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ㅣ우화

[거짓] 그림 속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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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41

그림 속의 눈동자

 

 

옛날 중국의 화가 중에 명화를 곧잘 베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명화를 가진 사람에게 그림을 빌려 그것을 똑같이 그린 다음 돌려줄 때는 원화 대신 자신이 몰래 베낀 가짜 그림을 되돌려 주곤 했다. 그의 솜씨가 어찌나 뛰어난지 그 동안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절에 갔다가 주지 스님의 방에 걸려 있는 그림 한 점을 보곤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스님, 그림의 구도가 너무 좋습니다. 며칠만 빌려 주시면 저 그림의 구도를 좀 배워보고 싶습니다."

 

스님이 승낙하자 그는 당장 그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뒤 며칠 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그림을 베끼기 시작했다. 며칠 뒤 그는 다 그린 그림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똑같군. 점 하나 틀리지 않게 그렸으니 스님도 속아 넘어가시겠지?"

 

그런데 다음날 그가 내놓은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던 스님이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며 그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네 이놈, 내 진짜 그림은 어떻게 했느냐? 당장 내 그림을 가져오너라."

 

스님의 호통에 깜짝 놀란 그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뒤 쏜살같이 뛰어가 진짜 그림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스님에게 어떻게 그림이 가짜인 것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네 눈엔 소의 눈동자 속에 소를 끌고 가는 목동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냐?"

 

스님의 말대로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과연 소의 눈동자에 소를 끌고가는 목동의 모습이 있었다. 게다가 소를 끌고 가는 목동의 눈에도 소가 그려져 있었다.

 

[월간 좋은 생각, 2000년 5월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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