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곁의 보물: 혜화동성당의 도자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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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25 ㅣ No.545

[우리곁의 보물] 혜화동성당의 ‘도자 벽화’

 

 

혜화동성당(1927년 설립)은 우리나라 교회 미술관이라고 할 정도로 내외부에 뛰어난 예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성화나 성상은 1960년 5월 새 성전 축복식 이후 최근까지 계속 제작되었습니다. 여러 예술품 가운데서 제단 뒷면을 장식한 ‘도자 벽화’(2000x660cm)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성전 축복 당시 혜화동성당의 제단 벽면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교회 미술과 유물에 관심이 많았던 박희봉 신부는 1979년에 도예가 권순형 프란치스코(1929년~2017년)에게 제단벽 장식을 요청했습니다. 작가는 작은 도자(25x25cm)를 만들어 5개월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하나씩 벽에 붙였습니다. 넓은 제단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된 타일은 무려 2,700여 장에 이릅니다.

 

그는 제단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와 성체성사를 돋보이도록 벽화를 단순한 추상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그래서 도자 벽화는 이미 제단의 중앙에 걸려있던 조각가 김세중 프란치스코(1928년~1986년)의 ‘십자고상’(1958년)과 조화를 이루며 성당의 분위기를 더욱 아름답고 성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이 벽화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왼쪽 상단의 원형은 영원한 생명이며 참빛이신 하느님을 뜻합니다. 제단 위의 청록색은 주님의 포도밭을 상징하며 동시에 성체성사 가운데서 성혈을 뜻합니다. 황갈색은 밀밭을 나타내는데 성체성사 중에서 성체를 드러냅니다.

 

미사 때에 우리가 드리는 제물은 보잘것없는 빵과 포도주지만 주님께서는 그것을 당신의 살과 피, 즉 성체와 성혈로 변화시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십니다. 도자 벽화는 성체성사가 갖는 구원의 신비를 좀 더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작가는 “기도하는 곳으로서의 분위기를 최대로 조성키 위해 힘썼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교회에서는 해마다 6월을 예수성심성월로 정하여 신자들이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본받아 생활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도록 권고합니다. 예수님의 거룩하면서도 사랑 가득한 마음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은 미사, 즉 성체성사입니다. 혜화동성당의 도자 벽화는 성체성사의 소중함과 그 성사를 통해서 우리가 영원한 생명과 구원에로 초대받았음을 일깨워줍니다.

 

[2018년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서울주보 5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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