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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전례] 로마 미사경본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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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20 ㅣ No.1592

[전례생활] 「로마 미사경본」의 변화

 

 

「로마 미사경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 이후 현재까지 모두 네 차례 반포되었다. 1970년에 표준판, 1975년에 제2표준판 그리고 2002년에는 제3표준판이 출판되었고, 2008년에 제3표준 수정판이 나와서 현행 「미사경본」으로 존재한다. 이 네 개의 판본은 1970년 바오로 6세 교황의 권위로 반포된 표준판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모두 ‘바오로 6세 성사집’이라고 부른다.

 

우리말 「미사경본」은 표준판을 번역하여 1975년에 출판되었으며, 1996년에는 우리말 「미사 통상문」이 나왔다. 앞으로 새로 출판될 우리말 「미사경본」은 2008년의 제3표준판의 수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바오로 6세 성사집’은 표준판과 제2표준판 발행 사이가 5년, 제3표준판과 그 수정판의 발행 사이가 6년으로, 각각 출판할 때마다 약간의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졌다.

 

그 반면에, 제2표준판과 제3표준판의 터울은 33년, 곧 한 세대에 달하는 기간이며 이때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 나오게 될 우리말 「미사경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라면 번역문의 변화를 살피기 이전에, 라틴어로 된 제2표준판과 제3표준판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 중요한 점들만 간추리면 다음의 일곱 항목이 될 것이다.

 

 

지역교회에서 일어난 적응의 수용 추인

 

제2표준판 이후로 30여 년 동안 여러 지역교회에서 이 판본의 본문을 번역하여 사도좌의 인준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적응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제기된다. 그래서 이를 수용하여 제3표준판에서는 각 지역교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개별적인 적응의 사안들을 배

려하였다.

 

특히 「로마 미사경본의 총지침」(이하 ‘총지침’)에 제9장을 따로 추가함으로써, 「미사경본」에 제시되지 않은 적응의 사안들의 경우에, 로마 전례의 본질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영적 선익을 위하여 지역교회의 주교회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지침들을 마련하였다.

 

 

교회법전과 전례서, 사도좌 지침들의 반영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의 후속 작업은 1975년에 제2표준판 「로마 미사경본」이 반포된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그 결과로 1981년에 「미사독서 목록」의 제2표준판, 1977년에 「성당과 제대 봉헌 예식」의 표준판, 1984년에 「주교 예절서」의 표준판과 2008년에 그 수정판, 1984년에 「축복 예식」의 표준판, 1990년에 「서품 예식」의 제2표준판 등이 나왔다.

 

그것 말고도 사도좌에서 전례와 관련한 여러 지침들을 발표하였다. 특히 1983년에는 개정된 새 「교회법전」이 출판되었다. 「로마 미사경본」 제3표준판과 그 수정판은 이러한 모든 점을 반영하였다.

 

 

더욱 온전한 전례문의 제시

 

제3표준판의 전례문은 여러 측면에서 보완되고 풍성해졌다. 「로마 미사경본의 총지침」은 그 본문을 더욱 정확하게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제2표준판과 비교할 때 1개의 장, 58개의 항, 70개의 각주가 추가되었다.

 

이전에는 대림시기의 평일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도문 몇 개가 제시되었는데, 대림시기의 모든 평일에 고유한 기도문을 배정하였다.

 

부활시기도 마찬가지로, 이전에 부활 팔일 축제의 기도문을 반복하여 사용하던 것을 보완하여 부활시기의 모든 날에 옛 성사집에서 가져온 고유한 기도문들을 배정하였다.

 

한편 사순시기에는 ‘백성을 위한 기도’를 복원하여 사순시기의 모든 날에 각각 고유하게 배정하였다. 보편 전례력에도 제2표준판 이후로 변경된 내용들이 반영되었으며, 각 전례 시기와 성인 축일에 사용할 감사송들을 추가하고 보완하였다.

 

 

미사의 교회론적 차원 강조

 

트리엔트 공의회 직후 1570년에 반포된 「로마 미사경본」은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를 첫자리에 놓았다. 그에 비하여 제3표준판은 전례의 교회론적 차원을 중시하여 ‘백성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성찬례의 전형적인 형태로 제시하였다(총지침 115항 이하).

 

특히 온 백성이 참여하고 공동집전 사제와 부제 그리고 다른 평신도 직무자들 한가운데에서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서 교회의 모습이 탁월하게 드러난다고 명시하였다(전례헌장 41항, 총지침 112항).

 

제2표준판까지 제시되었던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는 ‘봉사자 한 명과 드리는 미사’(총지침 252-272항)로 대체하였는데, 이를 통해 모든 미사는 하느님 백성과 함께 드리는 한 가지의 거행양식으로 통일되었다.

 

이리하여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의 고유한 양식은 사실상 삭제된 셈이며,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는 부득이하고 중대한 이유가 없이는 거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당연한 결과지만, 미사 통상문의 명칭에서도 이전에 ‘백성과 함께 드리는 미사 통상문’과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 통상문’을 구별하던 것을 그냥 「미사 통상문」으로 통일하였다.

 

 

사도신경의 위상 복원

 

로마 교회는 전통적으로 니케아 ·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미사 중에 사용해왔으며, 1975년의 제2표준판에 이르기까지 사도신경은 「미사경본」에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도신경은 초세기 교회로부터 물려받은 본연의 신경으로서 니케아 ·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보다 더 오래된 것이고, 동서방 교회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경은 주로 부활성야의 세례식에서 신앙을 고백할 때에 사용되었기에 ‘세례 신경’으로도 불리며, 주님의 강생과 파스카 사건이 단순한 표현으로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어서 제3표준판은 특히 사순시기와 부활시기에 사도신경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다(미사 통상문 19항).

 

 

그레고리오 성가의 위상 복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기존의 전례에 사용해 왔던 대중 라틴말 성경(불가타 성경)의 본문을 새로 번역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반포된 것이 바로 ‘새 불가타(Nova Vulgata)’인데, 1979년에 표준판이, 1986년에 제2표준판이 나왔다. 「로마 미사경본」 제3표준판은 거기에 담겨있는 성경 본문을 기본적으로 새 불가타 성경으로 대체하였다.

 

그러나 이 「미사경본」에 실려 있는 입당송과 영성체송은 여전히 이전에 사용하던 불가타 성경의 본문으로 되어있다. 이는 바로 입당송과 영성체송을 그레고리오 성가로 부르려고 일부러 이전의 본문을 남겨두기로 교회가 의도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제3표준판은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를, 이전의 판본에서처럼 뒤쪽에 위치하는 부록에 따로 실은 것이 아니라, 통상문과 고유기도문에 있는 본디 자리에 위치시켰다. 이로써 전례 음악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위상이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되었다(전례헌장 116항, 총지침 41항).

 

또한 이는 읽어서 바치는 ‘낭송 미사(missa lecta)’보다는 ‘노래로 바치는 미사(missa cum cantu)’가 더욱 합당하고 바람직한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전례 거행의 바탕인 침묵의 중요성

 

제3표준판은 성가만이 아니라 전례 거행 중에 이루어져야 할 거룩한 침묵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였다(총지침 45. 56항). 전례에서 이루어지는 구원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신비의 형태로 내려오는 하느님의 은총이며, 그 은총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신앙으로 마침내 결실을 맺는다.

 

성령의 이끄심에 의탁하는 것은 전례 행위에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례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무엇보다도 성령의 은총에 의지하는 거룩한 침묵의 행위로 드러난다. 전례 개혁이 강조하는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 actuosa)’는 이렇듯이, 맹목적인 ‘능동성’이 아니라 오히려 거룩한 ‘수동성’ 안에서 그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 신호철 비오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겸 교목처장과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1월호, 신호철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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