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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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직장생활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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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3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10) 직장생활이 힘들어요

 

 

Q. 직장에 절친한 입사 동기가 있습니다. 성격도 잘 맞아 친하게 지냈는데, 지난번 인사 때 그 친구는 승진하고 저는 탈락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석에서 그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모두 상사들에게 하는 바람에 제가 탈락하고, 그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이후 그 친구와 서먹한 관계가 됐고 회사에서 마주칠까 봐 피하고 다닙니다. 마음속에는 섭섭한 마음과 분노가 활화산처럼 끓어오릅니다.

 

다른 동료는 저를 만날 때마다 그 친구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늘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이야기해 달라.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더니, 그 동료는 저를 위해 해주는 말인데 거절한다고 화를 내더군요. 이제는 다른 동료도 짐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상하게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습니다.

 

 

A. 절친한 친구와 그런 관계가 됐다니 참 힘들겠습니다. 형제님은 우선 마음 안의 분노 해소에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불편한 감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감정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부정하고 덮어버리면, 지금처럼 예상치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마치 묻힌 용암처럼 올라와서 괴로움을 줍니다. 따라서 평소에 분노를 털어버리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마음이 어지러울 정도로 분노가 올라올 때는 분노 해소 시간을 하루에 30분 정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참고 이해하려고 하면 뜬금없이 하루 종일 화가 올라와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형제님은 다른 사람보다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가진 억울한 감정 때문입니다.

 

억울함이란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인정받지 못하거나, 온 힘을 다했음에도 비난을 받았을 때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이러한 억울한 감정이 마음 안에 묻혀있는 사람은 자신이 피해를 본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보다 분노가 더 크게 일어납니다. 지금의 일뿐만 아니라 과거의 감정들까지 들고 일어나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노 해소와는 또 다르게 억울한 감정을 없애는 데에도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내 과거의 억울한 기억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들을 치유해줄 사람을 찾아 억울한 감정을 털어놓고, 이해와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억울한 감정을 잘 해소하지 못하면 늘 다른 사람에게 잘하면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심리적 변두리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늘 외롭고 추운 마음으로 행려자처럼 살게 됩니다. 마음 안에 억울한 감정이 줄어들어야 사람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도 줄고, 인생살이에서 입게 되는 상처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심하게 예민하지 않고 덤덤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분노나 억울함 같은 감정이 오래가지 않고 수그러들고 아물 것입니다.

 

형제님은 지금처럼 억울해 하고 분노하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분노를 계속해서 드러낸다면 나의 분노가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저렇게 성격이 안 좋으니 친구에게 밀려났지’ 하는 거부감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주위 동정이 비난으로 바뀌면 나중에는 절망감 때문에 약이나 술로 마음을 달래려고 하는 퇴행적 삶을 살게 됩니다. 심하면 ‘심리적 폐인’이 되기도 하고요.

 

또한 지속적 분노는 자기 인생에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게 합니다. 화를 내면서 책을 보거나 생산적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분노하는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라 그의 시간입니다. 즉, 내 마음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내 마음 안에 들어가 주인 노릇을 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분노에서 벗어나려면 높은 이상과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등산할 때 정상을 오르면 아래 보이는 것들이 하잘것없이 느껴지듯, 마음의 눈을 높이 가지면 죽을 것처럼 솟구치던 분노가 사소한 것,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감정 해소와 자기 인생점검을 번갈아 매일 한다면, 불길처럼 솟구치던 분노가 사그라질 것입니다.

 

내가 화 날 일을 말해주는 사람들은 내 친구가 아닙니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분열을 일으키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 인간일 가능성이 높으니 감염되지 않도록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21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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