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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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장 윤공희대주교님]'99 부활 대축일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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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1999-04-15 ㅣ No.8

 

[1999년 부활 대축일 메세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뜻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오신 그리스도께서 오늘 죽음의 어둠을 극복하고

생명의 빛으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부활대축일은 그리스도께서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 33)라고 말씀하신 대로,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드는 죽음을 극복

함으로써,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을 이기신 사건을 경축합니다. 동시에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이들과 그들의 증언을 믿는 이들에게, 죽음을 넘어 마지막까지

승리자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삶의 길을 제시해 주는 복음선포입니다.

 

부활로써 우리를 일깨워 주시고, 새 희망으로 채워 주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이번 부활절에 세례로써 예수님의

부활에 참여하게 된 새 신자 여러분들과 회개를 통해 교회를 다시 찾은 형제 자매

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마음으로부터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을 맞이하게 된 것은 교회와 우리 모두의 기쁨입니다.

 

오늘, 부활대축일의 전례는 우리를 부활 현장으로 인도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고, 제자들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겪은

부활 체험의 충격은 단순히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 현상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을 참으로 놀라게 한 것은, 한 인간이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충실할 때 그의

죽음이 생명으로 뒤바뀐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음에서 비롯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그들을 변화시켰고,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부활 이전에, 예수님께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죽음의 순간에 "아! 이 사

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마르 15, 39) 라고 외친 백인대장의 외

침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 이미 그분이 살아온 삶 안에 잉태되어 있었음을 고

백하는 탄성이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신앙의 근거인 부활에 대한 믿음은, 예수님의 죽은 육신이 다시 살아난

사건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증명해 내는 일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온 예수님의 삶에 바탕을 둡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부활을 직접 체험한 이들의 변화에서 확인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함께 체험함으로써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 바로

부활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그들을 예수님처럼 살도록 변화

시켰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변화와 변화의 지속성을 초대교회를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성서가 증언하는 초대교회 공동체는, 눈앞의 욕심을 외면하고, '모두 함께 지내

며, 자신의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 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

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습니다'(사도 2, 44-45 참조). 그리고 '나'와 '우리'

라는 울타리에 의해서만 자신들의 삶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신봉해 온 지금

까지의 삶의 양식을 거부하고, 오히려 '함께하는 삶'을 통해 "쓸 만큼 나누어

받을 수 있고(사도 4, 36) 아무도 "가난한 사람이 없는"(사도 4, 34) 생활을

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처럼 사는 이들만이 예수님처럼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확신했기에, 이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완전한 자기 비움과 철저한 나눔의 공동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 생활에서

이미 부활을 살았던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2000년 대희년은 초대교회 공동체를 회복하는 운동이고, 근본적으로 초대교회

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을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는 희년의 정신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삶을 지향하는 초대교회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주교회의는 대희년의 정신을 오늘 우리 사회에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로 '새날

새삶' 운동을 제시했습니다. '새날 새삶' 운동은 새로운 천년기의 '새날'을 맞아

2000년 전에 이 땅에서 사셨던 그리스도의 삶을 추구하는 '새삶'을 사는 운동입니

다. 우선 '나부터 새롭게' 변화되어 '참된 가정 이루기'와 '좋은 이웃 되어주기'를

실천하고, '함께 가요, 우리'의 정신으로 '새삶'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함께 하는 삶'입니다.

 

금년도 교구 사목교서가 지향하는 '겨레와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 역시 동서남

북이 가진 것을 함께 나누고, 생각을 함께 나눌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

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와 불법적 관행, 나아가 지극히 소모적

인 치열한 경쟁은 '새 한 마리, 들꽃 하나까지도 자상히 돌보시는 하느님'(마태 6,

26-28 참조)의 뜻을 외면한 채 일등만을 지향해 온 사회가 빚어낸 결과이며, 함

께 사는 법을 포기한 채 힘있는 이들과 가진 이들이 독주할 수밖에 없는 경제성

장과 발전 지상주의를 고집한 사회가 빚어낸 결과입니다.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삶과 부활을 통해 드러내신 삶의 방식을 무시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부활로써 승리자가 되신 주님 안에서 우리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늘 약자의 편에 서셨고 그들과 함께 하셨던 예수님의 삶을

'함께 사는 것'이, 그 해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 경제적 혼란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함께하는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됩니다. 가진 이들과 갖지 못한 이들이 함께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

나누기에 동참함으로써 정리해고를 동결시키고 실업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함께하는 삶'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가는 것은 조금 더디고, 답답하고,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힘있는 자들만이 판을 치는 세상보다 훨씬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고, 그 길만이 마지막 날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하는 삶'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신 예수님의 부활에서 이 사실을 확인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누는 부활대축일의 기쁨은, 예수님의 승리를 축하하는 기쁨이며

동시에 우리의 부활을 기대하는 기쁨입니다. 특히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부활

을 담보한다는 단순함과, 타성에 젖은 부활전례를 경계할 수 있을 때, 부활의 기

쁨은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승리를 기대하고 희망하는 기쁨임을 깨닫게 됩니

다. 그리고 이 기대와 희망은 오늘 이후 우리의 삶을 신앙인으로서의 신념과 확

신을 가지고 살아가게 합니다.

'함께하는 삶'으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건네주신 희망은,

이제 그분께서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신 성령의 힘으로 유지되고 실현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께 의지하고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이루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구현하는 희망으로 이 땅에 하느님 나라, 함께 사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에 앞장서야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여러분 모두에게 새 희망이 되고, 그 희망으로 새삶을 살게되

기를 바랍니다.

 

1999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대주교 윤공희

 

[광주대교구 홈페이지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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