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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평화나눔학교2: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주요 탐색 - 남북 관계의 현실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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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15 ㅣ No.833

[평화나눔학교 강의 지상 중계] (2)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주요 탐색 - '남북 관계의 현실과 전망'



성기영 박사-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을 전후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국들의 정상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경험을 했다.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된 것도 2012년 4월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북아 주변 국가의 정치 지도자 교체가 남북 관계 개선에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북한이 박근혜 정부 출범 1주일 전 은하 3호 로켓 발사 시험을 하면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주변국의 중요한 정치 일정에 맞춰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 황금 같은 시간을 흘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통일대박론이 등장하고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통일 논의를 둘러싼 움직임이 대단히 활발해졌다. 그러나 남북한 교류 협력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014년 한 차례 고위급 회담이 성사돼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남북 관계가 동북아 정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적지 않다. 특히 남북 관계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력 또는 갈등 구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미ㆍ중간 갈등 구도보다는 협력 구도가 조성될 때, 또는 협력에서 갈등으로 이행하는 속도가 빠를 때보다는 완만할 때 우리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강대국 사이에 있다 보니 이른바 ‘자리 잡기’ 외교가 일상화되어 있는 측면이 있다. 청나라 편에 서야 할지 러시아 편에 서야 할지, 아니면 미국 편을 드는 것이 좋은지 중국 편을 드는 것이 옳은지 하는 선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외교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일종의 목표인 것처럼 인식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 관계는 한국 외교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전략적 카드로도 유용하다. 남북 관계를 단순히 양자 관계만이 아니라 주변국 외교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과 긴밀히 연대하고 중국과 조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을 뛰어넘어 ‘용미용중(用美用中)’으로 나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통일 준비와 관련해서는 통일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통합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통합은 통일보다도 상위의 개념이다. 통일은 남북한이 통합되어 가는 기나긴 여정 중 어느 극적인 순간에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사건에 불과하다. 통합은 통일 이전부터 통일 이후까지 남북이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제도적으로 하나가 되고 궁극적으로 마음이 하나가 되는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 인내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불행한 통일이나 불확실한 통일이 아니라 안전한 통일, 행복한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통합 과정을 잘 설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5가지 요인(5M)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폐(Money), 시장(Market), 휴대전화(Mobile), 자동차(Motor cars), 중간계급의 등장(Middle class) 가능성이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에 맞춰 적절한 수단을 동원하는 ‘전략적 개입’ 정책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북한에 매력있는 것을 던져줌으로써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이 상호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만나 상호 의존하는 공간이다. 상호 의존이 심화될수록 남과 북은 더욱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된다.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두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 배에 구멍이 생겨 물이 차오르면 한 사람은 노를 젓고 한 사람은 물을 퍼내야 하듯이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정치, 군사적으로 상호 의존하게 된다면 대결보다는 협력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14일, 성기영 박사(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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