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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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머릿속에는 늘 부정적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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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2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07) 머릿속에는 늘 부정적 생각만…

 

 

Q. 평소 신앙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소심하다 보니 머릿속이 항상 죄로 가득 차 있는 듯해 늘 괴롭습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죄 짓는 삶으로 느껴집니다. 신앙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부정적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집중하기도 어렵습니다. 복음을 접할 때마다 ‘이것은 복음이 아니라 신이 우리를 속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것들이 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지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마음이 매우 힘드시군요. 형제님 증상들은 몇 가지가 겹쳐 있기에 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씩 풀어가도록 하지요. 우선 본인이 소심해서 그것 때문에 머릿속이 죄로 가득 찬 듯하다고 하는데, 소심한 것과 별개 문제입니다. 소심한 것은 사람들의 일반적 특성입니다. 겉으로는 대범한 듯 보이는 사람도 들여다보면 거의 소심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소심함을 비웃는 사람일수록 배짱없는 허풍쟁이가 많습니다. 형제님은 자신의 소심함을 인식하는 사람, 마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단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소심하다고 여겨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을 뿐이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은 허공에 대고 “그래, 나 소심하다 어쩔래?” 하고 고함이라도 질러보시기 바랍니다. 기도할 때도 용기를 달라고 담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저 소심합니다. 그래서 힘듭니다’ 하고 고백하는 기도를 하면 조금씩 소심한 마음이 달라질 것입니다.

 

머릿속이 죄로 가득 찬 듯하다는 것은 소심함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한 현상은 소심함이 아니라 강박적 생각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청결 강박증, 완전 강박증일 때 잘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나치게 청결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외적 조건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 안에서도 부정적 형상들이 보일 경우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간혹 그런 것을 마귀 짓이라거나 혹은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치부하면서 치료하지 않고 없애려다 더 심한 강박증세에 빠지기도 합니다.

 

우선 형제님은 마음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 마음은 크게 의식과 무의식으로 돼 있습니다. 무의식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여러 가지 잡동사니 상념들이 부유하고 있다가 자주 의식 위로 떠오르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데다, 너무 많아 없앨 수가 없습니다. 부정적 잡념들을 우리는 분심이라고 일컫는데, 이런 분심을 없앤다는 것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쓰레기들을 전부 청소하겠다는 것과 같은 무모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그 자체가 죄는 아닙니다. 죄는 고의적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을 때부터 성립되지, 마음 안의 생각은 그 자체로 죄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형제님이 죄스러움을 느꼈을 뿐이지요.

 

더욱이 형제님은 30대로 젊은 분임에도 심리적 억압을 심하게 하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분들은 부정적 분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삽니다. 따라서 머릿속 불쾌한 생각을 먼지 잡듯 잡으려 하지 마시고, 그냥 두고 다른 좋은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은 치료방법입니다. 

 

사람의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기에 형제님이 다른 것에 몰두한다면, 자연스럽게 부정적 생각들도 힘을 잃을 것입니다. 복음을 접할 때 이것은 복음이 아니라 신이 우리를 속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일종의 ‘완전 강박증세’에서 옵니다. 복음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두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 주님처럼 완전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병을 불러오는 때도 있습니다.

 

소위 현실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사이의 틈새가 심하게 벌어지면 신경증적 증세가 발생하며, 심한 경우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복음의 삶을 이상으로 삼되, 그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을 심하게 몰아붙여서는 안 됩니다.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프로선수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신앙인들도 모두 다 성인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을 몰아붙이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복음 말씀들도 더 편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또한 노파심으로 한 가지 더 조언을 드리자면, 형제님은 그런 삶이 이미 몸에 뱄으니, 혼자서 고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꼭 영성상담을 전공한 상담가에게 몇 차례라도 상담치료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신앙생활에서 오는 심리적 부작용은 일반 상담가들이 하기에는 적절치 않으니, 반드시 신앙생활을 하는 상담가에게 받기를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30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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