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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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29: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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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2-19 ㅣ No.2000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29)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느님께 소중하디 소중한 존재, 인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부모가 사랑스러운 자식을 일컬을 때 종종 쓰는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면 얼마나 사랑스럽다는 말인가!

 

성경에서도 그러한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네가 나의 눈에 값지고 소중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이사 43,4) 공동번역 성경은 이를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라고 번역했다.

 

부모는 갓 태어난 아기를 두 팔로 받아 안으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선물처럼 주어진 아기 앞에서 신비로움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어떻게 이런 아기가 나에게 태어났을까!’ 그러나 더욱 큰 신비는, 이 여리디여린 아기가 장차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친교를 이룰 인격적 주체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긴 성장의 시간이 필요하고, 성장 과정에서 자녀가 부모를 적잖이 고통스럽게 하겠지만, 결국 자기 삶을 스스로 영위하고 책임질 성인이 된다. 사실 모든 이가 그런 과정을 거쳤으며,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의 노고를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어떤 마음이 드셨을까? 성경에는 하느님께서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좋아하셨다고 한다.(창세 1,1-31 참조) 동시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을 후회하시는 대목이 등장한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창세 6,5-6)

 

사람들을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고 결심하시고 홍수를 일으키시기까지 하신다. 그러나 이내 뉘우치시고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고 파멸치 않으시리라 다짐하신다. 무지개는 하느님께서 노아와 맺으신 계약의 표지다.(창세 8―9장) 인간이란 악하고 나약해서 때로는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도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런 인간을 파멸하지 않으시고 계약을 맺으심으로써 성숙한 존재로 성장하도록 인간을 돌보시며 양육하신다.

 

‘롬므, 메르베유 드 디유(L’homme, merveille de Dieu)’. 이는 프랑스의 저명한 신학자 베르나르 세스부에가 자신의 저서에 붙인 제목으로, 번역하자면 ‘하느님께 경이로운 존재인 인간’이라는 뜻이다. 롬므, 메르베유 드 디유! 하느님께서 보고 경탄할 만큼 소중한 존재인 인간! 카스퍼 추기경님도 성탄 강론집에서 대 레오 교황님의 뒤를 이어 말씀하신다. “인간아,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라.”

 

그리스도 신앙은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대로(imago Dei) 창조된 존재로 고백한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여 그분 생명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자유로운 인격적 존재임을 의미한다.

 

그리스도 신앙이 온 인류를 향해 전하는 기쁜 소식은, 인간이 그토록 경이롭고 고귀한 존재라는 사실이며, 더더욱 기쁜 소식은 인간과 친교를 나누기 위해 하느님께서 직접 인간이 되어 오셨다는 사실이다. 하느님께서 무한한 거리를 뛰어넘어 인간의 역사 안으로 들어오셨다. 단순히 우리들 사이로 들어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하나가 되셨다. 당신의 생명을 우리와 나누시기 위해, 우리와 함께 걸으며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향한 ‘탈출기’를 써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하느님께 경이로운 존재인 인간, 그것은 하느님의 눈에 비친 우리의 본래 모습이며, 우리가 일생을 통해 찾아가야 할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신앙은 그 아름답고 위대한 길로 우리를 초대하는 이정표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2월 17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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