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부부] 나환자 수용소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45

나환자 수용소

 

 

어느 나환자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곳이었습니다.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종일 수용소 울타리 안을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홀몸이었으며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의미가 없었고 오로지 어두움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단 한 사람만이 그 눈에 생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소지을 줄 알았고, 누가 무엇을 주면 고맙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을 간호하는 수녀가 그의 이상하리만치 명랑한 태도에 관심을 갖고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습니다. 그 나환자를 생기있게 만드는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이었습니다. 수녀는 드디어 그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에 그 나환자는 살그머니 침실을 빠져나가 높직한 담을 향해 재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수녀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가 담 가까이 다가가 휘파람을 불자 그처럼 높다랗고 삼엄한 담벽 위로 주먹처럼 동그마하고 미소가 담뿍 어린 얼굴 하나가 달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환자가 미소로 답하자 그 얼굴은 또 한번 빙그레 웃고는 담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

 

그러한 일을 가만히 지켜보던 수녀는 담벽 위로 달처럼 떠오르는 동그마한 얼굴이 누구인지 매우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그에게 다가가 넌즈시 물었습니다.

 

"참 예쁘더군요."

 

"보셨군요. 사실은 제 아내입니다. 제가 여기로 오기 전까지는 그녀가 나를 몰래 숨겨 주었지요. 신부님께 얻은 연고제를 매일같이 제 얼굴에 발라 주었답니다. 그러나 허사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붙들려 이리로 끌려 왔죠. 그러자 아내는 절 따라 왔습니다. 그리고는 매일 아침 저를 보러 옵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은 모두가 제 아내 덕분인 것을 잘 알고 있답니다."(라울 폴레로)

 

[부산교구 홈페이지에서]



1,94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