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교회 건축을 말한다20: 성당건축과 음향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1 ㅣ No.142

[교회 건축을 말한다 20] 제4화 한국 교회 건축의 오늘 - 성당건축과 음향

말씀 선포 위한 음성과 전례 음악 사이 조화가 관건


전기 음향 장비는 전례공간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함시켜야 하며,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성당이 갖는 종교적ㆍ미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성당 역시 '집'이기에 그 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신자들이 모여 전례를 거행하는 성당은 적절한 빛의 유입, 쾌적한 온도ㆍ습도 유지, 적절한 음향환경 구축 등 건축설비 차원의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중 적절한 음향환경 구축은 교회공동체 사명인 복음선포와 직결된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성당을 비롯한 전례공간을 위한 적절한 음향환경은 어떤 것일까? 한국교회는 어떠한 지침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몇몇 건축 설계자들은 오로지 경험에만 의존해 비합리적 음향환경을 운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 가톨릭교회 오하이오주 콜럼버스교구 예술ㆍ환경위원회는 2003년 '전례공간을 위한 음향환경'(Acoustics for ChurchesChapels)에 관한 지침서를 발간해 전례공간 신축 및 증ㆍ개축시 고려해야 할 음향환경에 관한 과학적ㆍ합리적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침서 내용을 참조해 한국교회 전례공간에 적절한 음향환경을 제언하고자 한다.

전례공간을 위한 최적의 음향환경은 음성(音聲)과 음악(音樂)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다. 신자들에게는 복음선포를 위한 명확한 음성 전달과 신심 고양을 위한 거룩한 전례음악 연주 모두 중요하다. 즉, 강연을 위한 강당이나 음악 연주를 위한 콘서트홀처럼 단일 목적을 가진 음향환경은 올바르지 않다.

전례공간을 위한 최적의 음향환경은 과학적 건축음향 이론에 근거한 훌륭한 자연음향(Natural acoustics)에서 출발한다. 훌륭한 자연음향 환경에, 전기증폭에 기반을 둔 '음향강화시스템'(Sound reinforcement system)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때 최적의 음향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음향은 전기음향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례공간이 갖는 고유한 음향환경을 말한다. 훌륭한 자연음향은 최적의 잔향 시간과 메아리, 음향 집중 등 음향적 간섭 제어를 통해 형성된다. 짧은 잔향 시간은 음성 전달에는 유익하지만 음악 연주와 신자들의 전례 응답에는 유익하지 않다. 반면 긴 잔향 시간은 파이프오르간 연주, 그레고리오 성가 등 전통적 전례음악 연주에는 유익하지만 음성 전달에는 유익하지 않다.

- 명동성당 잔향 시간 측정 지점(S1은 음원, P·R은 측정 지점).


그렇다면 전례공간의 최적 잔향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신자석이 비어 있는 경우 1.5~2초 정도가 적당하다. 최적 잔향 시간은 충분한 체적의 실내공간을 필요로 하며, 특히 천장 높이는 잔향 시간 형성에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제단 부분(제대 주변, 제단 천장, 제단 후벽)에는 소리를 넓게 퍼트리는 확산(Diffusion) 재질과 구조를 적용해야 한다. 잔향 시간 제어를 목적으로 흡음 성능이 강한 실내 마감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도한 흡음 처리는 훌륭한 자연음향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파이프오르간 설치 계획이 있다면 신자석이 비어 있는 경우 2초 이상 잔향 시간을 확보해야 적절한 음향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주변 소음제어는 전례공간의 음향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중요 요소이며, 훌륭한 자연음향 형성의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례공간의 건축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전례 진행에 방해될 만한 주변 소음 요인(공항, 철도, 도로, 소방서, 병원, 공장, 운동경기장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인접 공간과 음향적 완충지대를 형성해 차음(遮音)이 이뤄지게 설계해야 한다. 특히 소음이 발생하는 기계설비(난방ㆍ냉방 건축 설비, 엘리베이터, 전기 변압기, 상ㆍ하수도 설비, 조명 설비, 전자 장비 등)와 전례공간 사이에는 더욱 더 차음에 주의해야 한다.

전례공간은 말씀 선포를 위한 음성 명료도, 음악 연주와 신자들의 전례 응답을 위한 음악 명료도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음향적 조화가 형성된 자연음향 환경에, 전기증폭에 기반을 둔 음향강화시스템을 접목함으로써 최적의 음향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음향강화시스템은 스피커, 파워 앰프, 오디오 믹싱 콘솔 등 다양한 전기음향 장비들로 구성되며,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반드시 잔향 시간에 관한 예측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전례공간 신축의 경우는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증ㆍ개축의 경우는 실측을 통해 잔향 시간을 도출할 수 있다. 성가대 합창,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 전통적 전례음악은 최적의 잔향 시간에 기초한 자연음향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음향강화시스템의 적용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명동성당 주파수별 측정 잔향 시간 분포(붉은색 굵은 실선이 평균 잔향 시간).


그리고 건축 설계 초기 단계에서 음향강화시스템을 위한 별도 접지 설비를 구축해 양질의 전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음향강화시스템 준공 도면을 작성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유지 보수에 대비해야 한다.

음향환경에 관한 평가는 물리적 음향 지표와 주관적 선호에 근거한다. 즉 과학적 음향 설계를 통해 훌륭한 자연음향을 형성하고, 사용자의 주관적 선호를 반영한 음향강화시스템 적용을 통해 최적의 음향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성당의 음향환경 구축을 위해 별도의 자문을 받고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투자에 따른 시간과 비용 절감은 분명하게 장담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 음향, 전기 음향 분야의 검증된 전문가에게 과감하게 기술지원을 요청하기 바란다.


성당 건축 공정에 따른 전례공간 음향환경 구축

실내음향 측정을 통해 한국교회 전례공간의 음향 특성을 연구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명동성당을 비롯한 몇몇 성당의 시내 음향지표에 관한 측정 자료 정도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이 성당의 음향환경이 훌륭하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성당 건축 공정에 따른 전례공간의 음향환경 구축에 관한 이상적 방법론을 제안하고 싶다.

1. 건축 기획 단계 : 음향 전문가(회사)는 건축 설계자, 기계 · 전기 엔지니어를 포함한 건축 설계 구성원들과 주요 회의에 참석해 건축 계획과 예산에 따른 음향(건축 · 전기 음향)에 관한 전반적 계획과 예산을 제시해야 한다. 또 본당 사목자, 본당 건축위원회, 성가대, 전례 담당자와 전례공간 구성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

2. 계획 설계 단계 : 1차 음향 보고서를 통해 음향 설계 계획과 예산을 제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음향환경에 관한 전반적 목표(전례공간의 자연음향 환경 : 잔향 시간, 음성 명료도, 음악 명료도 등), 주변 소음제어 목표, 차음 설계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또 음향환경과 관련된 특별한 요구사항과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건축 설계상의 문제(악기 설치, 성가대 위치 선정, 음향강화시스템 기본 설계, 기계실 위치와 체적, 스피커 설치 계획 등)도 포함해야 한다.

3. 중간 설계 단계 : 2차 음향 보고서를 통해 1차 음향 보고서에 언급된 음향적 문제에 관한 구체적 개선안과 음향환경 예측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음향강화시스템의 구체적 설계(전체 전기음향시스템 설계), 전기음향 장비의 종류와 설치 위치 등)와 예산도 포함해야 한다.

4. 실시 설계 단계 : 3차 음향 보고서를 통해 1, 2차 음향 보고서에서 언급된 모든 음향적 문제를 검토하고, 최종 음향환경 예측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음향 관련 장비 구매에 있어 합리적 견적과 예산 절감에 관한 정보까지 포함해야 한다. 음향강화시스템 견적은 전기 공사 업체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음향 전문가(회사)는 전기 음향 업체 선정에 있어 자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5. 건축 시공 단계 : 음향 전문가(회사)는 건축 음향적 기능을 가진 인테리어 마감재 적용과 전기음향 자비 설치 공정에 참여해 공사 감리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인테리어 및 전기음향 설비 준공 도면을 작성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지 보수에 대비해야 한다.

6. 사용 승인 단계 : 사용 승인시 최종 음향 보고서를 통해, 실내음향 측정을 토대로 건축 설계 초기 단계에 수립한 음향환경 목표와 비교 · 분석한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음향강화시스템을 적용한 부분까지를 포함하며, 추가로 발생한 음향적 결함을 규명해 보완 설계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평화신문, 2012년 10월 21일,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건축사 사무소)]


5,58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