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예수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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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16 ㅣ No.235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2) 예수의 얼굴


1000년을 비춰온 그리스도의 빛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색유리 작품 ‘예수의 얼굴’. 11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가능한 한 많은 분과 그 아름다움을 나누기 위해 강의를 진행해왔다. 다채로운 빛깔과 화려한 빛의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들을 화면에 띄우면서 작품 설명을 해가다 보면 꼭 받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저 작품들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집니까?” “스테인드글라스를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장인들의 숨은 노력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씀드리곤 한다. 그리고 육안으로 살피기 어려운 높은 곳에 자리한 작품들은 스테인드글라스에 숨어 있는 도상들을 살피기 위해 망원경을 지참하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고는 장인들의 숨은 노력으로 정성스럽게 표현된 형상을 놓치고 지나기 쉽기 때문이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도상 하나하나를 찾아가다 보면 이내 스테인드글라스의 또 다른 신비와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교회 스테인드글라스는 언제부터 설치되기 시작했을까? 파손되기 쉬운 유리의 특성상 실물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4세기쯤부터 이미 교회 창에 색유리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색유리화

 

오늘 함께 감상할 작품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색유리 작품 ‘예수의 얼굴’이다. 1060년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의 일부로 끼워 넣었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색유리 조각으로, 작품 제목도 후대에 임의로 붙인 것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대성당 옆에 위치한 노트르담박물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보면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크기여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세부 묘사를 알아보기 어렵다.

 

 

기술이 발전해도 재현하기 쉽지 않아

 

좌우 대칭의 초월적인 인상을 담고 있는 ‘예수의 얼굴’은 이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1세기쯤 제작된 이 작은 색유리 페인팅 조각을 대하면서 우리는 중세기 숨은 장인들의 정성과 실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윤곽선으로 이뤄진 이목구비와 머리카락의 표현, 그리고 그에 더해 이마의 주름과 눈동자, 코 주변에 드리워진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에서 오래전 장인들의 솜씨를 알아볼 수 있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작품을 스테인드글라스 전공 학생들에게 똑같이 재현해 보도록 할 때마다 보기와 달리 어려워서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현대로 오면서 모든 양식과 기법이 발달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는 중세 장인들 솜씨를 그대로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 이름 모를 장인의 정성스런 손길이 담긴 ‘예수의 얼굴’을 통해 우리는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소명과 신앙심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17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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