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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曆)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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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1 ㅣ No.161

달력(曆)의 역사

 

 

2010년도 이제 마지막 달을 맞이하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제226대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재위 1572년 5월 13일-1585년 4월 10일)가 만든 달력으로 ‘그레고리오력’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왜 교황님이 달력을 만드셨을까요? 그 이유는 부활절을 정확하게 지키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325년 그리스의 작은 도시 니케아에서 열렸던 공의회는 부활절을 “춘분(3월 21일)이 지난 후에 오는 첫 만월(滿月, 보름) 다음의 첫 주일로 한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규정이 생긴 까닭은 부활절이 달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태음력’을 사용하는 이스라엘 파스카 축제와 관련이 있는 반면에, 그 당시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달력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양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여 만든 ‘율리우스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율리우스력’의 사용은 로마의 달력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원래 로마력은 1년이 열두 달, 355일로 이루어져 있는 태음력이었습니다. 따라서 태양력보다 약 10일이 짧았기 때문에 윤달을 이따금 끼워 넣어 계절과 보조를 맞추는 원시적인 달력이었습니다. 윤달을 넣는 것은 대신관의 권한이었는데, 갈리아(지금의 프랑스 지역)를 정복하는 전쟁을 수행하던 카이사르가 대신관인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가 전쟁하기에 바쁜 나머지 윤달을 끼워 넣는 일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태양력과 태음력의 차이로 8월 여름에 눈이 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마침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집트를 원정했을 때 알게 된 그곳의 간편한 역법을 바탕으로 기원전 46년, 날짜 체계의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11월과 12월 사이에 67일간의 제2 윤월을 두어 태양의 움직임과 어긋난 달력을 고치고, 태음력에서 태양력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로 인해 기원전 46년은 한해가 445일이라는 ‘혼란스러운 해(annus confusionis)’가 되었고, 이후부터 1년을 365일로 하고 4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두는 율리우스력이라는 새로운 달력 체계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율리우스력 또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율리우스력은 1년의 길이를 365.25일로 정하였는데 실제로 1태양년은 365.24219879일이므로 율리우스력에서는 1년간 0.00780121일(약 11분 14초)만큼 실제의 태양의 운행보다 달력 쪽이 길게 되어 있고, 이 오차는 128년이 경과하면 거의 24시간, 즉 1일에 가까워집니다. 이는 128년이 지나면 달력 쪽이 1일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율리우스력의 일차(日差)인 11분 14초는 쌓이고 쌓여서 16세기에는 오차가 10일이나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달력상으로 3월 21일에 와야 할 춘분이 실제로는 3월 31일이 되었고, 달력에서의 춘분보다 10일이나 빠르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졌습니다. 그리고 부활절 계산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정확한 부활절 계산을 방해하는 달력의 오차를 수정하기 위해서 1582년 10월 4일의 다음날을 10월 15일로 하여, 그 사이의 10일간을 달력에서 생략하였습니다. 그 결과 역사상 1582년 10월 5일에서 14일까지의 날짜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춘분은 다시 3월 21일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율리우스력의 문제점을 그대로 두면 춘분의 어긋남이 반복되기에 교황 그레고리오는 ‘윤년’을 정하는 것을 “서력 년이 4로 나누어지는 해를 윤년으로 한다. 다만 서력 년이 100으로 나누어져도 400으로 나누어지지 않을 때는 평년으로 한다(예를 들면 1700, 1800, 1900년은 윤년이 되지 않고, 2000년은 윤년이 됨). 윤일은 2월 28일의 다음 날 29일로 한다.”라고 수정하였습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그레고리오력(曆), the Gregorian calendar’입니다. 이것은 4년마다 윤년이 오는 점에서는 율리우스력과 변하지 않으나, 400년 사이에 3회 윤년을 생략한다는 점이 새로운 발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레고리오력에서는 ‘400년간에 97회 윤년을 설정’합니다. 이는 율리우스력으로는 400년간에 윤년이 100회 있는데, 그레고리오력에서는 윤년이 97회로 줄어든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일 년이 365.2425일이 되어 1태양년에 가까워집니다. 진정한 1태양년과 그레고리오력의 차이는 연간 0.00030121일 뿐이므로, 요컨대 달력의 쪽이 태양의 운행보다 1년간 약 26초만큼 빠르고, 이 26초의 어긋남은 3391년이 경과해야 1일의 오차가 날 정도로 정확한 달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레고리오력은 그 탁월함 때문에 현재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달력이지만, 1582년에 제정되자마자 바로 세계 각국에 전파되어 채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가 종교개혁 이후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레고리오력이 로마 교황에 의하여 개정된 달력이라는 점 때문에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폴란드, 헝가리 등의 가톨릭교 국가에서는 바로 채용되었지만, 프로테스탄트의 여러 나라에서는 종교적인 반발 때문에 거부되었습니다. 그래서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이 그레고리오력을 채용한 시점은 200년 늦게 18세기 후반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1752년에서야 그레고리오력을 채택하였는데, 그 결과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에서는 1752년 9월 3일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 있어야 할 날짜도 10일간이나 달력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그레고리오력을 선포한지 170년이나 지난 다음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누적된 하루를 더 버려 11일이 달력에서 빠져 버린 것입니다. 이 결정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가 11일을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폭동을 일으키는 웃지 못할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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