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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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베드로 사도는 왜 교회 수장(首長)이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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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0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84) 베드로 사도는 왜 교회 수장(首長)이 됐나요?

 

 

Q. 세례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신자입니다. 그동안 성경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상식을 알게 됐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습니다. 왜 베드로 사도가 교회 수장으로 뽑혔는지 궁금합니다.

 

성당에 다니기 전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성경을 보니 베드로 사도가 잘못을 많이 한 분으로 기록돼 있네요. 보통 흠 없는 분이 지도자가 돼야 하지 않나요? 친구들은 저를 만나면 “너희 교회 교황은 자기 스승을 버린 사람”이라며 ‘콩가루 교회’ 운운하며 놀리기도 합니다. 성인전을 보면 성인들은 한결같이 완전한 인격을 갖춘 분으로 기록돼 있지 않나요?

 

 

A. 성인전은 사회 통념상 위인전과 유사합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들은 아이들에게 사회적 멘토 이미지를 주기 위해 완벽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로 묘사되는데 성인전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초보 신앙인들에게 신앙인의 심리적 멘토를 만들어주기 위해 표현상 다소 초인적 내용을 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들입니다. 일반인들보다 더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신 것이 다를 뿐 인간적 결함이나 하자가 있기는 우리와 매한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한 분들을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분들 자신의 거룩함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으로 인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자신을 거룩하다고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은 늘 죄 많은 존재라는 자의식을 갖고 사신 분들입니다.

 

성인을 마치 외계에서 온 특별한 존재인양 생각하고 성인 신심을 키우라고 하는 분들은 자칫 신자들에게 신앙적 열등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하느님께 사랑받을 수 없다는 종교적 우울감마저 들게 할 위험이 있는 것이지요.

 

사람의 자아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성인들을 지나치게 초인적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내 마음 안의 이상적 자아가 너무 높아져서 내 현실과 괴리감이 생깁니다. 그로 인해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성인들은 티끌만한 죄도 짓지 않는데, 나는 왜 매일 같은 죄를 반복해 짓는가 하는 등의 생각으로) 심지어 자신을 미워하고 학대하는 일까지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베드로 사도의 결함은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구원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주는 좋은 징조입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는 결함이 많음에도 지도자로서 자질을 보여주신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루카복음 5장 1-11절에는 베드로 사도의 진면목이 잘 묘사돼 있습니다. 

 

밤새 고기를 잡으려 했으나 허탕 친 베드로. 주님께서 더 깊은 곳으로 나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셨을 때 다른 어부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입니다. 자기들만큼 고기잡이 전문가가 없을 텐데 애송이 청년이 이래라저래라 하니 기분이 상했을 것이고요. 그러나 베드로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주님 말씀을 따릅니다. 베드로의 강점, 줄기찬 의지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영성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계속해서 줄기차게 앞으로 나아가면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기대조차 하지 않은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고 허풍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현실은 절대로 그런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그래서 말콤 글래드월은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했지요. 누구나 1만 시간 노력하면 그 분야의 ‘아웃 라이어’(보통사람의 범주를 넘어 성공한 사람)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루 3시간씩 10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잘 아는 비틀스는 운 좋게 노래하나 잘 불러 귀족으로 올라선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10년이란 세월을 하루 8시간씩 연습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위를 받는 사람들 역시 “엉덩이를 걸상에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이 학위를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줄기찬 노력없이 성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음 안에 갈등이 일어나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도 하던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회인으로서건 신앙인으로서건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고 주님께 야단도 맞고, 주님이 수난 당하실 때는 자기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부정해서 결정적 잘못을 저지른 분입니다. 그런 결함에도 주님께서 베드로를 선택하신 것은 그분의 줄기찬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을 높이 사셨기 때문입니다. 

 

또 주님께서는 가장 인간적 면모를 갖춘 베드로를 사도 중의 사도로 부르심으로써 후대 신자들이 신앙적 열등감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13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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