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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중세의 성당 건축: 그 시대의 문화와 감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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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10 ㅣ No.84

중세의 성당 건축 : 그 시대의 문화와 감성으로

 

 

오늘날 우리 나라처럼 성당 신축이 활발한 나라란,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없는 듯하다. 예를 들자면 서울대교구의 경우 170여 개의 본당 가운데 최근 이십여 년 동안 지은 성당이 100여 개이고, 앞으로 신축해야 할 건물도 줄잡아 60개가 넘는다고 한다. 도시 집중화에 따른 인구의 대이동이 그 요인이 되겠지만,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는 도저히 그 예를 볼 수 없는 신기한 현상이며 놀라운 숫자이다.

 

성당이 하나라도 더 세워진다는 것은 복음화 차원에서 보면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겠지만, 성당 건물이 갖고 있는 고유기능에 대한 연구부족으로 한번 잘못 지으면 쉽사리 뜯어고칠 수도 철거할 수도 없어서 그 건물이 존속하는 한 늘 아쉬움을 느껴야 할 경우가 허다하다.

 

무조건 큰 것, 비싼 것, 외국 것, 화려한 것을 선호하고 동경하지 않았을까? 그저 빨리빨리 성취하기만을 바라지 않았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연구 검토해야 할 것들을 모두 생략하고 쉽사리 자기성취나 자기과시에 도취되지 않았을까? 양적 팽창은 자랑해 왔지만 취미는 오히려 저속해지고 질이 떨어지며 성당 건축까지도 대충대충하는 것이 습관화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본다.

 

사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우리 성당 건물은 우리의 삶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모습에서도 우리 성당이라는 고유한 모양보다는 중세 때의 서양 건축물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여러 시대의 유명한 건축물의 부분부분을 여기저기서 본떠 모자이크식으로 합성하여 전례공간으로서 갖춰야 할 조화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산만한 부끄러운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간략하게나마 중세 때의 대표적인 성당 건축양식으로서 로마네스크와 고딕 건축의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당 건축의 역사는 교회 전례 발전의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네스크

 

11세기는 서구 도시문화가 싹트는 시기였다. 또한 그 어떤 형태의 권력에서도 벗어나 정치적인 자치와 자유를 외치던 시민운동의 시기였고, 그 무엇보다도 시토회 프란치스코회 브레몽트레회 카르투시안 수도회 등의 영향을 받아 교회 전례에서 단순함 가난함을 추구하였고, 소음과 동요, 혼란에서 도피 등이 새로운 건축양식을 태동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건축양식은 힘차고 견고하며 두꺼운 벽면, 주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기후변동에 따른 거의 완벽한 적응, 장식적인 요소의 조화 등 오늘날까지도 그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전례적인 면에서 보면, 11세기부터는 성체현존에 대한 신심의 열기가 가세되고 그런 신심행위에 대한 열정의 표현으로 제단 주변에 누각(반원통형, 반구형, 돛형, 천막형, 십자가형)을 세웠고, 성가대석은 신자석 맨 앞쪽에다 난간으로 신자석과 분리 설치했으며, 성당 바닥까지도 모자이크로 장식하였다. 또한 그 당시 미신의 확산에 대한 구마의 성격으로 기둥(내부)장식을 했는데, 괴상한 비현실적인 짐승들을 기둥에 등장시켰다. 이는 악마들의 침입에 대비시킬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 전례회화로서는 성당입구의 큰 뒷벽에 공심판 그림을, 그리고 제단 뒷벽에는 그리스도-율법 또는 그리스도-빛을 그려서 지금과 그때, 현재 행위와 마지막 시기를 상기시켰으며, 따라서 그 당시 전례미술은 종말론적이며 교훈적인 성격까지도 갖고 있었다.

 

이상과 같이 로마네스크식 성당 건축은 전례의 발전과 그 당시 전례의 양상에 부응하는 풍성한 새 요소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 시기에 비하여 더욱 새로우며, 모든 것이 전례에 봉사하고, 성찬거행을 뒷받침하며, 그리스도의 신비를 살도록 도와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양식은 자연의 가치와 초자연적인 가치를 동시에 중요시하던 그 당시 문화의 한 단면이다. 더욱이 이 시기의 대성당들은 아퀴노의 성 토마스의 “신학대전”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그 당시 성당들이 바로 성인이 저술한 내용과 똑같이 단순하고 견고하며 성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고딕

 

이 새로운 건축양식은 프랑스 북부지방(상스, 루앙, 렝스 등)에서 12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그 뒤 전유럽에 확산되었으며, 건축분야뿐만 아니라 조각과 회화 그리고 공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유럽의 예술은 그 어디서나 고딕 형식으로 표현될 정도였다.

 

이 건축양식은 그리스도교 종교심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려는 열정에서 태어났다. 로마네스크와 카르투시안 수도회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인간의 종교적 감정을 예술적 표현으로 만족시키려고 하던 그리스도교 종교심에서 태어난 것이다.

 

고딕 양식은 천상세계를 염원하던 인본주의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도움을 종교에서 찾다가 나중에는 하늘에서만 영적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딕 주교좌 성당의 외부장식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영광을 드러내주며, 조각된 백여 명의 성인성녀상은 인간적인 형태로 천상세계를 향하도록 밑에서 바라보는 신자들의 눈을 끌고 있다. 또한 그 성당에 들어가는, 환영하기 위해서 성당 정문 위에 세워둔 성모자상도 밑에서 바라보는 신자들의 눈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있기도 하고 자비를 청하기 위해 그분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해서 망토 자락을 활짝 양손으로 편 모습으로 조각하기도 하였다.

 

이 건축양식의 내부도 새로운 영성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자주 가난과 질병(특히 페스트), 도시의 통치권을 두고 다투던 귀족들의 전쟁 등으로 비탄과 슬픔에 빠져있었다. 불행에서 해방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모든 악조건 아래서 악에 의존하는 경향을 갖고 있던 사람들한테 구마행위가 성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교회내부와 외부에 설치한 성인들은 수호성인들로서 그런 의미의 성인상 설치는 일상적인 것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미사에 대한 신학적인 전망도 바뀌었다. 사제와 함께 희생제사를 지냄으로써 교회를 이룬다는 하느님 백성의 모임이란 측면보다는, 사제가 다른 이를 위해 드리는 희생제사로서 미사 자체가 더 중시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미사를 드리게 되었고 이런 미사 숫자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사제가 필요했으며, 그 결과 평수사였던 수도자들이 사제로 서품되기도 한 시대였다. 이로써 미사 거행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운데 하나였으니 그들은 하루에도 두세 번 또는 일곱 번에서 아홉 번까지 미사를 반복했고, 그런 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성당 신자석 양쪽에 벽들을 칸막이로 세우고. 제단들을 배치시켜서 한 건물에서 여러 성직자들이 각자 동시에 여러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공간까지도 마련하였다. 당시의 전례는 성직자 전용이었고 이는 신자들의 수동적 참여를 유발시켰으며, 신심행위의 증가로 신자들은 더 많은 미사를 봉헌하였다.

 

1980년 11월 19일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전체 독일에서 뭔헨에 모인 수많은 미술가들한테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 바 있다. “현대의 성당 건축은 우리 시대의 문화와 감성, 그리고 오늘날 가능한 재료와 수단을 이용하면서 오늘날의 신앙에다 그 형태와 표현을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현대의 성당 건축은 바실리카나 로마네스크, 고딕이나 르네상스 그 어느 것의 모방이어선 안될 것이다.”

 

가톨릭 고유의 성당 건물의 기능에 대한 연구부족,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무관심, 외국 것에 대한 선호사상이 지금 한국의 성당 건물을 무국적, 무문화, 무특징, 무기능의 공간으로 전락시킨 게 아닐까? 대도시의 성당들은 너무 크고, 너무 많은 돈을 들여서 건축자재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라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 송현섭 베드로 신부는 광주 가톨릭 대학교 교수로 전레학을 강의하고 있다.

 

[경향잡지, 1996년 7월호, 송현섭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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