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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18: 독일 초기 로마네스크를 완성하다 - 제1 슈파이어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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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04 ㅣ No.696

[성당 이야기] (18) 독일 초기 로마네스크를 완성하다


제1 슈파이어 대성당

 

 

라인란트 상류 지역 초기 로마네스크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성당은 제1 슈파이어 대성당(1030~1061년)으로, 남부 로마네스크의 클뤼니 수도원 성당과 견줄만한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회에서 ‘클뤼니 수도원과 그레고리오 7세 교황’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클뤼니 수도원의 개혁이 시작되었고, 클뤼니 출신의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이 그 개혁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세속권력과 성직 서임권에 대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때 1077년 ‘카노사의 굴욕’ 사건을 치른 황제가 바로 제1 슈파이어 대성당을 건립한 하인리히 4세입니다. 제1 슈파이어 대성당이 제2 슈파이어(1082~1106년, 하인리히 4세 완공)로 발전되기 이전에도 그 의미를 갖는 것은 다음과 같은 차원에서 독일의 초기 로마네스크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제1 슈파이어 대성당은 3랑식 바실리카 평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라인란트 하류 지역의 트리어 대성당은 트란셉트가 발달하지 않았고 네이브나 아일의 베이가 일정하지 않아서 평면의 모듈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1 슈파이어 대성당은 트란셉트의 크로싱 부분이 확실히 드러나면서 그 폭을 기준으로 네이브가 12베이로 형성되었습니다. 네이브월의 기둥이 아직은 완전한 모듈화에 이르지 못했지만, 네이브의 폭이 아일의 두 배에 가깝고, 네이브와 아일 모두 몇 개의 베이가 모이면 정사각형의 모듈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워크는 더블 엔더가 아닌 성가대석과 부속실이 있는 정도입니다. 반면에 이스트엔드는 성가대석과 제대를 중심으로 앱스 부분이 상당히 발전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크로싱 부분에 탑의 축조를 가능하게 하여 외관적으로 로마네스크 건축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는 프랑스의 초기 로마네스크, 곧 초기 남부 로마네스크 성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브월은 사각기둥이 좁은 간격으로 일정하게 구성되어 있고, 아케이드 층의 기둥들에서는 대응 기둥(상층부에서 내려온 기둥이 주기둥에 덧대인 것)의 초기 형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이브의 천장은 아직 목조 평천장입니다. 트리어 대성당과 마찬가지로, 대형 공간을 위한 네이브의 넓은 폭을 석조 볼트 천장으로 올릴 건축술에 아직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폭이 좁은 아일의 천장은 석조 그로인 볼트 천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오토 건축은 제1 슈파이어 대성당을 거치면서 초기 남부 로마네스크의 영향을 받았고, 이는 독일의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이 지역주의를 벗어나 국제주의적, 보편주의적 로마네스크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금까지 프레-로마네스크의 아헨 왕궁 성당에서 시작하여, 부르고뉴의 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 노르망디의 몽생미셀 수도원 성당, 그리고 작센의 성 미카엘 성당과 라인란트의 제1 슈파이어 대성당에 이르는,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산티아고’를 향한 순례자들의 성당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20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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