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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통합(CI)으로 본 의정부교구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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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2-23 ㅣ No.83

이미지 통합(CI)으로 본 의정부교구의 비전

 

 

들어가면서

 

신설 교구인 의정부교구는 여러 면에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평화의 교구라는 표어가 등장하고, 젊은 사제들이 주축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조금은 과장되게 들리지만’ 젊은 교구의 역동성과 힘을 한데 묶어 한국교회 전반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 선봉이 되기를 바란다는 주문까지 있다. 부담스럽다. 의정부교구가 주변의 기대와 관심을 받는 것은 의정부교구가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히 실천해 나가리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은 교구장을 포함한 의정부교구 사제단 안에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의정부교구의 사제들이 스스로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체험”에 비겨 ‘원체험’이라고 부르는 제1차 사제총회의 감동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총회가 일구어낸 가장 큰 결실은 사제들 간의 돈독한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희망이 넘치는 비전을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열정은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사제들의 능동적인 참여로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의정부교구의 첫걸음이 가볍고 활기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신선한다는 것이다. 젊은 사제들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교구장이 전폭적으로 이들을 신뢰하며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려있는 자세로 사제들을 지지하여 주시는 교구장에게 교구 사제들은 깊은 존경과 순명을 드리고 있다.

 

이러한 일치된 분위기 속에서 의정부교구의 사목적 비전으로 제시된 것은 ‘기다리는 교회’가 아니라 ‘참여하는 교회’이며, ‘홀로 하는 사목’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목’이다. 교구장인 이한택 주교가 착좌식에서 장엄하게 선포한 의정부교구의 비전은 구체적인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한택 주교는 ‘언제든지 누구라도 만나겠다.’며 교구장실을 개방하였고, 열린 자세로 서로를 존중하며 나누는 사목적인 대화의 모습은 의정부교구가 펼치는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제들의 의욕적인 생각과 건설적인 제안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사제단 안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여러 제안들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성령께 열려진 자세로 노력한다면 아마도 미래 한국교회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제안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구체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의정부교구 이미지 통합사업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신설 교구인 의정부교구의 이미지 통합 사업을 중심으로 의정부교구의 사목적 비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의정부교구 이미지 통합 사업

 

1) 교회 이미지 통합 사업이란?

 

우선 이미지 통합 사업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보통 이미지 통합 사업이라 하면 기업들의 이미지 통합 작업, 곧 CI(Corporate Identity)를 가리킨다. 기업 이미지 통합은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통합 운영·관리하기 위한 전략적인 시각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철학·비전 등 기업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대내적으로는 질서 있고 체계적인 관리로 사원들의 마인드를 고양시켜 조직의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CI 구축과정을 교회에 적용한 것이 의정부교구 이미지 통합 사업이다.

 

2) 의정부교구의 CI 결정 배경

 

의정부교구는 CI를 진행하고자 우선 용어를 변경하였다. 기업 이미지 통합이라는 뜻의 CI(Corporate Identity)를 교회 이미지 통합(Church Identity)으로 정의하여 지향하는 목적을 엄밀하게 하였다. 원래 CI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통일시키는 기업 전략으로, 로고·심볼·캐릭터·명함·서식류·봉투류·차량·유니폼·신분증 등 다양한 매체에 사용된다. 이를 교회에 적용할 때 가치관 사이의 충돌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전략을 참고하였다고 해서 교회가 그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기에, 복음화와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목적을 위해 의정부교구는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CI(Church Identity)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CI 도입 배경은 간단히 말해서, 이제 가톨릭 교회도 선교와 사회홍보를 위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도입할 시기가 되었다고 교구장을 비롯한 사제단 모두가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CI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강렬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기업들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아직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C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 여러 번의 심볼 작업이 있었으나, 대부분 행사 중심이었고, 서울 명동성당과 혜화동성당 등 개별적인 본당의 CI 작업이 있었을 뿐이다. 교구 심볼을 제정한 교구들의 경우,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CI 작업을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한국교회 차원의 CI가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하면서, 의정부교구는 CI를 진행하게 되었다.

 

3) 의정부교구의 CI 과정

 

CI는 상당한 시간과 전문 인력, 그리고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의정부교구는 비영리단체의 장점을 살려, 자원봉사자들과 전문가들이 연대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CI를 준비할 수 없기에, 교구의 발전단계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의정부교구의 CI는 대략 10단계 과정으로 진행될 것이다. 

 

① 교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교구의 역사, 곧 연혁을 비롯한 이념, 철학, 마인드, 계획, 비전 등을 조사하고 분석하여야 한다. 

②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조사를 진행한다. 

③ CI의 도입배경과 목적, 기대효과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다. 

④ 디자인 전략이 수립된 후 이념과 비전을 충분히 고려하여 컨셉을 도출한다. 정해진 스케치에 근거하여 점차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세밀하게 스케치한다. 

⑤ 선택된 스케치를 작도법에 의거하여 정확한 도안으로 만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기본형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변형안들을 제작하게 된다. 

⑥ 베이직 시스템과 시그니처 시스템, 어플리케이션 시스템으로 나누어 샘플을 제작한다. 

⑦ 확정된 안을 적용하여 모든 응용 디자인 시스템을 마무리한다. 각종 서식류에서 사인 시스템까지 모든 응용 디자인을 완성한다. 

⑧ 완성된 기본 시스템에서 응용 시스템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적용시킬 수 있는 표준 매뉴얼을 제작한다.

⑨ 이 매뉴얼은 어느 본당, 어느 기관에서든 매뉴얼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적용, 관리,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므로 상당히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⑩ 완성된 CI 시스템이 정확하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감리하고 자문한다. 

현재 5단계가 진행 중이다. 중반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아직도 출발점에 서있을 뿐이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기본 틀이 완성되었을 뿐, 매뉴얼 북까지 가려면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4) CI의 목적과 효과

 

의정부교구의 CI는 교구민과 전 세계에 의정부교구의 통일된 이미지를 제공하고, 일관성 있고 신뢰감이 있는 교구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려는 목적을 가진다. CI는 교구민들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신설 교구에 대한 인지도를 증대시키고, 교회 외적으로는 차별화된 이미지 정책을 통하여 신뢰감과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체계화된 이미지 정책을 통하여 21세기의 선교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이미지를 중요시 여기는 청소년과 미래 세대들에게 교회가 신선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서도록 할 것이다.

 

 

2. 의정부교구의 사목적 기반과 행정 조직

 

의정부교구의 CI 과정을 통하여 교구 비전을 어떻게 구체화하려고 하는지 간략히 소개하였다. 교구가 창설되고 반년이 조금 지났기에, 교구 비전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새로운 사목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의정부교구의 조직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사목적 기반과 과제

 

의정부교구는 신설 교구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규모가 크다. 서울대교구 면적의 5배를 넘는 경기북부의 8개 시·군 지역에 55개의 본당이 있고, 교구사제는 172명이나 된다. 게다가 지역적·사목적 차원에서 의정부교구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 경기 북부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이들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지도가 바뀔 만큼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다. 사목적 차원에서도 지역 특성에 바탕한 다양하고 효율적인 사목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제 수가 많다는 장점은 공동사목 등 다양한 사목적 시도로 이어질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탄생’이 늘 그렇듯 신생 교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실타래가 뭉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옷을 만들려면 먼저 실타래를 풀고 바늘에 실을 꿰야 하고, 그 다음에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을 해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타래를 풀 것인지 하는 것이다. 당장 열악한 재정상황을 포함한 각종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과제’는 ‘도전’의 다른 말이라고 믿기에, 의정부교구는 복음화를 향한 도전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은 의정부교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늘 도전과 함께 존재해 왔고, 한 번도 풍족한 여건에서 시작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우리는 늘 상기하려고 한다.

 

2) 찾아가는 사목, 함께하는 사목 

 

의정부교구는 교구장인 이한택 주교가 강조하는 것처럼 “찾아가는 사목, 함께하는 사목”이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어디라도 찾아가 누구와도 함께하는 교회’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과 슬픔에서 해방되고 아주 행복’해졌듯이, 복음적 투신이 넘치는 교구가 되도록 교구청과 지구, 그리고 본당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3) 열린 행정 - 의정부교구청

 

더욱 효율적인 사목행정을 위하여 의정부교구청의 조직을 3처 3실 3국 15부로 구성하였다. 교구청 운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사무처와 함께 관리처와 사목처, 2개 처를 신설하여 찾아가는 교회상을 구현하는 기반이 되도록 하였다. 사무처 산하에 기획행정실·성직자실·홍보전산실을 두고, 사목처 산하에는 성인사목국·청소년사목국·사회사목국을 두어 사목의 전문화를 꾀하였다.

 

4) 지구 중심의 사목

 

의정부교구는 사목활동의 기본단위를 지구로 결정하였다. 하느님 백성과 지역의 요구에 합당하게 응답하는 데 교구청 중심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의정부교구의 관할지역은 지역적 특성상 서부·동부·북부 지역 간의 교류가 어렵고, 지역 간의 격차 또한 다소 큰 편이다. 또한 본당 스스로 모든 사목활동을 펼쳐나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가면서

 

‘새롭다’, ‘신선하다’, ‘젊다’는 이미지만으로는 교회를 구성하기 어렵다. 의정부교구 사제단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늘 새롭게 쇄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한때 신선한 시도를 했었다는 기억만이 남게 될 것이다. 구태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되풀이해서 재확인할 뿐, 구체적인 실천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이미지와 구호만 넘치는 교구가 될 수 있다. 그럴듯한 구호 속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 사제단과 교구민 모두에게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사제단은 교구 신설 때 보여주었던 초심을 상기해야 한다. 초심을 잃은, 열정을 잃은 작가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목적 열정을 잃는다면 역동적인 제안들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되기 쉽다.

 

의정부교구는 제삼천년기를 맞은 한국교회의 막내로서, 교구 나름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면서, 치밀한 준비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하여 한 걸음씩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걸어갈 것이다.

 

[사목, 2005년 1월호, 최성우(의정부교구 홍보전산실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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