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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대전 관평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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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17 ㅣ No.621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대전 관평동본당


성당 전체가 예술작품, 모든 이에 열린 안식처

 

 

- 대전 관평동성당 전경. 가브리엘 천사의 날개와 성모 마리아의 기도하는 손을 형상화한 ‘삼위일체 윙(wing)’ 구조가 독특하다.

 

 

“자 일어나 가자!” 2016년 5월 15일, 대전교구 관평동본당(주임 김홍식 신부) 주일 교중미사에서 요한복음 14장 31절 말씀을 모토로 ‘성전 건축’이 공식 선포됐다. 2006년 본당 설립 후 조립식 건물 임시 성전에서 지내며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새 성당을 짓겠다는 열정을 모아왔던 본당 공동체가 주제 성구처럼 모두 함께 일어나 새로운 본당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여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현재 관평동성당은 지역 랜드마크가 되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공간으로 우뚝 서있다.

 

 

건축이 도시를 바꾼다

 

본당이 위치한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일대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대전지능로봇산업화센터가 있고 대덕테크노밸리도 조성돼 있다. 대형 아파트 단지와 공원이 어우러져 있지만, 무한경쟁을 다투는 IT 기업들의 이미지로 삭막한 회색빛이 떠올려지는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서 본당이 새 성당 건축의 기본 흐름으로 잡은 것은 성당 자체가 조형물이 되는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본당 주임 김홍식 신부는 “죽어가는 회색 지역에 생명을 주는 자리가 되려면 성당은 ‘열린’ 곳, 아름다운 지역의 대표 건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 유럽의 유명 성당 건축물들이 도시를 바꾸고 문화를 바꿨듯, 지역 문화를 삶의 문화로 바꾸는 작품을 봉헌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피터 코스트너가 손으로만 조각해 완성한 성수대.

 

 

내·외부를 통합한 디자인 

 

그 과정에서 본당이 염두에 둔 것은, 높은 첨탑과 빨간색 벽돌 등의 특징을 지닌 고전적 성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었다.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또 세상 모든 이들에게 열린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다가가기 쉬운 개방적이며 현대적인 성당이 되어야 한다는데 신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지명 현상 공모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한종률(한종률 도시건축사 사무소 대표) 건축가의 설계는 본당의 이런 의지와 잘 부합됐다.

 

‘현대적이지만 종교의 숭고한 감명을 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을 고심했던 한 대표는 가브리엘 천사의 날개와 성모 마리아의 기도하는 손에서 조형적 이미지를 찾아냈고 이를 부드러운 곡선의 삼위일체 윙(wing) 구조로 드러냈다. 

 

무엇보다 관평동성당 건축 과정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당 내·외부를 통합해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본당은 외관을 짓고 성물을 그에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건축 설계를 진행하면서 성전 내부 및 성물의 설계 회의를 함께했다. 전화로, 메일로, 영상 통화로 쉴 새 없이 회의가 이어졌다. 이로써 성당 설계의 기본 틀 안에서 내·외부의 모든 성물과 콘셉트가 조화를 이루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국내 성당 건축의 기준을 새롭게 마련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체 내부 설계 및 성물은 최근 교황청 리모델링 설계 및 시공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건축 미술 종합 팀, 첸트로 아베(Centro Ave)가 맡았다. 이들은 포콜라레 영성을 사는 수도자 그룹이기도 하다. 이외 2003년 피렌체 비엔날레 금메달 수상자인 조각가 헝(Hung, John Lau Kwok), 4대째 수작업 성물 제작 가업을 잇고 있는 성물 작가 피터 코스트너(Peter Kostner), 잊히고 버려진 물건들로 작품을 만드는 치로(Ciro, Roberto Cipollone)씨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이들이 재료비 정도의 금액으로 흔쾌히 작품 제작에 함께한 것은 “한국교회에 공헌하겠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본당은 디자인만을 감독하는 디자인 감리 제도를 도입했고 건축에 쓰이는 모든 색상에 대해서도 별도의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 모든 노력은 ‘성당이 하나의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리된다. 

 

입당미사는 지난해 10월 28일 봉헌됐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성물 작품을 볼 수 있는 대성전. 천장의 조명은 하늘을 상징하는 원과 그 안에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빛, 공기, 소리 

 

본관과 부속동으로 구성된 성당은 대지면적 1727.8㎡ 연면적 2821.9㎡에 본관 지상 3층, 부속동 지상 5층 규모다. 본관은 대성전과 성체조배실, 사무실, 사제 집무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부속동은 식당과 교리실, 사제관, 수녀원, 옥상 하늘공원 등으로 나뉜다. 

 

설계 과정에서 본당이 설계자에게 특별히 기능적으로 요청한 것은 ‘빛’, ‘공기’, ‘소리’의 조화였다. 그처럼 관평동성당은 ‘빛을 잘 이용한 성당’이라는 평을 듣는다. 본관동 1층을 비롯한 건물 전체가 밝고 환하다. 성전에도 제대 뒤 십자가,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 천장 등에 빛을 가져오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서 GHP(Gas Heat Pump)와 공기조화기를 결합한 시스템을 설치했고, 음향기기 시스템에는 청각 장애인과 난청 장애를 가진 어르신들을 위한 보조 시스템 ‘히어링 루프’를 포함했다. 

 

본관 1층 ‘카페 관평’과 부속동의 옥상 공원은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본당의 의지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곳이다. 카페 관평은 갤러리 카페로, 외부 임대로 운영되고 있다. 누구든 와서 편하게 차를 마시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옥상 하늘공원 역시 모두를 위해 내어주는 장소가 될 예정이다. 특히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원하는 이들이 ‘스몰 웨딩’을 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나의 성전’이 되기를 

 

본당 공동체는 2016년 5월 15일 성전 신축 선포식과 함께 하느님을 향한 마음 모으기에 집중했다. 성전건축위원들은 하느님 앞에 청렴 선서를 했고, 신자들은 묵주기도 200만 단 봉헌, 신구약 성경필사, 성경통독 100주간을 통해 성당 건축을 위한 마음의 벽돌을 쌓아갔다. 성당 공사 부지에서는 매일같이 고리 기도를 봉헌했다.

 

그간 성경필사를 마친 신자는 34명에 이르고 성경통독을 마친 이도 200명을 넘어선다. 성경을 완필한 34명 이름은 제단 밑에 동판으로 새겨져 봉헌됐다. 

 

건축 기금 마련은 주임 신부를 비롯한 공동체의 십시일반 자발적 봉헌으로 이뤄졌다. 교구에서 성당 건축을 위해 2차 헌금으로 모아준 성금도 교구에 다시 내놓았다. 더 어려운 본당에 쓰이기를 바라서였다. 하느님 성전을 지으며 더 힘든 공동체를 생각해 가진 것을 내어주는 마음들은 그대로 성당 건축의 밑바탕을 이뤄갔다. 그 과정을 거쳐 완공된 성당은 이제 공동체의 자부심이 됐다. 

 

김 신부는 “성당 건축의 매 순간이 뜻깊었고, 특히 국내외 굴지의 건축가 작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은총의 종합 선물세트로 여겨진다”며 “아름다운 성당을 토대로 신앙적으로 내적으로 더욱 성숙해진 본당으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또 새 성당이 신자들에게는 영혼과 정성을 바친 ‘나의 성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본당은 오는 9월 28일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성당 봉헌식을 거행한다.

 

[가톨릭신문, 2019년 4월 7일, 이주연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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