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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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부부 사랑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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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03 ㅣ No.1337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부부 사랑의 속성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모든 설명과 이해는 결국 동의어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하나의 말은 그와 비슷한 다른 말을 통해 이해되고 설명됩니다. 다른 말들로 설명된 것들은 그 개념의 특성을 드러냅니다.

 

누구나 사랑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설명합니다. 사실, 사랑은 숱한 말들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사랑의 속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삶을 통해 우리에게 설명하는 사랑은 무조건적, 헌신적, 자기희생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사도 바오로는 사랑의 찬가(1코린 13,4-7)에서 사랑의 특성을 아름답게 서술합니다.

 

사랑의 특성에 관한 노래 마지막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라고 서술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서 걸려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모든 것’이라는 표현은 완벽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랑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랑의 역동성”(‘사랑의 기쁨’ 111항)에 대한 강력한 표현일 뿐입니다.

 

 

사랑은 이해와 포용입니다

 

모든 것을 덮어 준다는 것은 악을 참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에 관해 쉽게 판단하고 심판하려는 태도와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112항 참조).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비난과 비방의 말을 피해야 합니다. 잘못에 대해서도 비판과 조롱보다 침묵과 이해가 더 요청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죽이는 말이 아니라 살리는 말들이 오고 가야 합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향한 정확한 이해와 따뜻한 말들을 통해 자라납니다.

 

모든 것을 덮어 준다는 것은 “배우자의 문제나 약점을 못 본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약점과 잘못을 더 큰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결점들이 배우자의 본질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입니다”(113항). 사실 “우리 모두는 빛과 그림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존재”(113항)입니다. 주님만이 완전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함과 약점을 가진 존재입니다. 잘못과 부족함만으로 상대방 전체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부족함과 약점을 깨닫는다면, 또 사람을 부분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우리는 함부로 쉽게 상대방을 판단하고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덮어 준다는 것은 때때로 사랑의 부족함과 한계마저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완벽한 사랑이란 없습니다. 모든 사랑은 다 저마다의 한계와 부족함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 서로에게 부족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자라 할지라도 “신적 존재의 역할을 할 수도 없으며” 나의 모든 욕구와 욕망을 채워 줄 수도 없습니다(113항 참조).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약점과 부족함마저도 끌어안는 것이며, 인간의 사랑이 가진 그 본질적 불완전함마저도 수용하며 살아가는 일입니다.

 

 

사랑은 열린 태도와 신뢰입니다

 

모든 것을 믿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뢰를 뜻합니다. 사랑은 무엇보다 서로를 신뢰하는 일입니다. 신뢰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지 않거나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고 짐작하는 것을 넘어섭니다”(114항). 더 나아가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인간적 차원을 넘어서는 신앙적 차원의 일입니다. 때때로 의심과 불신의 시간이 다가와도 그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어둠 속에 숨겨져 있는 하느님의 빛, 또는 잿더미 속에 남아 있는 여린 불을 알아보는 것입니다”(114항). 다시 말해, 상대방의 마음과 영혼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신뢰는 열린 마음과 태도, 관계의 자유를 낳습니다. 사랑은 구속과 통제와 소유와 지배가 아닙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자기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그의 모든 발걸음을 세세히 뒤쫓는” 일이 아닙니다(115항). 의심과 불신의 마음과 태도가 부부 사이에 “비밀을 간직하고 자신의 잘못과 나약함을 숨기며 본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인 척하려는 경향”을 초래합니다(115항). 사랑은 자유와 자율성 속에서 자랍니다. 신뢰와 자유는 서로에게 더 열린 마음과 태도를 낳습니다. 사랑의 신뢰는 서로를 늘 열어 놓습니다.

 

 

사랑은 함께 희망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116항).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현실이 지금은 부족하고 약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시간의 여정 속에서 변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지금은 절망과 고통 속에 있다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사랑이 밝게 빛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 속의 사랑은 자주 퇴락하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우리의 사랑 속에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현실 속에서 사랑이 때때로 좌표를 잃고 헤맬지라도 하느님께서 그 사랑을 이끌고 가실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참 신앙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의 충만함을 향한 부르심을” 받은 존재입니다(117항). 하느님의 이끄심과 하느님 나라에서의 완성을 믿고 희망하는 우리는, 우리의 사랑도 우리의 노력과 힘만으로써가 아니라 주님의 도움과 이끄심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참사랑은 신앙 안에서 함께 희망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꺾이지 않는 마음과 태도입니다

 

“사랑은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모든 시련을 견디어 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118항). 사랑은 단순히 견디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역동적이며 지속적인 굳센 마음으로 모든 도전을 극복하는 것입니다”(118항). 사랑의 여정에는 숱한 도전들과 힘듦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자주 “사랑은 일종의 굽히지 않는 영웅 정신, 곧 모든 부정적인 흐름에 맞서는 힘,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는 선을 위한 결단”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118항). 진정한 사랑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입니다(119항).

 

사랑도 힘이 필요합니다. 사랑의 힘은 세속적 권력의 힘이 아닙니다. 사랑의 힘은 내적 힘이며 영적인 힘입니다. 그 힘은 사랑을 위협하는 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119항 참조). 이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은 “분노, 다른 이에 대한 경멸, 상처 주거나 어떤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 굴복하지 않습니다”(119항).

 

“땅의 뜨거움과/ 하늘의 차가움을 견디며/ 천 년을 끓어오르는 화산 속으로/ 여자들이 꽃을 던진다// ······// 모두가 신은 없다는데/ 나는 기도가 남았다”(채인숙의 시, ‘디엥 고원’에서).

 

사랑은 숱한 시련 속에서도 꽃을 던지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7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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