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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젊은 교구 의정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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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2-23 ㅣ No.81

현장취재 : 젊은 교구 의정부교구

 

 

의정부교구를 젊다고 말하는 데는 사제단의 몫을 빼놓을 수 없다. 36.7살이 그들의 평균 나이인 것이다. 이들은 나이만 젊은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일을 추진해 나가는 방식에서도 새롭고 풋풋하다. ‘보좌신부’라는 용어를 버리고 형제 사제라는 인식을 드러내는 ‘부주임신부’를 택한 것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이제 막 생겨난 교구이지만 미숙하거나 부족하다는 수식어보다 활기차고 풍부하며 희망이 가득하다고 느끼게 하는 의정부교구를 들여다보았다.

 

 

1. 서울대교구 시절

 

서울대교구에 속하지만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에 속해 이른바 경기 북부(의정부, 양주, 동두천시와 연천군)와 경기 서부(고양시와 파주시) 그리고 경기 동부(구리시와 남양주시)로 불리던 8개의 시(市)와 군(郡)에는 52개 본당이 있었으며, 사제는 71명이었다.

 

서울을 중심이라고 한다면 변두리에 속하는 이곳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은 대부분 잠깐 거쳐 가는 곳으로, 또는 보좌신부 시절 동안 지내는 사목의 실습장 정도로 여기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교구 독산동본당에서 10개월 동안 지내다가 지난 10월부터 의정부본당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문형균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 신자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순박하지만 위축돼 있고, 경계심이 느껴지고요. 자신 없어하고 피해의식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성체를 다녀보면 이런 분위기는 금방 눈치 챌 수 있지요. 경제적인 능력만 본다면, 의정부본당이나 독산동본당이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그런데 신자들의 생각이나 의식에서는 차이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참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이제는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이 되었으니 신자들의 생각도 달라지겠지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희망은 보입니다. 신자들이 이러한 의식을 극복해 내고 자신감과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기도 하고요.”

 

 

2. 의정부교구청과 주교좌 본당

 

의정부교구는 현재 총 인구 2,310,000명, 신자 수 150,542명, 본당 수 55개로 이루어져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시작이다. 의정부교구의 교구청과 주교좌 본당을 먼저 살펴본다.

 

1) 교구청

 

의정부교구청은 지난 10월 1일(금) 주교좌 본당인 의정부본당에서 시무미사를 봉헌하고 업무의 첫 마음을 다졌다. 의정부교구청은 2대리 3처 3실 3국 15부 체제로 다른 어느 교구보다 부서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다른 교구에는 없는 성직자실이 돋보인다. 성직자실에서는 사제들이 더 기쁘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신학생들이나 성소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사제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줄 것이다. 한편, 의정부교구는 사제와 평신도 연구자, 연구 단체를 양성하고 지원하고자 사목연구소(소장: 이성만 신부)도 설립하였다. 

 

의정부교구청은 의정부 주교좌 본당 안에 있으며, 3개의 임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의정부본당 성모유치원이었던 건물에 사무처와 관리처, 그리고 식당이 있다. 교리실로 쓰던 건물에는 주교관, 비서실, 총대리실, 대회의실이 있다. 예전에 의정부성모병원이 있던 자리에 사목처가 있다. 이곳은 의정부본당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의정부교구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직원 중 사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사제가 26명, 평신도는 11명인데, 교구청에서 일하는 사제들은 숙소가 다양하다. 주교님의 숙소이기도 한 한마음 청소년 수련원과 전세로 얻은 근처 아파트, 또는 본당에서 사용하지 않는 수녀원이나 사제관이 그들의 숙소인 것이다. 요즘에는 일이 많아 저녁 8-10시쯤에 퇴근하는 일이 많으며, 점심과 저녁식사는 모두 교구청에서 제공한다. 

 

사제평의회가 활발히 운영되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평의회 의원은 각 지구장과 교구청 각 처·실·국장, 임명직 의원 3명을 포함하여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는 교구 관련 사항을 다루면서 교구에 필요한 회칙이나 규정 등을 만들어 교구장의 승인을 받으며, 셋째 주 목요일에는 본당과 지구 관련 사항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본당과 지구 간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현재 사제평의회에 참석하는 사제들은 모두 주임신부로 구성되어 있어, 부주임신부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포착해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곧 부주임신부도 한두 명 참석하게 할 예정이다.

 

2) 의정부 주교좌 본당

 

의정부 주교좌 본당은 서울대교구 시절 의정부2동본당이었는데, 주교좌 본당이 되면서 개명하였다. 신자 수 3,400여 명, 18개 구역, 64개 반으로 이루어진 이 본당은 1945년에 설립되었으므로 새해에 60주년을 맞는다. 이곳에서 분가한 본당은 동두천본당을 비롯하여 6개에 이르고, 광주대교구장인 최창무 대주교를 비롯하여 10여 명의 사제를 배출하였으며, 출신 수녀 또한 20여 명에 이른다. 

 

1953년에 건립한 ‘하자 없으신 성모 성심’을 주보로 한 의정부 주교좌 본당의 옛 성전은 의정부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 가운데 하나여서 2001년 1월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2003년 1월에는 옛 성전 옆에 새 성전을 건립하여 현재 의정부본당 안에는 2개의 성당이 있다. 의정부교구장인 이한택 주교의 주교좌는 새 성전 제대 오른쪽에 놓여있다.

 

의정부본당의 일부를 교구청에 내준 본당 신자들은 사실 불편한 점이 많다. 의정부본당 신자인 임 로사 씨는 이렇게 말한다. “기도 모임을 하거나 성가 연습을 할 때마다 지하 교리실을 써야 하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이 불편해요. 그렇지만 우리 본당이 주교좌 본당이고, 또 교구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 교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신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좋은 점도 있어요. 교구청에서 일하시는 신부님들이 매일 아침 9시에 미사를 드리세요. 그러고 나서 9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하시더라고요. 영성이 풍부한 신부님들과 미사를 함께할 수 있어서 좋고요. 주교님도 가끔 뵐 수 있어서 좋지요.”

 

 

3.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온 의정부교구 사제단

 

신부 172명과 이한택 주교를 포함해 의정부교구 사제단은 모두 173명이다.

 

이들은 지난 9월 21-24일에 한마음 청소년 수련원에서 첫 번째 사제총회를 가졌다. 교구가 분가하는 경우에 사제는 성무 수행 중인 지역에 따라서 소속 교구가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사제들에게 소속 교구를 선택할 자유를 인정했기 때문에 이 모임에 참석한 사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 보겠다는 각오가 그것이다. 사제총회는 사제들 간에 이러한 뜻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면서 서로 진한 감동을 느끼며, 눈물마저 흘리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승화되었다. 이를 두고 김수환 추기경도 ‘성령 강림’이었다고 격려하였다.

 

교구장 착좌식 때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사제들의 액션송은 사실 착좌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제총회 중 친교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진행을 맡았던 김경진 신부(의정부성모병원 원목)와 류달현 신부(남양주시 진접본당 부주임)가 준비해 온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함께했던 신부들이 모두 즐겁게 무용을 배우면서 이런 모습을 의정부교구민들에게도 보여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모두 동의하면서 착좌식에서는 이한택 주교마저 이 액션송에 함께하게 되었다.

 

지금 의정부교구 사제들은 예전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며 그 밖의 모든 환경에서도 열악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놓고 한마음이 되어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4. 본당의 변화

 

1) 지구 중심의 사목 체계

 

의정부교구는 본당 중심이 아니라 지구 중심의 사목을 지향한다. 몇몇 본당의 경우 스스로 사목활동을 펼쳐나가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적 특성상 서부, 동부, 북부 지역 간의 교류가 어렵고 지역 간의 격차가 다소 크기 때문에 사목활동의 기본 단위를 지구로 두고 각 지구의 발전을 최대한 꾀하려는 시도에서이다. 이로써 본당의 어려움을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 내 본당과 연대하여 풀어나가고 있다.

 

모두 여섯 지구로 나누었으나 3지구와 4지구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사목활동을 예전처럼 함께하고 있으며, 2지구는 앞으로 동부지구, 곧 1지구에서 분할될 예정이다. 지구 모임은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지며, 부주임신부들끼리의 모임도 이루어지고 있다. 

 

2) 신설 본당

 

의정부교구는 이미 3개의 본당을 신설했다. 2004년 10월 11일자로 고양시 대화2동본당과 동두천시 송내동본당을, 11월 18일자로 고양시 행주본당을 설립한 것이다. 

 

신자 수가 1,233명인 대화2동본당은 아직 미사를 드릴 곳조차 마련하지 못해 대화동본당에서 계속해서 미사를 드리는 실정이다. 사제 1명과 사무장 1명이 새 본당을 계획하느라 여념이 없다. 송내동본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분가는 했지만 아직도 동두천본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제 1명이 파견되어 있을 뿐 그 밖의 모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행주본당의 경우는 예전에 안동교구장이었던 두봉 주교가 머물던 곳으로, 신자 수가 325명,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는 100명 안팎이다. 그나마 노인이 대부분이며, 몇 안 되는 주일학교 학생들은 아직 모본당인 능곡본당에 다니고 있다. 

 

3) 본당 신자들이 느끼는 변화

 

대부분의 본당 신자들은 의정부교구가 되었다고 해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주일이 되면 전례에 참여하고 소속되어 있는 단체활동을 계속해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의정부교구장 착좌식에 참여했던 신자들을 비롯하여, 점차 많은 의정부교구민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한 신자는 의정부교구민이 된 소감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고 주변 환경도 열악한 곳에서 의정부교구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좀 걱정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만의 자율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좋아요. 예전에는 가톨릭이 보수적이고 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교구장 착좌식에서 그 생각이 바뀌었지요. 특히 신부님들이 액션송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고 패기있고 활기찬 모습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듯해서 신나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음 한구석에 감동이 느껴졌어요.”

 

또 다른 신자는 의정부교구를 지원해 새로 온 신부님에게서 권위적인 모습보다 친근감이 느껴져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3년 동안 의정부본당에서 지낸 한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작은집이 생긴 거잖아요. 착좌식에서 신부님들이 하나 된 모습으로 액션송을 하시는데, 너무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표현해 주신다고 생각하니 마치 새로 아기가 태어나는 듯한 감동이 느껴지더라고요.”

 

남양주시 진접본당은 두 달 사이에 주일학교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그 이유에 대해 한 본당 신자는 이렇게 귀띔해 주었다. “새로 오신 신부님 두 분 모두 주일학교를 맡고 싶어하셨어요.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자기들의 지도신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교대로 어린이 미사를 집전하셨지요. 물질공세는 금하기로 하고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난 다음에 투표를 했는데 3표 차이로 부주임신부님이 지도신부가 되셨지요. 신부님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게 놀아주니까 성당을 찾는 어린이들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의정부시 신곡1동본당은 의정부교구 창설 이래 처음으로 성전 봉헌식을 거행했다. 6년 동안 주임신부 혼자서 사목을 하던 이 본당에 처음으로 부주임신부가 파견되면서 평일미사가 2대로 늘고, 청년회와 주일학교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특히 30-40대 축구 동우회인 대건회가 활기를 띠고 있다. 

 

권 미카엘 씨는 본당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사실은 대건회에서 활동하는 신자 가운데 축구만 하고 미사에는 빠지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부주임신부님이 오시고부터는 그런 신자들이 없어졌어요. 그러면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늘고 헌금도 조금씩 늘더라고요.”

 

 

5. 문제점과 당면 과제

 

지난 7월 5일, 우리나라에서 의정부교구 신설이 발표되면서, ‘의정부교구 분가 실행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10월 11일 교구장 착좌식이 거행되었다. 각 본당에서도 10월 11일에 새로운 신부님을 맞아 의정부교구로서 첫 출발을 하였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교구로서 분가한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서 부작용도 드러났다.

 

그 가운데 하나로 사제의 인사이동을 들 수 있겠다. 서울대교구에서 보좌신부를 요청해 오면서 1년 또는 2년 기한으로 11명의 사제를 파견했다. 따라서 문산, 의정부1동, 화정동, 의정부, 녹양동, 후곡, 신곡2동, 호원동, 인창동본당의 경우는 한 달이 지나 부주임신부가 바뀌거나 신부 수가 줄게 된 것이다. 본당 신자들 입장에서는 두 달 사이에 사제를 새로 맞고 떠나보내느라 혼란스럽기만 하다. 교구청에서도 일할 수 있는 사제가 줄어들어 한 달 사이에 조직을 개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출발한 의정부교구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드러나는 큰 문제는 재정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재정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시작했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함께 고생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최성우 신부(의정부교구 홍보전산실장)는 말한다. 이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찾아가는 사목’, ‘함께하는 사목’을 실천하고자 실질적인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꿈을 가진 사제들과 교구민들이 하루빨리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몫이다. 

 

의정부교구의 수호성인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이며, 활발한 전교활동을 펼친 선교자로서 굳은 믿음과 불타는 열정으로 목숨을 바친 김대건 신부의 삶을 본받으려는 마음에서 이한택 주교가 직접 정했다. 한편, 김대건 성인의 축일인 7월 5일은 의정부교구 설립이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날이기도 하다.

 

앞으로 의정부교구가 김대건 성인의 얼을 본받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는 사목, 그들과 함께하는 사목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사제들의 첫 마음이 교구민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사제와 평신도 그리고 수도자가 함께 어우러져 신명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될 때 의정부교구는 끝까지 젊은 교구로서 우리 교회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사목, 2005년 1월호, 한상화(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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