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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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56: 전구(轉求)가 지닌 선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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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8 ㅣ No.753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56) 전구(轉求)가 지닌 선교의 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로마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해마다 방학이면 찾았던 베네치아 근처의 마돈나 델 코볼로(Madonna del Covolo)라는 성지가 있었다. 1년에 한 달 정도는 그곳에서 심신을 달래며 부족한 기도를 보충했었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베네치아 교구의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를 만날 수 있었고, 대주교님도 뵐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 당황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고위 성직자라 할 수 있는 대주교님께서 동양인 사제인 나와 인사하고 헤어질 때, 두 손을 잡고 당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한 번의 경험이 아니다. 원로 사제와의 만남에서도, 수도자와의 만남에서도, 요양하고 있는 평신도들에게서도 헤어질 때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었다. 귀국하여 13년이 지난 어느 날,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어 베드로 성당 2층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며 감동 어린 인사말을 하셨는데, 마지막 말씀이 이랬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열린 마음으로 기도해야

 

교황은 우리가 복음의 선포자로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끄는 몇 가지 동기를 이야기하면서, 네 번째로 ‘전구(轉求)가 지닌 선교의 힘’을 설명했다. 성 바오로 사도가 선교할 때, 늘 기도로 시작하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기도의 내용으로 삼은 것을 상기시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복음 선포자가 기도로 출발할 때, 그들의 마음은 활짝 더 열리게 되고, 폐쇄적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며, 자유롭게 선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타인과 함께 삶을 나누게 됩니다”(282항).

 

타인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사람은 필시 다른 사람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하는 사람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것을 알아보는 깊은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영적 시선입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감사입니다”(282항). 

 

전구를 요청하는 것은 확고한 믿음의 행위이고 이웃에 대한 섬세한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복음 선포자는 이렇게 자신의 선교 대상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도를 요청하는 사람이다. 천국의 성인 성녀들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형제자매들에게도 언제나 기도가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는 존재이다. 

 

기도는 절대자인 하느님께 의탁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감사와 흠숭의 마음을 찬미 찬송의 표현으로 올리기도 하고, 자신과 타인의 죄에 대한 통절한 참회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그래서 기도의 종류를 청원 기도, 감사 기도, 찬미 기도, 혹은 통회 기도 등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도의 방법과 형식에 따른 또 다른 분류도 있다. 관상 기도, 염경 기도, 묵상 기도, 화살 기도 등 수없이 많은 기도의 형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도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요구가 있다. 모든 기도가 참된 기도가 되기 위해 요청되는 것이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에서 요구되는 절대적인 것이다. 무엇인가? 기도하는 자의 열린 마음의 태도이다. 

 

기도하는 인간의 개방된 마음이 요청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에 절대적인 순명으로 임하겠다는 자세이다. 비록 간절한 요청을 당신께 눈물로 호소하며 올리나, 마지막에는 당신께서 이끄시는 대로 순명하며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이다.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시는 분이 더 좋은 것을 주심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당신 은총의 도구가 되고자 하오니, 당신 의지대로 사용하시라는 것이다. 하느님께 전적인 신뢰를 지니고 있기에 이 같은 의탁이 가능한 것이다. 복음 선포자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태도이다.

 

 

성인 성녀들의 전구가 중요한 까닭

 

여기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성모님을 포함한 성인 성녀들의 전구이다. 하느님 곁에서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이미 삶의 예표를 우리에게 보여주셨기에 우리들의 고마운 스승으로 자리하고 있는 분들이다. 이제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여 필요한 은총이 내리게 한다. 우리는 그들 덕분에, 그들의 도움을 믿기에, 힘 있게 오늘을 산다. 이것이 우리 가톨릭 교회의 교리이다. 

 

교황은 당신 삶으로 우리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교황으로 선출될 때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다. 천국의 성인 성녀들뿐 아니라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에게도 기도를 요청한다. 신앙인의 태도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는 은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우리와 타인의 처지를 잊지 않고 기도한다. 우리 모두는 기도가 필요한 존재들이다.

 

[평화신문, 2016년 2월 28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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