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군사캠프를 꼭 보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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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32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12) 군사캠프를 꼭 보내야 하나요?

 

 

Q.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아들이 하나라서 그런지 아들은 성격이 물러터졌고, 제 앞가림도 잘 못합니다. 이런 아들을 보면서 남편은 “정신 차리게 하려면 군대 캠프를 보내야 한다”고 소리를 치곤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일어난 해병대 체험캠프 사고 소식을 접하고서는 너무 놀라 아들을 그런 곳에 절대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남편은 아이를 그런 군사 캠프에 보내야 한다며,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어른들도 다시 입대해 훈련받는 것을 방영하기도 하니, 문제 될 것 없다고 하네요.

 

 

A. 아이들이 자라 청년이 돼 군대에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철없는 어린 시절과 단절하며 어른으로서 책임감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군대 생활을 해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전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군대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라져 군인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에 아이가 큰 다음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 놓으셔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청년이 안 된 어린아이들이 군대 캠프를 가는 것은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번 해병대 체험 캠프에서 발생한 사고를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지요. 어떤 분들은 그런 곳은 민간인이 하는 곳이니 별 걱정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기도 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미국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가 증명했습니다.

 

짐바르도는 평범한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한 사람입니다. 짐바르도는 1971년 사전 면접을 통해 정신 건강이 정상인 미국 중산층 대학생 24명을 선정해 모의실험을 했습니다. 이른바 ‘스탠퍼드 실험’입니다. 스탠퍼드대학 지하실에서 실험했기 때문이지요. 스탠퍼드 실험은 24명이 동전 던지기를 해 무작위로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할 사람을 뽑습니다. 될 수 있으면 실제 상황처럼 만들기 위해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집에서 체포돼 경찰서를 거쳐 모의 교도소에 오게 하고 일반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입소 과정을 통과한 후 모의 교도소에 가둡니다. 그리고 죄수 번호를 줘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하고 발목에는 사슬을 채웠다고 합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도 군복을 입히고 선글라스를 쓰게 하고, 죄수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통제권을 줬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충격적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 심한 폭행을 가하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도가 심해져서 결국 시작한 지 겨우 6일 만에 실험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짐바르도는 이 실험을 통해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악한 상황에 놓이면 악인으로 돌변한다는 충격적 결론을 얻었던 것입니다. 지난번 해병대 캠프 역시 교관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라곤 하지만 상황 안에서 폭력적 심리로 변했을 가능성이 높고, 목숨을 잃은 아이들은 마치 자기들이 진짜 훈련병인 것처럼 착각해서 죽음을 맞아야 했던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이런 취약성 때문에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아이가 나이 들어 군대를 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군사문화가 밴 캠프에 보내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일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TV에서 나이 먹은 연예인들을 다시 군대에 보내 훈련을 받게 하고 그들이 겪는 여러 가지 심리적 갈등을 찍어 방영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병리적 카타르시스, 일명 ‘변태적 쾌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군사문화가 일반화되는 것은 우려가 큽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자기보다 어린 군인들 앞에서 겁먹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서 왠지 오래전 발생했던 광주의 참혹한 사건들이 기억나고, 군사독재 시절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군인들 폭거에 겁을 먹고 입을 닫고 눈을 감고 살았던 어두운 시절은 그야말로 ‘야만의 시기’였습니다. 민주화가 돼가는 지금 다시 옛 군사문화의 어둠을 퍼뜨리려는 짓은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우리가 가진 문제는 배려의 부족입니다. 그래서 왕따가 생기고 철없는 아이들, 철없는 어른들이 생기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들은 군사문화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들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배려의 교육과 상생의 교육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오랜 경험을 가진 것은 종교입니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종교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3년 8월 4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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