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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시노드 그 후: 청소년사목을 위한 한국 교회 향후 10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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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9 ㅣ No.110

[경향 돋보기] 교구 시노드 그 후 (2) 청소년사목을 위한 한국 교회 향후 10년의 과제

 

 

청소년사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해마다 수많은 유럽의 청소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천 년 가까이 가톨릭교회의 중심이었던 유럽 교회가 청소년에게 신앙생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자 수의 감소,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의 감소 등으로 이어져 오늘날 유럽 교회에 고령화와 침체라는 위기를 가져왔다. 이러한 유럽 교회의 위기는 교회가 왜 청소년사목에 힘써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각 교구는 시노드에서 청소년사목을 중요한 의제로 다루었다. 이를 통해 한국 교회가 이미 청소년사목의 중요성과 그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진단하고, 알맞게 처방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각 교구의 시노드는 그런 점에서 한국 교회 청소년사목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내리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교구 시노드를 통해 살펴본 청소년사목

 

청소년사목을 중요한 화두로 삼으며 1990년대 후반과 이천 년 전후로 열린 각 교구의 시노드는 현실진단을 바탕으로 청소년사목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제안하였다.

 

각 교구 시노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첫째, 보편교회가 제시하는 새로운 복음화라는 주제에 따라 청소년을 복음화의 주체이자 주역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둘째, 청소년사목 담당자의 잦은 인사이동과 같은 교회 구조상의 문제와 사목 지침의 부재로 사목의 방향성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셋째, 청소년사목의 영역을 교리교육과 주일학교 운영으로 국한하고 있다. 넷째, 청소년사목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섯째, 가정이 신앙교육의 중요한 장이라는 것과 교회가 가정 내 신앙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대구대교구는 청소년사목의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계획과 시행을 위해 본당과 교구에 ‘청소년교육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대구대교구에서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동성로에 있는 삼덕성당을 젊은이 본당으로 특화하고 교구장의 장기적인 시각 안에서 양성된 사제를 인사 발령하였다. 그 결과 삼덕성당은 현재 대구대교구 청년사목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구의 실험을 통해 축적된 역량을 어떻게 다른 본당들과 대리구에 확산시킬지는 명료하지 않다.

 

인천교구는 교리 · 가정 · 학교교육, 청소년 활동, 지원체계, 지도자 양성에 대한 실천요강과 개선 제안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교구 차원의 정책과 지원체계가 미비하다는 진단과 그에 따른 제안이 있었음에도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현재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수원교구는 학령 구분에 따라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으로 각각 나누어 전례, 교육, 조직, 운영에 대한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2001년 이후 10년간, 시노드를 통해 제시한 두 가지 교구의 사목목표 가운데 하나인 ‘청소년사목 활성화’에 매진했다. 2010년에서 2012년의 사목지침 주제를 ‘교회와 청소년’으로 정하고 2009년 12월 ‘청소년 비전50 운영위원회’를 결성한 것은 청소년사목 활성화에 대한 수원교구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시노두스 최종 문헌 실현 및 대리구제 실시에 따른’ “수원교구 청년 신앙생활 의식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교회와 청소년 문화”를 주제로 교구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기적인 노력에도 하위 조직인 대리구와 본당에까지 연계되지 못해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차원에서 분명한 사목규정을 마련하여 주일학교 교과 과정, 청소년 · 청년 양성 지침,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본 교회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그들과 만나는 사목자들의 역할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세워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인적 · 공간적 기반 구축의 일환으로 전문적인 평신도 지도자 양성, 청소년 특성화 본당 마련, 대학가 주변에 대학생들을 위한 전용공간 마련 등을 제안하였다. 그 실천으로 서울대교구는 명동성당과 역촌동성당에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인 ‘주(JU)’, 홍익대학교 인근에 가톨릭유스센터(Catholic Youth Center)를 열었다. 그러나 이는 공간적 기반에 대한 투자일 뿐 총체적 해결방안이라 할 수 없다. 수도 교구로서 다각도 - 비전, 조직, 양성, 프로그램 면 등 - 로 접근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청주교구는 청소년을 복음화의 적극적 주체이며 사회 쇄신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또래사도’와 같은 청소년 사도직 강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주교구는 해마다 교구 청소년대회를 개최하고 또래사도를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사도직을 강화하려면 이에 대한 교구 차원의 정책과 지원체계가 필요하며, 본당과 연계를 통해 양성된 사도들이 삶과 공동체 안에서 사도성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청소년사목을 위한 향후 10년의 과제

 

위와 같이 각 교구는 청소년사목을 시노드의 주요의제로 선정하여 심도 있게 다루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시노드 이후, 다방면의 노력에도 지난 10년 동안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어 제기되고, 대부분의 시노드에서 말한 사목의 목적과 그 방안이 맥을 같이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목적 시도가 수없이 있지만, 이 시도와 제안을 하나로 통합해 주는 방향성(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각 교구 시노드는 최종 문헌에서 프로그램과 구조적인 문제를 풀고자 다양한 제안을 하였지만 하나로 모아진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양한 시도보다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비전(목적)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모든 프로그램과 시도를 하나로 꿰는 통합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다.

 

자전거가 있다. 자전거의 바퀴를 움직이는 것은 페달과 체인이다. 체인은 뒷바퀴와 연결되어 바퀴를 돌리고 비로소 앞바퀴도 함께 회전하게 된다. 그리고 앞바퀴와 연결되어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핸들이다. 자전거의 각 부분이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자전거는 목적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갈 수 있다.

 

한국 교회의 청소년사목도 자전거에 비유할 수 있다. 큰 두 축(바퀴)인 앞바퀴를 한국 주교회의, 뒷바퀴를 본당이라고 하자. 그리고 본당들을 지원하고 동력을 제공하는 연결고리인 체인을 교구라고 하자. 뒷바퀴에 해당하는 본당들은 나름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회전은 부드럽지 않다. 교구의 지원체계인 체인이 느슨하여 톱니바퀴가 여기저기 빠져 가속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는 질주하지 못한다. 이 자전거가 제대로 나아가려면 자전거 부속을 교체하는 것(프로그램)이나, 장식을 화려하게 하는 것(행사 중심) 등의 미시적인 관점을 벗어나서 본질적인 관점에서 단순하게 자전거 전체를 봐야한다.

 

자전거의 두 바퀴(본당과 한국 주교회의)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체인(교구)이 뒷바퀴(본당)와 꽉 맞물려 가속성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방향을 잡는 핸들(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때 페달을 밟는 온 교회의 노력이 낭비되지 않고 사목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되어 자전거(청소년사목)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한국 교회가 청소년사목을 위해 온 힘(페달)을 기울여야 할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① 한국 교회 청소년사목의 구심점이 될 비전을 형성해야 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젊은이들을 복음화의 적극적 주체이고 주역이며 사회 쇄신의 원동력으로 여겨야”한다고 강조하며 ‘청소년이 복음화의 주역이 되는 것’을 보편교회 청소년사목의 핵심 비전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도 교구 차원을 넘어 보편교회의 비전에 부합하는 한국 교회 청소년사목 비전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며 시급하다.

 

②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이 비전을 실행시킬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교회의 차원의 통합적인 청소년사목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참고로 미국 주교회의는 청소년사목의 중요성에 비추어,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차원을 넘어 전체 주교회의 차원에서 지침서를 발간했다.). 따라서 주교단의 권한으로 교회의 방향성을 제시 · 공표 · 보급해야 한다.

 

이것은 청소년사목의 통일된 초점과 실행방안과 원칙을 명문화하여 한국 교회 청소년사목의 공통 언어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사목 지침서는 교구 간,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청소년사목의 영역 간의 경계를 없애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다양한 자원들이 활용되게 함으로써 한국 교회 청소년사목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필리핀,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여러 지역교회의 청소년사목은 주교단이 발표한 청소년사목 지침서가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③ 한국 교회의 청소년사목을 통합할 수 있는 조직체계인 전국적 차원의 청소년사목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이것은 전국적 차원에서 청소년사목 양성 전략을 관리하고 본당 · 지구 · 교구 간 사목적 소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 차원에서 각 교구를 지원하여 교구가 산하 본당에 교육 및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청소년사목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것이다. 필리핀 교회는 주교회의 산하에 ‘청소년에 관한 주교위원회(ECY, The Episcopal Commission on Youth)’를 두었고, 미국 교회는 주교회의와는 독립된 자체 법인인 ‘미국 가톨릭 청소년사목연맹(NFCYM, National Federation for Catholic Youth Ministry)’과 연대하여 청소년 사목의 전문성과 영속성을 보장하고 있다.

 

④ 교구는 청소년사목의 여러 영역 중에서도 본당 청소년사목 활성화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본당 청소년사목이 청소년사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당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양성, 조직, 프로그램 등의 지원체계를 확립하고 제공하는 것이 교구의 역할인 것이다. 그리고 본당에서는 본당 사목구 주임신부가 본당 청소년사목의 1차적인 책임자가 되어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 교구 청소년사목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교구의 사목적 시도와 각 본당의 청소년사목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연계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당은 교회 사목의 기초 단위이므로 본당의 청소년사목이 활력 있어야 비로소 가정 · 학교 · 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⑤ 본당을 위한 양성된 전문적인 평신도 지도자(청소년사목 코디네이터)를 채용해야 한다. 교회의 비전이 지속되려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당은 청소년사목 코디네이터를 채용하여 본당의 청소년사목을 일으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교구는 그들에 대한 신분 보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청소년 · 청년’, 9항) 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 담당 사제와 수도자의 잦은 이동과 같은 교회 구조상의 문제로 발생되는 장기적인 사목방향 설정과 실행이 어려운 “정책 일그러짐 현상”을 극복하는 동시에 관계 중심적인 청소년 · 청년들 가운데 현존하며 그들의 성장기간을 돌보는 청소년사목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청소년

 

한 청소년을 교회에 초대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구원을 중재하는 동시에 교회의 미래를 키워낼 수 있다. 청소년사목에 대한 시노드의 논의는 교회의 희망인 청소년을 통한 밝은 내일의 꿈을 담은 채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펼쳐내는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곧 교회의 희망찬 오늘과 내일에 대한 선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신뢰해야만 하는 모든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교회 안에 교회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서 이 어른들이 신앙의 진리를 충실하게 간직하고 이어감으로써 교회에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면, 청소년들은 교회를 망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리고 이것이 바로 미래 교회의 약속인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좀 더 명백히 기꺼이 헌신하는 이유입니다”(교황 바오로 6세).

 

* 조재연 비오 - 서울대교구 무악재성당 주임신부. 햇살 청소년사목 센터 소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평신도가정위원회(FABC-OLF) 청소년사무국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1년 2월호, 조재연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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