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 [0101]

민수기 6,22-27      갈라티아서 4,4-7      루카 2,16-21

2019. 1. 1. (화). 이태원 (‘황금돼지띠’해를 맞이하며)

주제 : 한 해의 시작에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한 해를 잘 맞이하셨겠지요? 떠오르는 해를 보셨나요?

한 해를 이미 시작한 시간이니, 해를 보았다거나 보지 못했거나의 차이는 없을 일입니다. 다만 하루를 잘 시작했다면, 그 좋은 마음이 오늘을 채우고, 올 한 해를 채우고 한 해를 다 보내고 연말이 되었을 때 잘 지냈다는 느낌을 남긴다면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갖는 첫째 마음, 첫 순간의 마음은 그다음의 순간에 이어지는 삶에도 좋은 것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는 ‘황금돼지띠의 해’라고 합니다. 황금이 좋은 것이겠지요? 근래에 이르러, 해마다 ‘황금’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육십갑자(甲子)’를 씁니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글자표현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삶에 황금이 많으면 좋겠다는 뜻일까요? 먹을 수도 없는데, 왜 그 말을 많이 붙이는지, 그 말을 붙이는 사람들이 가진 마음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고려시대의 어느 장군은 ‘황금을 보기를 돌을 보듯이 하라(!)는 말씀도 남겼다고 합니다만, 이 황금에 대한 자세에서 어떤 것이 좋을지, 누가 정확하게 설명하겠습니까? 남들은 다 좋다고 말하고 찾아다니는데, 그렇게 하는 일을 저 혼자서 싫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요?

12간지를 부르는 띠의 앞에 ‘황금’에 관련된 표현을 붙인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술로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어떤 사람은 풀이했습니다만, 이런 해석도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은 강조하고 싶은 방향에 따라서 표현도 창조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민수기, 독서의 말씀은 축복에 관한 말로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의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민수기의 말씀은 사제와 레위와 그 후손들이 백성들에게 축복을 비는 말씀이라고 소개합니다만, 그 말씀은 현실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만난 사람에게 어떤 축복의 인사를 했을까요?

내가 먼저 내 이웃에게 복을 비는 축복의 말을 해야 들을 수 있는 것이 기본인데, 혹시라도 우리가 그 순서를 바꾸어 말하면서도 그저 행복만 나에게 나에게만 머물기를 바라지는 않을까요? 사람의 삶은 받은 후에 주는 것이 아니라 준 다음에 받는 것이라는 순서를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내가 삶에서 바라는 축복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갖기를 원하지만, 지금 당장은 갖지 않은 것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나에게 만들 수 있는 크기보다 더 큰 것으로 실현될 때, 우리는 축복을 받았다거나 축복을 입었다고 생각할 것이기도 합니다.

복음은 성탄날에서 여드레째 되던 날에 있었던, 세상에 태어나신 하느님을 예수라고 이름을 붙인 명명식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등장하고 이름을 갖게 된 일이 세상에 기쁨이 되는 일일까요? 세상에 자신의 얼굴을 대신할 이름을 얻었으니, 기쁨일 수도 있지만, 새해 첫날에 우리가 바라는 말씀은 아니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인간으로 나타나게 하신 일이 인류에게 어떤 축복을 내리시려고 했는지 우리는 모른다고 말하기가 쉽지만, 그것을 사람이 이해하는 태도에 따라 그의 삶에 만들어질 결과는 달라집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황금돼지띠의 해, 삶에서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좋은 황금을 얻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겠습니까? 황금을 많이 모을 수 있으면 될까요? 내가 황금을 가지면 좋겠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으면 가진 재미도 없을 것입니다. 내 삶에 진정으로 기쁨이 되고, 다른 사람의 부러움도 얻을 수 있는 참된 황금을 얻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삶으로, 복을 만들고, 그 복을 나누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