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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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요한 세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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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603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79) 요한 세례자에 대하여

 

 

Q. 성경을 묵상하다가 요한 세례자에 대한 부분을 읽게 됐는데, 그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의지가 약해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도망하고 싶은 마음부터 일어나는데, 그분은 자기 목숨조차 내놓을 정도로 용기 있는 분이어서 부럽기도 합니다. ‘그분은 그처럼 사나이답게 사셨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하고 생각하면 우울해집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 요한 세례자처럼 살 수 있을까요?

 

 

A. 형제님이 요한 세례자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요한 세례자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닙니다. 왜냐면 자칫 ‘비교 열등감’이 생길 수 있고 자신을 비하하는 병적 삶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그분이 가야 할 길을 간 것이고, 형제님은 하느님께서 형제님에게 주신 삶이 있으니 지나친 비교는 안 하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또 형제님은 자기 혼자만 용기가 없고 비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도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 남자 중에 늘 용기백배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피하고 싶고, 그런 상황이 닥쳐오는 것에 대해 겁을 먹고 삽니다. 단지 그런 감정을 극복하는가 못하는가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주님께서도 수난의 길을 가시기 전에 피눈물을 흘리시며 고통의 잔을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셨을 정도인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더 약할 수밖에 없으니 자기비하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형제님이 요한 세례자에 대해 궁금해 하니 설명해 드리지요.

 

우선 요한 세례자는 ‘성취형 인간’입니다. 성취형 인간이란 어떤 행동을 선택할 때 돈과 명예, 권력이 아니라 일 자체에 즐거움과 의미를 부여하는 동기에 의해 일을 성취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합니다. 즉, 자신의 모자람을 한탄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중간 이상 혹은 아주 높은 수준의 모험성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설정한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성취감과 만족감, 행복감을 얻습니다.

 

한 영역에 깊이 몰두하고 스스로 어떤 문제에서 모순을 발견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모순을 없애고자 다시 몰두합니다. 한마디로 창조적이고 생산적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요한 세례자는 광야에서 살며 자신의 신앙에 대한 깊은 숙고와 명상을 통해 성취감을 가지신 분입니다.

 

이런 성취형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과정 지향적인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배움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자기 마음의 자유로움에 대해 스스로 묻는 공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내 영혼이 자유로운가’ 아니면 ‘감옥 안에 갇혀서 사는 존재인가’ 하는 물음들을 말하지요.

 

내 영혼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던진 말들이 나를 가두거나 혹은 나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정죄해 마음 안에 감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처럼 원인은 두 가지이지만, 해결방법은 하나입니다. 나의 무지를 깨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 내 마음 안의 감옥은 순식간에 무너져버리고, 나를 가두려고 했던 것들은 한순간에 힘을 잃고 초라한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아,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내 병이었어. 그것도 내가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작은 깨달음이 생길 때마다 마음 안에서는 감동과 자유로움이 일어나고, 오랫동안 마음을 칭칭 동여맸던 밧줄이 끊어져 나가는 시원함을 느끼게 됩니다. 요한 세례자는 광야에서 이런 공부를 통해 마음의 자유를 얻은 분이십니다.

 

요한 세례자가 보여준 그런 삶의 자세는 헤로데와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서 잘 나타납니다. 헤로데는 요한 세례자를 감옥에 가둡니다. 감옥이 고통스러운 것은 자유를 빼앗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자유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리적 영양소입니다.

 

자유가 없는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은 외적 조건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인간성이 메마르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게다가 통제 권력을 가진 힘에 복종하는 미성숙하고 기계적 삶을 삽니다. 판단력은 흐려지고 시간이 갈수록 욕망의 수준이 영적인 것에서 동물적인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때로는 가둔 자가 부자유를 느끼고 감옥에 갇힌 사람이 자유를 가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한 세례자와 헤로데의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자기 마음 안에 감옥을 만들지 않았기에 헤로데에 의해 갇혔음에도 자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즉, 요한 세례자는 자신이 하느님의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한 사람이었기에 마음의 자유를 가졌고, 헤로데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정죄함으로써 자신의 마음 안에 감옥을 만들었기에 부자유한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요한 세례자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한다면 형제님도 마음의 힘을 얻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2년 12월 9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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