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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장 인터뷰: 신자들이 기뻐하는 사목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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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2-23 ㅣ No.82

교구장 인터뷰 : 신자들이 기뻐하는 사목을 향해

 

 

지난 6월 24일 신설된 의정부교구가 10월 11일 초대 교구장 이한택 요셉 주교의 착좌와 함께 첫발을 내딛었다. 서울대교구에서 분리하여 설립된 의정부교구는, 교구 신설 때 사제의 소속 교구를 지역에 따라 정하는 ‘속지(?地)’의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제들에게 교구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여 자원하도록 하였다. 이는 “나 말고 단 한 명의 신부님이 지원하더라도 시작하겠다.”던 교구장 이한택 주교의 뜻이었다.

 

그 결과 172명의 사제들이 신생 의정부교구를 선택하였다. 교구 출범 전에 ‘과연 어느 정도의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신생 의정부교구에 자원할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출범 두 달이 넘은 의정부교구의 오늘과 내일에 관한 얘기를 듣고자 교구장 임명 때부터 “신자들이 정말 기뻐하는 사목을 펼 것”이라고 밝힌 이한택 주교를 의정부 주교좌 본당에 마련되어 있는 교구청에서 만났다. 

 

 

교구장에 착좌하시어 의정부교구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 되었는데 주교님의 요즈음 근황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2년 넘게 지낼 때와 그렇게 큰 변화를 느끼지 않습니다. 굳이 교구장으로서보다는 한 사람의 성직자로서, 또한 수도자로서(이한택 주교는 예수회 출신의 수도자이다) 바뀐 장소와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어요. 물이 바뀐 물고기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러나 물고기는 자신의 생명을 부지하려고 끊임없이 헤엄치지만, 저는 저 자신이 아니라 이 지역의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들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가야겠지요.

 

 

신생 의정부교구의 특징이라면 어떤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특징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 단지 교구 출범 단계에서 다른 교구와 다른 점은 172명의 신부님들이 모두 자신의 뜻에 따라 스스로 우리 의정부교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의욕적이며, 동시에 이러한 신부님들을 대하는 신자들 역시 무척 환영하며 기뻐한다는 사실입니다. 본당을 방문할 때마다 이러한 점을 체감하고 있지요.

 

 

앞으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사목을 펼쳐나가시고자 합니까? 

 

교구장 착좌를 마치고 교회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찾아가는 교회와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면서 신자들이 정말 기뻐하는 사목을 펼치고자 해요. 바로 예수님의 사목 방식을 따르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대하고 예수님의 입과 귀로 말하고 들으려는 것이지요. 

 

우리 교구의 가장 큰 자산은 그 누구보다도 15만 신자들입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신부님들은 심부름꾼이지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므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는 각오를 더욱 다져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들, 신자들이 함께 손잡고 나아가려면 모두들 제자리에서 일치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그러기 위해 저 역시 사제들과 신자들을 위주로 하는 사목 정책을 펼 것이고, 신부님들에게도 독불장군처럼 하는 사목은 가급적 피해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의정부교구 사제단 구성의 과정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주교님께서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172명의 모든 신부님들이 서울대교구 소속에서 의정부교구로 자원하셨습니다. 그러나 교구 분할이나 신설 때에는 일반적으로 지역에 따라 사제를 분할하는 ‘속지(屬地)’의 기준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그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속지적인 기준을 따라왔지요. 제가 서울대교구에서 2년 넘게 보좌주교를 하면서 체험한 것인데, 이쪽 의정부 지역에 파견되는 것을 꺼려하던 신부님들이 많았어요. 서울이라는 그늘에 가려서 그런지 많은 신부님들이 이 지역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요.

 

신부님들의 뜻에 상관없이 지역을 중심으로 소속 교구를 정하게 되면 결코 신부님들 스스로의 사목생활은 물론이요 신자들에게도 기쁜 모습을 보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한참 동안 기도했습니다. 아주 적은 수의 신부님들이 자원하면 곤란할 것이라는 주위의 염려도 있었지만 모든 걸 주님께 의지한 채 이러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사목자, 곧 “제2의 그리스도(alter Christus)”라고도 일컫는 사제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동안 어느 한 순간도 예외 없이 예수님을 목전에 두고 그분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심지어 쉬는 시간이나 휴가 기간에도 사제직이나 수도생활에서 해방된다고 여기면 안 됩니다. 매사에 예수님의 마음으로 대하고 예수님의 입과 귀로 말하고 들으려고 애써야겠지요. 그러할 때 “제2의 그리스도(alter Christus)”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다른 교구에 비해 “의정부교구의 신부님들은 전체적으로 무척 젊다.”는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젊은 신부님들”에게서 어떤 점을 느끼고 보실 수 있습니까? 그리고 사제단의 일치를 위해 주교님께서는 주로 어떤 점에 치중하시겠습니까?

 

맞아요. 우리 교구 신부님들의 평균 연령이 36세로 젊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의욕이 대단한 만큼 무척 능동적입니다. 저는 주교가 되기 전 대학교에서 오래 있은 데에다 본래 젊은 사람들을 아주 좋아해서 그런지 저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요. 우리 신부님들하고 잘 어울리려고 나름대로 애를 많이 쓰고 있기는 하나 사제단의 끈끈한 유대를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지요. 

 

 

교회법 제401조는 “교구장은 75세를 만료하면 교황에게 직무의 사퇴를 표명하도록 권고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희를 넘기신 주교님은 앞으로 대략 5년 동안 신생 교구의 기초를 다지는 직무를 맡으셨는데, 이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건강 등의 이유로 제가 교구장직을 올바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5년이 아니라 내일이라도 사임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둘 순간까지는 영원히 일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저한테 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임기 동안 결코 가시적인 실적만을 쌓으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교구 행정과 사목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교구청도 지금 보시다시피 이렇게 변변찮지만 제 임기 동안 새로 지을 생각이 없습니다. 

 

 

주교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 한두 가지를 덧붙이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주교님 집안의 천주교 내력과 사제품과 주교품에 이르기까지 주교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이 함께 세례를 받고 입교한 집안입니다.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교우 집안의 신앙교육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요. 예수회를 창립하신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를 비롯하여 예수회의 많은 수도자들의 삶에서 제 사제생활의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으신 책 가운데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도 짧게 소개해 주십시오. 

 

인천교구 차동엽 신부님이 가톨릭 신문에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펴낸 『이것이 가톨릭이다』라는 책이 있어요. 신문에 연재되는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읽었지요. 그리고 영어로 된 책으로 미국의 교회가 왜 이렇게 어렵게 되었는지를 다룬 Goodbye, good man!(『좋은 사람이여, 안녕!』)도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개신교의 한 교회 이야기를 다룬 『감자탕교회 이야기』도 아주 감동 깊게 보았습니다. 감자탕교회란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던 서울광염교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는데, 교회가 대형 감자탕 식당 위층에 있어 교회를 찾으려면 먼저 감자탕 식당부터 찾는 게 쉬워서 그랬답니다. 비록 규모는 작고 초라하였으나 그 교회가 사랑의 기적을 일군 것은 참으로 엄청나더군요.

 

[사목, 2005년 1월호, 이한택 요셉 주교(의정부교구장), 인터뷰 정리 김진복(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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