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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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진석대주교님]'99 부활 대축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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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1999-04-15 ㅣ No.7

    ['99 부활 대축일 메시지]

 

"어둠이 지나가고 참빛이 이미 비치고 있습니다"
(1요한 2,8)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만물이 다시 살아나는 새봄에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차고, 그 생명의 빛이 이 땅의 어둡고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비치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신 대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지 사흘 만에 죽음을 쳐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이로써 절망과 멸망, 허무와 암흑으로 끝날 수밖에 없던 삶과 세상을 다시 살려내고 영원히 살게 하는 참생명을 이 세상에 주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 자신이 바로 "부활이요 생명"(요한 11,25)이며 희망의 빛이요 평화이시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날은 야훼께서 내신 날, 다함께 기뻐하며 즐거워하자"(시편 118,24).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 날은 하느님께서 직접 마련해주신 특별한 날입니다. 실로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복음의 본질입니다. 그렇기에, 기쁨과 환호에 가득차서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다. 죄로 말미암아 죽음의 구렁, 그 절망의 어둠에 빠졌던 우리가 이제는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사도신경)을 믿음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부조리와 모순과 무의미로 가득찼던 인생의 모든 것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와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금년 부활은 2000년 대희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맞이하기에 그 의미가 어느 해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 천년기에 우리는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는"(루가 4,18) 참그리스도인으로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2000년 전 부활하시어 사도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만이 아니라 '오늘 이곳'의 우리들 앞에 펼쳐진 현실도 바라봐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되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된 지도 2년째이고 새 정부의 개혁이 시작된 지도 1년이 넘었지만 사회 곳곳의 표정은 여전히 힘에 겹고,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긴급했던 상황들은 극복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누구를, 무엇을 희생해서 이 극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냉철히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힘들었던 그 상황들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실업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음은 실로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서로 힘을 모으고 짐을 나누어지려고 하는 이때, 개혁의 노력이 몇몇 집단의 이기주의로 발목 잡히고 일부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언행으로 여전히 국민들에게서 외면당한다면, 우리는 오늘의 긴 어두움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부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천년기가 교차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은 무엇을 가르치십니까?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삶을 몸소 사시다가 부활하여 지금 이곳에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참으로 마음 깊이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겪는 시련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믿음만 확고하다면 우리는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생명의 빛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부활은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 미움에 대한 사랑의 승리, 죄에 대한 은총의 승리입니다. 그리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낡은 인간에서 벗어나 새 인간으로 거듭납니다(골로 3,9-10).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서로 형제가 됩니다. 그들 사이에는 인종적, 민족적, 사회적 차별이 일체 없으며(갈라 3,28), 그리스도를 본받아 서로 사랑하고 가진 것을 나누며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룹니다(사도 2,44-47).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보다는 '너'와 '우리'를 더 소중하게 여겼던 초대교회의 모습이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잘 가르쳐줍니다. 부활의 믿음이 있는 곳에서는 이처럼 모든 것이 새로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기쁨뿐 아니라 고통까지도 함께 나누는 구원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어둠이 지나가고 참빛이 이미 비치고 있습니다"(1요한 2,8).

 

2000년 전,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신 생명의 빛을 통해 우리들도 새 인간으로 태어났습니다. 오늘 이 시대, 이 땅에서도 우리는 부활신앙의 옷을 입은 새 인간으로서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열어야 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라. 죽음에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리라"(에페 5,14).

 

오늘 부활 대축일을 맞아 그리스도께서 주신 이 빛이 온 누리의 모든 이들과 우리 겨레에게, 특별히 희망을 잃고 어려움 속에 있는 우리의 형제들에게 고루 비치기를 거듭 기도합니다.

 

1999년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대주교 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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