똑같은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며 “그 수녀원은 전 세계 회원이 15명밖에 없고 제일 나이 어린 수녀가 50대”라고 소개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성소자가 없어서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노 수녀님은 ‘하느님께서 주신 카리스마대로 지금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며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소명’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수녀님은 ‘만약 하느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성소자를 주실 것이며 어떤 결과든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수도자답게 하느님 뜻대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최고의 성소계발이다”고 강조했다.

 

최 수녀도 “부르심의 길을 걷고 있는 수도자들이 삶으로 희망을 보여줄 때, 하늘의 보물을 찾고자 하는 수많은 젊은 영혼들에게 ‘따르고, 살고, 그분 안에 머무르고, 증거할’ 용기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같은 뜻을 드러냈다.

 

[가톨릭신문, 2019년 5월 12일, 박민규 기자]



15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