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숨은 하느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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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2-25 ㅣ No.2001

[영성심리] 숨은 하느님 찾기

 

 

‘영성과 심리’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영성은 곧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삶이며 따라서 각자의 삶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영성’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몰라도 괜찮다고 말씀드렸지요. 그 말뜻을 잘 몰라도, 이미 영성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니까요.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 영성을 살아가는 것, 영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도 네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첫째는, 내가 알든 모르든, 혹 때로는 하느님을 잊어버리더라도 어쨌거나 나는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죠. 이것이 영성 생활의 기본입니다. 둘째는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차리는 것’, 셋째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식별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영성이 무언지 잘 모르더라도, 이렇게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나의 행복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바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는 영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입니다.(로마 8,5-17 참조)

 

그런데 이렇게 영성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만, 우리 마음이 뜻대로 안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 움직임 중에 자주 만나게 되는 걸림돌이 바로 죄책감과 죄의식입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죠. 우리를 하느님께로부터 숨게 만드는 그릇된 죄책감이 아니라 하느님께 더 다가가게 만드는 건강한 죄책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마음의 움직임 자체’와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 자체’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 구별을 잘하려면 먼저 우리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도요.

 

한 해 동안 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어떠세요? 나누어 드린 글이 여러분이 영성을 살아가시는 데에 도움이 좀 되었을까요? ‘아직도 영성이 뭔지 잘 모르겠다.’ ‘영성을 살아간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라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맨 처음부터 말씀드렸다시피, 세례를 받은 우리는 이미 영성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더 그러하시죠.

 

올해 영성 생활을 잘 못하며 살아왔다고 자책하기보다, 지나간 시간, 기억나는 사건들 안에 늘 계셨던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하느님께서는 분명 나와 함께 계셨으니까요. 나와 함께 하셨고 나의 행복을 바라셨던 숨어 계신 하느님을 더 많이 만날수록, 우리 마음에는 감사함이 저절로 우러날 것입니다. 그렇게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 저의 하느님, 제 마음 다하여 당신을 찬송하며 영원토록 당신 이름에 영광을 드리렵니다.”(시편 86,12)

 

[2023년 12월 24일(나해) 대림 제4주일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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